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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
13.10.23 00:16
조회
1,279

토론이란 굉장히 지성적인 행위지만, 실제로는 토론 만큼 지적 추함을 보이는 행위도 없습니다. 분명 토론은 서로의 의견을 부딪혀 가면서 각자의 의견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것인데, 그저 상대방 의견에 흠집내는 것으로 바뀌었더군요. 요즘의 토론은 더 완벽한 주장이 아닌, 더 흠집에서 오래 버티는 주장을 만드는 행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저는 토론에 대해 조금 안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토론이라는 말이 나올 때면 항상 제 마음이 요동치게 만드는 일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때 일입니다. 학교에서 토론수업이 있어서 주제에 관하여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당시 찬반의견을 나누면서 저는 찬성의견을 가지고 토론 준비 과정에서 발표하였지만, 인원수를 맞추기 위하여 반대 진영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토론 수업이 시작되고, 열띤 토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충분한 조사를 통해 차근차근 논리를 전개하고, 상대방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찬성 측은 준비가 조금 부족한 모양인지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더군요. 그러던 와중 찬성 측 한 여학생이 저에게 소리쳤습니다.

 

“아까는 찬성이 맞다면서, 이제 와서 반대하는 이유는 뭡니까?”

 

순간 어처구니 없었습니다. 찬성의견을 주장했던 것이야 본래 생각이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지금은 토론 수업에서 반대 측 역할을 가지고 있으니 반대 의견을 전개하는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동급생들의 반응은 다르더군요. 순식간에 분위기는 바뀌었고, 찬성진영에서는 그 점을 가지고 계속 몰아붙였습니다. 저는 계속 토론의 역할을 이야기 했지만 제 발언은 토론과 관련이 없다고 중간에 차단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론 수업은 마무리가 되었죠.

 

이 일은 저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습니다. 그날 이후 토론이라는 말 자체가 썩 내키지 않더군요. 토론은 각자의 주장으로 승부하는 것일진데, 선동 때문에 공격받고 무시당하니 정말 씁쓸하더군요. 이후 토론을 피하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열의는 확실하게 식었습니다. 언제까지 제 마음이 쓰라릴지는 모르겠지만, 차라리 이 쓰라림이 오래도록 남아서, 스스로를 채찍질 해줬으면 좋겠네요. 비록 열정은 사라졌지만... 


Comment ' 26

  • 작성자
    Lv.22 서하루
    작성일
    13.10.23 00:19
    No. 1

    대한민국 정치인의 가장 훌륭한 자질을 가진 여학생이네요.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00:22
    No. 2

    ㅎㄷㄷ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네요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43 슈크림빵이
    작성일
    13.10.23 00:29
    No. 3

    공대님의 맨트. 주옥같네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시다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관측
    작성일
    13.10.23 00:35
    No. 4

    세상에 역활을 바꿨는데.. 이전역활에 대해 딴지를 걸다니.. 고생하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2
    No. 5

    망연자실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글도둑
    작성일
    13.10.23 00:54
    No. 6

    과거 이화여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축제때 여대생들이 성차별에 대한 이야기로 토론을 하는 자리가 있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듣던 남자 한명이 '내 생각은 조금 다른것 같다' 뭐 이래저래 해서 이럴수도있고...

    모든 시선이 마치 더러운 벌레 보는듯한 눈빛으로는 열심히 그 남자를 쪼아댔다고 하네요.

    이것이 한국의 어느 여대학의 지성이 넘치는 토론 스토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3
    No. 7

    남녀평등은 남녀 모두의 인권이 향상되는 것이지, 한쪽을 일방적으로 깎아내리는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남녀 평등 문제는 해결이 안나는 문제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곁가지옆귀
    작성일
    13.10.23 01:00
    No. 8

    토론이 마치 편가르기로 인기투표하듯이 바뀐것 같습니다.

    공대소년님 간혹 빵빵 잘 터트리는데 센스가 부러워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4
    No. 9

    내용이 아닌 포장을 보고 판단하는 모습...그리고 확실히 공대소년 님 댓글 예리했습니다 ㅋ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서하루
    작성일
    13.10.23 11:12
    No. 10

    감사합니다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탈퇴계정]
    작성일
    13.10.23 01:12
    No. 11

    대학교 수업시간에 토론의제로 여성의 출산과 군대문제가 나왔는데..
    분위기 참으로 흉흉했습니다. 물 만난 고기가 된 여성분들 몇 분이 참으로 주옥같은 논리를 펴시며 대부분의 여성을 범국가적인 쐉뇬으로 만드셨죠. 군대 다녀오신 남자분들의 씁쓸한 표정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아 내가 저런 련을 지키려고 국방의 의무를 다했나..'

