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바람과 별과 시'라는 윤동주님의 유고시집이 있습니다. 애잔한 브람스의 선율속에서 그의 맑고 투명한 시를 읽으며 나도 이렇게 깨끗하고 아름답게 살아보자고 일기에 적던 학창시절이 기억납니다.
우연히 책방에 갔다가 '태양의 전설 바람의 노래'라는 무협소설 이라기 보단 한편의 시집 제목과도 같은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것 없다.'란 말이 있듯,제목만 그럴싸 하지 내용은 형편없는 것들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게다가 작가 백야님은 전에 性을 주제로한 무협소설을 쓴걸로 기억하는데 그 수준이 거의 와룡강류와 대동소이하여 크게 실망한 적이 있습니다.
'니가 감히 이런 멋진 제목을 니책에 붙여? 어디 얼마나 잘썼나 보자.개X식아.' 이런 맘으로 일단 한권 가져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밤 마져 싹 빌려 왔습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이 책을 찾는 사람은 좀 드물다고 하더군요.정말 오랜만에 책을보며 밤세웠습니다.
아직 사건이 마악 진행되어 나가는 초기이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룬 독특한 구성의 이 책은 아름다운 제목을 가질만한 충분한 내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기적절한 회상으로 가끔식 현재에서 과거로 무대가 바뀌지만, 전혀 산만하지 않고 오히려 하나의 초점으로 모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미 열권 넘게나온 어떤 책 처럼 삐딱하지만 잘난 녀석이 동료남학생들로 구성된 수호대 마저있는 끝내주는 미녀와 사랑싸움하며 히히덕거리는 것을 무협소설의 모든 것 이라고 아시는 분은 이책을 보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가지 생각하느라 오히려 머리만 아플 겁니다. 그러나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향긋한 차한잔에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한번 재대로된 무협을 읽고 싶으신 분에게는 감히 일독을 권합니다. 어쩌면 다음권의 내용이 궁금하여 백야님의 머리를 뒤집어보고 싶은 살인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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