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대도시에 도착했는대 그곳에는 일종의 거대한 상가촌이 있었습니다. 온갖 종류의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였지요. 잘 작동하는 화폐시스템도 있더군요. 그곳에서는 제가 가지고 있는 고기를 제법 비싸게 사줬습니다. 그 고기는 인육이였죠. 사슴이나 돌연변이 맹수들보다는 인간이 훨씬 사냥하기 쉽고 맛도 좋고 매우 흔했거든요.
그래서 직업사냥꾼이 됬습니다. 박스를 둘둘 묶어둔 카트를 끌고 다니면서 목에는 쌍안경을 둘러맨채 합성활과 나무창으로 무장해서 야생을 누볐습니다. 쌍안경으로 주위를 슉슉 둘러보며 이곳저곳을 다니다가 누가 보이면 다가가서 문답무용으로 활을 쏴재낀 후 적이 골골거리면 다가가 나무창으로 찔러 죽였습니다. 아주 경제적이고 안전하고 간단한 방법입니다. 총알과는 달리 화살은 매우 저렴했고 재활용도 가능했죠. 나무창은 길이가 길어서 적과 예기치않은 근접전을 하더라도 공격에 맞을 필요없이 간단하게 제압이 가능했습니다. 빠루를 아무리 휘둘러봐야 빠루는 빠루일 뿐이지요. 혹시몰라서 총알쟁여둔 권총 한개를 가방안에 넣어두긴 했지만 정작 써본적은 없습니다. 총알 단 한발이 맛좋게 끼니를 떼울 수 있는 고기 한덩이보다도 비쌉니다. 죽느냐 사느냐의 위기가 아니면 절대 안 씁니다.
사냥이 끝난 후에는 카트안에 넣어둔 도축용 칼을 꺼내 고기를 그 자리에서 쓱쓱 썰은 후 카트안에 넣어둔 땔감을 꺼내서 즉석 훈제고기를 그득 만들어 카트안에 넣었습니다. 그렇게 고기를 훈제하면 냄새라도 맡았는지 왠놈들이 주위를 어슬렁거리는대 제 캐릭터가 무서운 것인지 다가오진 않고 구경만 하더군요. 이미 카트는 고기로 꽉찼기 때문에 괜히 힘들여 그놈들을 사냥하진 않습니다. 제가 훈제고기를 카트에 담고 자리를 떠나면 그제야 와서 남은 부스러기들을 주워갑니다. 어차피 가져가봤자 돈도 안 될 부스러기들 뿐이기에 딱히 말리지는 않습니다. 무슨 사자와 대머리독수리의 관계를 보는 기분입니다.
그렇게 카트를 끌고 기분좋게 도시로 돌아오고나면 상가촌으로 간 후 구워온 훈제고기를 제법 짭짤하게 팔아먹습니다. 제가 먹을 고기 몇개만 남겨두고 나머진 모두 팝니다. 그렇게 돈을 제법 벌었습니다. 상가촌에 쓸만한 물건이 보이면 돈을 아끼지 않고 몽땅 살만큼 부유합니다. 역시 막장세계에서는 그 누구보다 막장스러워져야 살아남을 수 있나봅니다. 이렇게 인간사냥꾼 플레이를 하지 않은 캐릭터들은 대부분 굶어죽거나 맞아죽었거든요. 얼어죽은 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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