백야님과는 참 이상하게도 핀트가 어긋난다.
이건 코드가, 취향이 맞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 1999년에 하이텔에서 백야님에 대한 칭찬의 글이 많이 올라올 때, 나는 예전의 기억을 가지고 절대 기대할 수 없는 작가라고 평한 적이 있다.
물론, 이것은 나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백야라는 필명을 80년대 후반 박스 무협이라 칭해지던 글이 주류일 때의 인물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현재에 알려진 백야라는 분은 그 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한다.
이 상황을 나중에 알고서, 나는 나의 오해였음을 공개 사과한 적이 있다.
그리고 나는 백야의 글을 구하게 되었다. 그 전에는 나의 선입견으로 인해 그의 글은 돌아보지도 않았었기에 새로이 글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천하공부 출소림을 구하게 되었고 그 글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글을 잘 쓴다고는 생각되지만, 왠지 무협이라는 장르적 흡입력은 떨어진다고 생각되었다. - 글이 가지는 설득력은 이해를 하지만 몰입도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훌쩍 빠져들지 않는다는 표현이다.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를 구하게 되었다. 그리고 읽지 않고서 차곡차곡 쌓아 갔다. 그런데, 8권이 끝이란다. 조금 의아심이 들었다. 벌써? 하는 놀람이다. 글의 전개를 미루어 보아(나는 1권 분량을 읽었다. 과거에 이렇게 인터넷 연재되는 글들은 쉽게 출간되지 못하기에 글을 받아 프린터로 출력하지 않으면 보기 어려웠던 적이 있다.) 이렇게 일찍 마침표를 찍을 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상한 끝맺음이다.
나는 두가지 측면에서 써보고자 한다.
먼저, 백야 필명의 작가분은 매우 기대되는 작가분이다. 글을 매우 잘 쓰신다. 내가 글에 설득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몰입도는 떨어진다. 이유는 간단하다. 늘어진다.
하고픈 말이 많아도, 전부 해서는 안 된다.
내가 이렇게 단정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단지 평론가와 학자들의 이론 때문은 아니다. 오랜 시간 글을 읽어오며 느끼게 된 체득이다.
처음 이 글을 읽으며 2권 중반까지는 매우 몰입도가 높았다. 절로 손에 땀이 고이고 힘이 꽉 들어가는 글이 펼쳐지고 있었다. 하지만, 곧 시들해진다.
이 글은 한 개인의 이야기지만, 단순히 개인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무림을 걸고 두 단체가 격돌하는 파워게임 형식을 취하고 있다. 펼쳐질 이야기가 장대하다는 뜻이다. 이런 장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작가는 계속해서 주인공 장문탁에게 집중한다. 글의 주인공에게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으나 그 집중이 과했다. 그의 진도, 성장해가는 과정과 간난을 표현하는 것에 너무 매달렸다는 것이다.
애정이 가는 주인공에게 보내는 작가의 마음을 어찌 모를리오만은 이야기가 조그마한 문파나 단체도 아닌 전 무림을 걸고 격돌하는 두 단체를 걸어 놓고 주인공과 주인공 주변에만, 그것도 어린 시절에 집중한 바는 과했다는 뜻이다.
위의 지적은 두 번째 이야기와 맞물린다.
긴 이야기다. 아주아주 긴 이야기다. 강조하는 이유는 내용보다는 글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처음 추세로 글이 이어졌다면, 20권에 육박했으리라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긴 글을 출간하는데 그 간격이 그야말로 들쭉날쭉 하고 가장 중요한 것, 출간 간격이 너무 길었다.
독자는 매정하다. 현 시장이 구매 시장이 아닌 대여 시장인 현실이고, 반드시가 아닌 개인의 욕망에 의한 선택의 조건인 소설에서 위의 조건은 자멸의 이유로 보인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는 두 번째 조건이 갖추어졌다면 첫 번째 문제는 별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나는 두 가지 다 지적하는 바이다.
그는 이제 많은 글을 출간했다. 전업작가인지는 알 수 없으나, 최소한 전문 작가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그런 그에게 더욱 다듬어진 글을 요구하는 것은 독자의 오만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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