    토론에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모르지만, 양쪽과 심지어 제삼자에게도 불쾌한 기분만을 남기고 '그럼 이 의제는 여기까지 하죠' 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이제 그 쪽으로 침도 안 뱉습니다. 가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그냥 입닫고 참는편이에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5
    No. 12

    '그럼 이 의제는 여기까지 하죠' 라는 말이 제일 무책임한 말인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NaNunDa
    작성일
    13.10.23 02:35
    No. 13

    근데 조금 다른얘기인데 자신이 생각하는것이 찬성이든 반대든 그 반대 논리쪽에서 의견을 펼쳐야 한다면 전 영 못하겠네요 이러이러한게 잘못이거나 문제라서 그의견을 하려했던건데 막상 그 의견에 반대되는의견을 말해야한다니... 다 받아들일수 있어야하나.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96 강림주의
    작성일
    13.10.23 06:19
    No. 14

    흠 전 오히려 제가 찬성쪽이였다면 반대의견을 더 효과적으로 내세울 수 있을 것 같네요. 본디 모든 주장은 단점과 장점이 있기마련이고 이 장점과 단점을 어떻게 다루냐가 토론의 중점인대 제대로 자료를 조사하고 의견을 정리했다면 자신의 주장이 가진 장점만큼이나 단점도 철저히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5
    No. 15

    확실히 지피지기가 토론에서는 중요한 전략이죠 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9 네크로드
    작성일
    13.10.23 06:42
    No. 16

    역할을 관철하지 못하신 문제도 있습니다. 심정적으로 찬성이었기 때문일까요.
    '잘 생각해보니 반대 입장이 옳다. 그래서 왔다. 이러이러해서 이쪽이 옳다'라고 나가셨으면 더 좋은 대처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토론이라는건 지적 유희기도 해서, 대중의 의견을 좌지우지하는데서 즐거움을 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변호사 같은 사람들이 그런 것이겠지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7
    No. 17

    그때는 잘 몰랐으니까요. 그때 저는 주장에 대해 근거만 잘 발표하면 상대방이 납득해 줄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장 외 내용으로 공격하니 많이 당황했었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1 테사
    작성일
    13.10.23 09:12
    No. 18

    토론에서 찬반의견을 나눠서 내 주장으로 상대를 납득시켜 이겨야 결론이 나는 걸로 생각하기 때문에 바른 토론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겁니다. 처음부터 내가 옳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상대의견의 반박할 점을 찾고, 궁지에 몰리면 인신공격성이나 비하적인 발언까지 하는거죠. 중요한 건 왜 토론을 하는가 입니다. 무조건 내가 바른 답을 뻔히 알고, 내가 한 조사로 결론낸 것이 바른 결정이라면, 왜 토론을 합니까. 이미 결정이 난 것을 말이죠. 상대의 의견을 들으면서 반박하고 누를게 아니라 내 의견을 보완하고, 미흡한 걸 찾을려고 한다면 절대 파행적인 토론장이 되지는 않을 겁니다. 하물며 토론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받는다니. 저로선 참 이해가 안가네요. 상대의 어리석은 행동에 좀더 냉정하게 대처할 수도 있었을텐데 라고 생각할수는 있겠지만. 예전에 이런 경험을 했는데, 정말 토론을 할게 못되더라라는 걸로 마음을 먹지 않았으면 합니다.
    한가지만 잊지 않으면 됩니다. 왜 토론을 하는가.
    그리고, 이런 얘기가 나오면, 꼭 모 여대 얘기가 나와서 그렇다더라 이런 댓글이 달리는데, 죄송하지만 ~카더라는 정말 도움이 안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0:09
    No. 19

    당시에는 익숙하지 않았으니까요. 그 전까지는 애당초 토론이 뭔지 잘 몰랐기 때문에 수동적이었지만, 당시 토론은 제가 토론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해서 열심히 준비했던 것이었습니다. 좋게 말하면 순진했던 거고, 나쁘게 말하면 경험이 부족했던 거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9 안드로
    작성일
    13.10.23 11:16
    No. 20

    자신이 이성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진짜 이성적인 사람은 상당히 드물고 사회적 분위기 탓인지 꼭 이겨먹어야 적성이 풀리는 분들은 많아 토론은 배틀이 되기 쉽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2:59
    No. 21

    확실히 지나친 대결구도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L..K
    작성일
    13.10.23 12:18
    No. 22

    확실히 예전엔 그냥 이런저런 의견내고 다른 사람 의견들으면 아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었는데.
    요새 추세가 그런건지 토론 시작하고 슬슬 탄력받으면 저도 모르게 다른 사람 감정 흔들어서 흠집낼라 하더라구요... 확실히 요즘 추세가 문제가 많은듯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6 유니셀프
    작성일
    13.10.23 13:00
    No. 23

    저도 마찬가지 입니다. 열정이 식고 타락해가는 걸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0 초용운
    작성일
    13.10.23 13:11
    No. 24

    원래 토론에서 상대측 의견이 맞는 것 같고 반박할 꺼리가 없으면 그 주장을 펼치는 사람 자체를 공격해야죠. 상대의 손이 아닌 몸을 치는 겁니다. 사실 주장과 그 주장을 하는 사람 간에는 아무 관계도 없는데도 사람이공격받으면 주장의 신뢰성에도 타격을 받거든요. 우리나라에서 선거할 때도 네거티브 많잖아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환상이야기
    작성일
    13.10.23 15:57
    No. 25

    그래서 전 강제적인 토론을 할 때면 '그러면 그렇고 말면 말지'하면서 조원에서 떠맡긴 적이 많다죠.(근데 lv3되려고 댓글다는 데 lv3이 안 되네요ㅡ.ㅡ...)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묘로링
    작성일
    13.10.23 17:08
    No. 26

    토론은 상대방이 왜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하여, 그 근본적인 부분을 파고들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지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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