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 없는 곳에 ‘여부(與否)’를 사용함으로써 어색한 문장이 되거나 쓸데없이
문장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선 의문·추측을 나타내는 어미가 붙은
‘~인지’ ‘~는지’ ‘~할지’ 다음에 오는 ‘여부’는 필요 없다.
“높은 득표율로 당선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률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에서의 ‘여부’는 없어도 말이 잘 되므로
“당선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해당하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로 해야한다.
반대어의 대칭으로 구성된 한자어 뒤의 ‘여부’도 필요 없다.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
“성패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진퇴 여부가 결정된다.”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
“논술과 심층면접이 당락 여부를 결정한다.”
등에서도 ‘여부’를 빼야 한다.
‘명사+성(性)’으로 구성돼 성질·경향을 나타내는 단어도 ‘그러(하)냐,아니냐’
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여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적법성 여부를 분석해야 한다.”
“타당성 여부를 검증해 보자.”
“사업성 여부를 따져 봐야 한다.”
“합격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인다.”
등에서 ‘여부’는 없어도 된다.
빠르기의 정도를 나타내는 ‘속도’역시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여부’와 맞지 않는다.
“주가의 본격 상승은 실물경기의 회복 속도 여부에 달려있다.”
는 ‘회복 속도에 달려 있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언어는 그 사회상을 반영한다고 한다. 둘 중 하나의 선택을 강요하는 ‘여부’를 이처럼 남용하는 것은 우리가 양단간에 결판을 내야 하는 일이 많거나 그만큼 조급하다는 얘기인지 모른다. 어쨌거나 문장의 생명은 간단명료함이다.‘여부’처럼 공연히 사족을 붙이거나 군더더기가 많아서는 좋은 글이 될 수 없다.
‘문장기술’이라는 책에 나오는 ‘우리말 칼럼’이라는 부분인데 한번 올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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