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단추를 잘못 끼웠던 것 같아요...
IMF 이후로 싸게 즐길 수 있는 오락거리의 하나가 바로
장르문학.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직자는 넘쳐나고, 주머니에 돈은 없고, 값싸고 시간을 빨리 소모할 수 있는 오락거리는...
게임OR독서
서로 상극되는 거 같지만, 책은 재미만 있다면 읽다보면 시간이 증발한다는 데서 게임과 다르지 않습니다. (드래곤 레이디 전권을 읽고 나니 아침해가 떠 있었다는 추억은 아직도... 친구놈들이 어떻게 책을 읽고 밤을 새냐고 구라치지 말라고 했었던 추억...)
장르문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시기를 생각해보시면 알겁니다.
물론 무협지라는 이름으로 그 전부터 이미 소소하게 사람들 속에 있었지만, 판타지라는 장르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끈 것은 90년대 후반 이후입니다.
그리고 IMF 가 지난지 10년도 넘었죠...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경제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다들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니 뭐니 해서 스마트폰만 있으면 판타지 같은 책이 아니더라도 시간을 죽이는 데는 아무 하자가 없습니다.
대여점이 문닫는게 괜히 그럴까요?
사람들이 더 이상 책에 관심을 안 두기 때문입니다.
재미요?
옛날게 더 재밌는 거 같죠?
함정작 지뢰작이 많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좋은 양질의 책은 찾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예전부터 활동하던 작가분들은 복붙 같아도 그래도 개성적인 필체로 아직도 추억을, 향수를 자극하면서 좋은 글을 써내고 있습니다.
근데 그것도 반복되다보니 눈은 높아지고 재미는 없고 세상에 더 재밌는 것들은 넘치고 있습니다.
변화를 하려고 해도 이미 흘러가버린, 구태의연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구시대적인 유물이 되어버린 겁니다. 지금 바람의 나라 같은 게임이 신작으로 출시되면 어떻게 될 거 같아요? 아무리 명작이었다고 한들 망합니다.
도스시절부터 해서 줄기차게 나왔던 RPG 게임이라던가 하는 CD 게임은?
플로피 디스크로 복사해서 게임을 설치했던 추억들은?
그 시절의 영광일 뿐인 겁니다.
다시 나온다고 하면 추억을 되새기며 한번쯤 해볼 수는 있어도, 일회성에 그칠 뿐입니다. (뭐 개인적으로 CD 게임들은 불법복제의 최대 희생자였습니다...)
장르문학도 마찬가지라고 생각되네요..
제 2의 톨킨이 한국에서도 나올 수 있다고,
제 2의 해리포터 같은 작품을 써낼 기회가 있다고 해서...
그보다 더 좋은 작품을 내놓는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저 두작품은 시대가 만들어 낸 괴물이라는 생각은?
시대가 만들어냅니다...
어쩔 수 없어요.
당신이 톨킨의 재림이든, 조앤K롤링이든 상관없습니다.
당신은 두 번 다시 그런 글을 써낼 수 없을지도 모르고, 후속작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당신의 능력대로 좋은 글을 써내는 건 여전하지만, 그것을 신화로 만들어주는 건 시대지 당신의 능력이 아닙니다. ㅇ_ㅇ... 그게 현실이에요.
선구자가 아니라면 소용이 없는 겁니다. 청출어람은 개소리에요. 그게 자본주의고요. 새로운 선각자가 되지 않는 이상은 소용이 없습니다.
후발주자는 결국 선발대가 뚫어놓은 평탄한 길을 걸을 뿐인 겁니다. 거기에서 작가는 여전히 힘들지만 독자는 더 편해집니다. 이런데 더 좋은 후속작을 내놔봐야... 이미 단물을 맛 본 사람이 조금 더 달아졌다고 그게 달다고 느낄 리 없는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
장르문학은 결국 대여점이라는 기반이 사라지면서 하락세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IMF 이후 줄기차게 들어섰던 오락거리가 이제 하락하는 겁니다. 무너지지 않을 것 같은 지지기반이 무너져내리고... 소비자는 이미 대여점 시스템에 길들여졌는데... 몰락은 당연한 겁니다.
E북이니 뭐니 하면서 계속 활로를 개척하고 있습니다만, E북으로 예전의 향수는 찾을 수 없습니다. 손맛이 있어야죠 책을 보는데... 지금 장르문학 시장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나이의 대부분은 E북이 아니라 종이책을 선호할 겁니다. 20대 중반인 저만해도 이러는데, 그보다 구매력이 강한 30~40대층이 E북을요?
물론 지금의 20대, 10대들은 장기적으로 E북 시장의 소비자가 될 겁니다. 30~40대라고 해도 더 지나서 종이책의 시대가 끝난다면 E북 시장의 소비자가 되겠죠.
얼마나 걸릴까요?
아주 희망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저 기간만큼 장르문학은 하락세를 걸을 수밖에 없을 거 같습니다.
최근에 전 라노벨에 대해서, 작가지망생으로서 라노벨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말이 공부지... 사실 라노벨이라는 소설 규칙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서 글을 쓰는 연습일 뿐입니다만...
제가 봤을 때는 이쪽 시장이 차라리 나은 것 같더군요.
아직 국내에서는 초보자 수준일 뿐입니다만, 작가 수준이 라노벨이라고 해서 낮은 건 아닙니다. 비주얼 노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인 시도도 많이 도입되고 있고, 장르 문학보다 훨씬 더 큰 기회를 작가에게 제공합니다.
최근에 몬스패닉이라는 라노벨을 알게 됐는데, 이 작품이 라노벨 원산지인 일본에 수출되더군요. 국내작입니다. 덧붙여 애니화가 된다고 합니다.
