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집에서 양계장을 잠깐 했었다.
마산 집은 따로 있고, 마산에서 버스로 한 시간 이상 떨어진 시골 구석에 그 양계장이 있었다.
일요일이면 가끔 나들이삼아서 양계장을 찾아갔었는데, 그때만 해도 시골이 시골다와서 아스팔트가 깔리지 않은 하얀 찻길은 차가 한 번 지나가면 먼지가 풀풀 날렸고, 마산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기다리는 곳 옆을 흐르는 도랑물은 맑아서 송사리들이 헤엄치는 것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원래는 포도밭이 있던 곳에 그 양계장을 만들었던 것인데, 계사를 만들다 남겨 둔 포도나무가 한 예순 그루쯤 되었던 것 같다.
아직도 기억난다.
어느 비오는 날 흠뻑 젖어 있던 포도밭의 그 아름다움이라니....
말끔하게 빗물에 씻긴 포도송이, 한 알 한 알이 단단한 연록색 보석 같은 포도알들, 철사줄을 휘감고 뻗은 앙징맞은 덩굴손....
정교하게 세공처리된 광물성의 아름다움이었다.
포도밭이 갖고 싶다.
포도를 한 알도 먹지 못해도 좋으니 비오는 날 포도밭을 산책하던 내 어린 날의 그 싱싱한 감각을 다시 맛보고 싶은 것이다.
포도밭이 딸린 시골농가 한 채 마련하여 아침마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싶다....
이룰 수 없는 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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