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자극적인 건 기자 시절 버릇이 남아있어 그런거니 양해 구합니다. 이 시스템이 문피아에 해를 끼치니 안 좋다고 비난하려는 뜻은 없고, 아쉬운 점이 있는데 개선하면 좀더 나아질 것 같다는 뜻으로 글을 쓰게 됐습니다.
1. 문제 제기
http://help.munpia.com/boNotice/668948
지난 21일, 문피아가 ‘신인 베스트’라는 걸 집계하겠다고 공지했습니다. 골든 베스트와 선호작 베스트에 꼽히는 작품이 겹쳐 변별력이 떨어진다, 신진작가들의 창작 의욕 고취와 사기 진작을 위해 신인 베스트를 넣자고 판단한 까닭이죠.
취지는 아주 바람직하기 그지없습니다. 신인작가분들 중에서도 이 공지를 보고 기뻐한 분이 몇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독자분들 중에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작품을 쉽게 가려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분이 계실 듯 합니다.
근데 취지는 좋았는데, 문제가 하나 보입니다. 뭐가 문제나면...
오늘의 베스트, 선호작 베스트와 겹칩니다.
공지에서 밝힌 취지와 달리, 신인 베스트 또한 골든 베스트와 선호작 베스트와 크게 다를 바가 없는 목록이 됐습니다. 웹소설 특성 상 선호작 많으면 나머지 수치도 다 골고루 오르긴 하지만, 이래서야 신인 베스트를 볼 이유가 없습니다.
2.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1) 오늘의 베스트와 신인 베스트 집계방식이 거의 같다
일단 오늘의 베스트와 신인 베스트 차이가 없는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집계 방식 차이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베스트
최근 24시간 내에 연재한 작품 중 (한 편 당) 조회수가 가장 높은 순입니다. 만약 2회 연재했을 경우, 그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연재글 하나만을 집계합니다.
-무료웹소설 / 신인 베스트
일반연재/자유연재 작품 중 최근 24시간 내에 연재한 작품 중 (한 편 당) 조회수가 가장 높은 순입니다. 만약 2회 연재했을 경우, 그 중 조회수가 가장 높은 연재글 하나만을 집계합니다.
차이점은 딱 하나, 작가 연재란 작품들을 제외했다는 것뿐입니다. 근데 일반 연재란 작품이 워낙 많다 보니 오늘의 베스트와 신인 베스트의 차이가 덜 드러나 보이는 듯 합니다.
(2) 사실상 선호작 많은 작품이 신인 베스트를 차지한다
그럼 선호작 베스트는? 집계 방식은 좀 다릅니다. ‘30일 내에 연재하였고 연재수가 총 15회 이상인 작품 중, 최근 30일 동안 선호작으로 등록한 회원이 가장 많은 순’이니까요.
허나 다음과 같은 이유로 선호작 베스트=신인 베스트가 되기 쉽습니다.
첫째, 많은 독자들은 신인의 작품을 발굴하면 가장 최근화부터 보지 않고 1화부터 보려 한다. 그렇기 때문에 1, 2, 3화의 조회수는 바로바로 증가하는 반면, 최근화 조회수에는 바로 변동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 현상은 신인 작가가 성실 연재를 하면 할수록 심해지는 경향이 있음. 편수가 많아져서 독자들이 1화부터 최근화까지 보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둘째, 이미 선작수가 많고 최근화까지 읽은 독자를 많이 갖춘 선호작 베스트 작품을 상대로, 실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24시간 내로 증가한 한 편 당 조회수’를 더 높게 기록할 가능성이 떨어지기 때문.
다시 말해, 현재 신인 베스트 집계기준은 선호작 많은 작품들을 골라내는 데에 최적화돼 있습니다. 정작 신인 작가들의 작품에서 일어날법한 현상들은 반영 안 하고요. 선호작 수가 아닌 선호작 ‘증가율’이 폭증한다든지. 초반부의 조회수가 폭증하고 텀을 두고 꾸준히 일정 수준의 연독률을 기록한다든지....
3. 건의사항
취지에 맞는 신인 베스트를 운영하고 싶다면, 기준부터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1) 신인의 기준을 재정립할 것. 이제는 일반연재, 자유연재란에도 ‘신인’이 아닌 작가들이 늘어나는 이상, 작가연재란만 제외하고 통계를 내는 것만으로는 의미가 적음.
(2) 실질적으로 신인 작가들의 작품이 부각될 때 나타나는 수치 변화를 집계 기준으로 삼을 것. 참고로 신인 작가의 작품이 급성장할 때는 두 가지 변화가 나타난다.
- 선호작 수 자체는 기존 작가들의 작품보다 적을지 몰라도, 일정 기간 동안의 선호작 증가율이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 최근화 조회수의 변화는 늦게 일어나는데, 전체 조회수 증가량과 평균 조회수 증가율이 높게 나타난다. (이중에서 그나마 신뢰할만한 지표는 평균 조회수 증가율. 전체 조회수 증가량은 편수만 늘어나도 증가하므로.)
다만 첫 화만 반짝이고 사라지는 작품들을 솎아내기 위해, 일정 시기가 지나면 1, 2화 조회수가 제외되도록 평가 기준을 고안해야겠죠. 1주일 동안의 선호작 증가율의 변화를 살펴본다든지. 평균 조회수 증가율을 살펴본다든지 등등.
모쪼록 잘 정비돼서, 변별력 높은 베스트 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덧1. 개인적으로 변별력이 가장 떨어지는 곳은 열혈 베스트란이라 생각하지만 이건 좀 더 분석해보고 리뷰를 쓰겠습니다.
덧2. 다음 리뷰 대상은 개편된 메인 페이지입니다. 한담이 아닌 메인 페이지를 선택하면서 생겨난 득과 실을 비교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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