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그렇지만 우리 할머니는 예상했던 것 이상의 판타지를 보여주십니다.
어제 저녁은 간단하게 먹을 겸 밥에 오징어 찌게 좀 넣고 볶아 보았습니다. 그렇게 밥에 국물을 넣고 볶으면 분식점에서 파는 오징어 덮밥마냥 맛있게 만들어집니다. 가장 좋은 것은 복잡한 과정 없이 몇분만 볶아만 주면 간단하게 만들어 진다는 점이죠.
간단하게 오징어 덮밥이 다 만들고 드디어 시식의 순간이 왔습니다. 한 숟가락을 떠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오징어 덮밥의 매콤한 해산물 맛이 입안 가득 채워집니다. 아 맛있다라 만족한 순간 예상 못한 괴랄한 단백한 맛이 뒷통수를 강타했습니다.
‘이 단백한 맛은 돼지고기 맛이 아닌데, 무엇이지 이 많이 먹어본 불길한 맛은.....’
오만가지 불길함이 갑자기 오징어 덮밥에서 뿜어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불길함의 근원을 찾기 위해 숟가락을 통해 탐색을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 불길함의 정체를 파악했습니다.
‘멸치 대가리다!!!!’
오징어 덮밥 구석 구석에 숨겨져 있던 멸치대리들. 그것들이 괴랄한 단백한 맛의 정체였습니다. 하지만 분명 기억상으로는 오징어 찌게에 멸치가 들어간 적이 없었습니다. 미궁으로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답을 보능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몰래 퓨전한 것이었지요.
“할머니, 혹시 오징어 찌게에 모 넣었나요?”
“그랴, 김치찌게가 아까워서 같이 섞었다.”
아찔함이 가득 정신을 채웁니다. 그 김치찌개는 분명 생산된지 10일이 지난 것으로 폐기 직전의 것이었습니다. 그저 처량한 멸치 대가리만이 그 김치찌개의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었을 뿐이었는데.....
‘으~~~~~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멸치대가리 오징어 덮밥을 만들어 냈구나!!’
순간 할머니가 과거에 만들었던 수많은 퓨전 요리가 기억에 스쳐지나갑니다.
매운탕과 고추장 불고기의 만남.
된장찌게와 생선튀김과의 혼합.
기타 등등
그 중 대미는 홍어찌개와 된장찌개의 퓨전이었죠. 된장찌개에서 홍어의 삭힌 맛을 느낄 수 있는 궁극의 혼합물.
당장 멸치대가리 오징어 덮밥을 갔다 버릴까 고민하다가 과거에 먹었던 궁극의 혼합물을 생각해내고 극도의 인내심으로 참아냈습니다.
‘그래 비록 지금 만들어낸 것은 괴랄하지만, 홍어 된장 찌개보단 괜찮다.’
물론 이 멸치대가리가 김치찌개와 혼합된지 10일이 지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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