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생각이 반영된 작품이 더 많은 호응을 얻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감되고 감정이입이 쉽죠.
정보전이 주요 테마로 등장하고, 수만에서 수십만의 문도를 가진 문파도 등장하고, 전략적 전쟁 비스무리하게 가기도 하고 말이죠.
그런데 꼭 중국무협 스타일일 필요는 없지만 어느정도 고전무협의 향기를 살짝이라도 깔고 들어가는 작품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가끔 듭니다.
요즘은 없어도 너무 없죠. 차별화의 옵션이 될 수도 있는데, 아예 그런 소양 자체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것 같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당대의 것인 문화, 사고방식 등이 접목되어 있으려면 시대상을 잘 알아야겠죠. 그것을 독자에게 잘 이해시켜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그리고 잘 이해되고 공감이 가게 말이죠.
대표적으로는 신조협려에서 양과의 소용녀 사이의 관계가 있습니다. 스승을 부모와 같이 여기는 사회에서 절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불경이죠. 그런 관습을 깨는 역으로 양과가 나옵니다. 그래서 그는 태생부터가 양강의 아들이며, 명문정파로부터 내쳐진 존재입니다.
요즘말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양과의 구습과 맞서는 모습은 대리만족을 느끼게도 합니다. 물론 구습이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그에 얽매여 너무나 지나친 억압으로 작용해서도 안되는데 양과와 같은 스타일이 아니면 절대 그 시대상의 틀에서 한치라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곽정마저도 그렇습니다. 나라가 붕괴된다 해도 바뀌지 않는 사회적 인식의 틀을 깨고 사랑을 이룬 신조협의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아름답고 멋있습니다.
또한 요즘 다시 본 평종협영록에 보면 현기일사의 제자는 불과 다섯이죠. 그들은 제각각 따로 자신의 인생을 삽니다. 어떤 문파는 굉장히 종속적 관계을 가지고 집단으로서의 성향을 매우 진하게 띄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의 여지는 남겨두어야 하는데, 근래 한국무협의 대부분은 이 집단을 가져야 하는 필연성을 매우 강화시켜놓고 있는 상황입니다. 집단이 아니면 아무것도 될 수 없는 것처럼 묘사하죠.
이름난 고수라 할지라도 단지 몇명의 제자만을 두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대개 이런 묘사는 아주 적게 나오고 대부분 문파위주의 스토리가 쓰여지고 있습니다.
엄격한 사승관계는 문도의 수가 수백만 되어도 굉장히 큰 대파라고 할 수 있고 대부분은 몇명 혹은 많아야 몇십명이어야 하고, 또한 제자가 독립해서 문파를 세우는게 자연스럽다는 식의 설정도 조금은 보여야 할 텐데, 없어도 너무 안보입니다.
설정이 다르면 전혀 다른 스토리가 전개 될 수 있습니다. 위의 설정대로라면 강호공적이라고 해도 개인의 역량에 따라 숨어살거나 도망자의 삶을 살아야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명문정피ㅢ 추격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살아 갈 수 있죠. 중국무협은 대개 이렇습니다.
그런데 집단이 수백 수천은 기본이고 수만에 이르르게 되면 먼치킨 식의 무공묘사가 아닌 경우라면 대개 집단에서 배척된 존재는 강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식의 설정에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스토리는 시작부터 꽉 막혀 버리게 됩니다.
체계화되고 강력한 집단을 묘사할 경우 시작부터 제외될 수 밖에 없는 스토리들이 아깝다는 생각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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