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오른쪽)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한화는 공수에서 두루 연결고리 기능을 할 수 있는 해결사를 보유하게 된다. ⓒ 게티이미지 |
펠릭스 피에(28)는 한화 이글스가 대반격을 노리고 야심차게 영입한 외국인 타자다.
한화는 지난달 16일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펠릭스 피에(28)와 계약했다.
188cm86kg 체격의 피에는 중장거리형 좌타자로 강한 어깨와 폭넓은 외야 수비 능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MLB 통산 6시즌 425경기 타율 0.246 244안타 17홈런 99타점 21도루를 기록했다. 올해는 피츠버그에서 27경기 나와 타율 0.138 4안타 2타점 1도루, 트리플A에서는 105경기 타율 0.251 89안타 8홈런 40타점 38도루를 기록했다.
브렛 필(KIA), 루이스 히메네스(롯데) 등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 팀들은 용병타자를 선택할 때 거포 혹은 그에 준하는 중장거리포를 골랐다. 이것저것 따져 선택의 폭을 좁히는 것보다 타격 하나만 보고 택한 팀이 많다.
하지만 한화의 선별기준은 까다로웠다. 강견에 좌타자, 빠른 발까지. 따질 수 있는 것은 다 따졌다. 그 과정을 거쳐 합격한 타자가 피에다. 결국, FA시장에 이용규-정근우 등 발 빠른 타자를 둘이나 확보한 한화가 거포를 데려올 것이라는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피에가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한화는 공수에서 두루 연결고리 기능을 할 수 있는 해결사를 보유하게 된다. 좌타자 이용규를 수혈하긴 했지만, 정근우를 비롯해 김태균-최진행-송광민-김태완 등 한화의 핵심타자들은 우타 일색이다. 이용규-정근우의 테이블세터와 김태균-최진행 등의 중심타선 사이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하는 피에는 공을 맞추는 재주와 빠른 발은 물론 장타력도 어느 정도 갖춰 기대가 크다.
한화는 기동력에 한이 맺힌 팀이다. 과거부터 강타자는 많았지만 발 빠른 타자가 드물었다. 지난 시즌 역시 9개 구단 중 유일하게 100도루 미만(70개)에 그치는 등 기동력에 목이 말랐다. 이용규-정근우 영입만으로 성에 차지 않는 이유다.
또 이용규를 영입했음에도 한화의 외야수비는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들었다. 대전구장의 리모델링 확충으로 구장이 넓어진데 반해 외야수들의 느린 발과 강견 부재는 중계플레이 미숙으로 이어졌다. 그만큼 수비범위가 넓고 어깨가 좋은 것은 물론 중견수-좌익수로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피에의 어깨가 무겁다.
시즌 초에는 이용규의 결장으로 대신 중견수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이용규가 정상적으로 출장하게 된다면 코너 외야수로의 보직 이동을 예상한다. 한화 입장에서는 피에의 어깨를 살려 우익수로 쓰고 활용하고 싶지만 중견수-좌익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우익수 경험이 적다는 것이 불안요소다.
최종적으로 한화가 피에에게 기대하는 것은 과거 ‘신남연’이라는 애칭으로 활약했던 원조 검은 독수리 제이 데이비스의 재림이다. 댄 로마이어, 제이콥 크루즈, 덕 클락 등 수많은 수준급 외인 타자들이 활약했지만 한화 팬들은 단연 데이비스를 최고로 꼽는다. 30홈런-30도루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수주에서 그만큼 완벽한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팀 우승에도 일조했다. 실제로 데이비스는 펠릭스 호세-타이론 우즈와 함께 역대 최고 외국인타자 목록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고 있다. 단순히 장타력만 놓고 봤을 때는 호세-우즈에 미치지 못하지만 종합적인 팀공헌도에서는 절대 밀리지 않는다.
과연 피에는 데이비스가 그랬듯 공수주에서 한화의 가려운 곳을 고루 긁어줄 수 있을지,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채 커다란 왼쪽날개를 펼친 검은 독수리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