장르문학과 소비자는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요 시장은 10대겠지만... 결국 이 10대들은 10년도 더 전의 우리들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10년이 지나면 장르문학보다는 훨씬 더 좋은 모습으로 있을 거 같단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라노벨은 대여점 기반을 필요로 안 하니까요. 라노벨 대여점은 따로 없는 걸로 압니다. 대여점에서 같이 라노벨도 대여하는 정도는 있는 걸로 알지만, 이 역시 저작권 관련되서 잘 안된다고 들은 듯 합니다. 또한 라노벨은 소재와 재미만 충분하다면 2차 저작물도 얼마든지 만들어집니다. 앞서 설명한 몬스패닉이란 라노벨 같은 예가 있겠죠.
2차 저작물에 대해서는 물론 장르문학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만... (SKT 라던가 해서 만화책도 있었으니...)
어느 쪽의 파이가 클까요?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겁니다.
장르문학이 애초에 소비자가 직접 구해서 읽을 수 있었다면 모를까, 대여점에서 천원도 안 하는 돈이 왔다갔다 하며 대여점의 배만 불려주는, 작가들은 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시점에서 잘못된 거죠.
과거의 영광을 살펴봅시다.
만개의 대여점이 책 한권에 천원씩 받는다 칩시다. 그리고 각 대여점에서는 10명의독자가 존재합니다. 그러면 대여점은 7~8천원을 들여 1만원, 수익이 3천원이 남습니다.
작가는 7~8백원의 인세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책 만권을 팔아서 8천원짜리 책의 인세로 10%를 받는다 치면, 800만원을 손에 쥐게 되는 겁니다.
동일한 수요가, 그러니까 10만명이 라노벨을 읽기 위해서라면 사야합니다. 물론 다 살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반인 5만명이 산다 치면? 권당 6천원 잡고 인세 10%라 치면, 600원씩 5만입니다. 300만원이겠네요.
누가 봐도 대여점 시스템을 깔고 가는 장르문학이 유리합니다. 실제로 50% 정도나 사 줄리도 없으니까요.
미리 말씀드렸습니다만, 과거 기준입니다.
현재를 봅시다.
실은 잘 나가야 천부정도입니다.
라노벨은 얼마나 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보자면!
<아래는 가설입니다.>
10만명의 책을 읽는 사람이 있고, 동일한 재미를 보장한다는, 구매하지 않는 한 전혀 책을 볼 수 없다는 조건하에 이중 5만명이 책을 살 의도가 있습니다. 또한 이 구조에서 10만명의 독자는 모두 대여점 이용이 가능합니다.
대신 다른 방법이 있다면 소비자는 보다 싸고 효율이 좋은 그 방법을 선택한다는 조건입니다.
일종의 경제 논리죠. 합리적인 대체재가 존재하는 한, 기본재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여기서 합리적인 방법이라 함은, 대여점의 이용입니다. 당연히 독자는 대여점을 이용합니다.
이 조건 하에서...
1천 부 정도 팔린다 하니, 대여점이 1천개 있다고 계산됩니다.
출판사는 1천부를 팔았으니 고정비용과 가변비용을 포함해 7~80% 정도를 제외한... 그러니까 권당 8000원일 때 20% 이익을 잡고 1600원씩 남겨먹겠네요.
1600원씩 이익을 남긴다 칩시다. (이때 많이 찍어내면 찍어낼 수록 가변비용이 감소할 테니 이익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그럼 1.6천X1천권, 즉 160만원정도를 남기고... 10% 의 인세를 받을 작가는 80만원이겠네요.
그리고 1천개의 대여점은 10만명이 다 대여해간다 치고, 1개 대여점에 100명이므로 한권에 100만원이라는 이익을 남기네요?
와우. 이익금을 본다면 작가만 병신되는 훌륭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라노벨 같은 경우는 10만명 중에 책을 반드시 사서라도 보겠다는 5만명이라는 조건에 5만명이 전부 책을 사야합니다.
그럼 출판사는 똑같이 20% 정도 남긴다 치고.. 책값을 6000원으로 잡는다면.
출판사는 1200X5만, 대여점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X, 작가는 600원X5만.
출판사는 6천만원... 작가는 3000만인가요.
몇 배가 차이나죠?
물론 현실은 전혀 이렇지 않습니다.
모든 소비자는 주어진 정보대로만 소비를 하는 게 아니니 변수는 존재합니다.
다만.
시장이 커지면, 이렇게 격차가 벌어진단 뜻입니다.
실제로는 5만명이나 되는 사람이 사줄리도 없겠죠.
아마 10만명이 있다면 10% 정도나 사줄까, 말까일 겁니다.
그래도 만명입니다. 그러면 적어도 대여점에 목메다는 장르문학보다도 독자의 구매력에만 의존해야 하는 라노벨이 낫습니다. 1%라고 쳐서 동일한 수요만 가지게 된다고 하더라도, 후자의 라노벨은 지금 성장세의 시장이라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장르문학은 하향세라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대체가 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굳이 책을 사서 봅니까? 아니면 빌려서 봅니까?
왜 빌려보냐, 사서 봐라!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장르문학 소비자가 얼마나 됩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대여점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장르문학이 이렇게 됐다는 겁니다.
고정적인 소비층이 있으니 시장공급자는 손해가 크지 않습니다. 규모의 경제라고 볼 수도 있겠는데, 일정량을 게속 찍어내서 팔면 어쨌든 손해는 거의 보지 않는 구조입니다. 안정적인 수입이 가능하나, 획기적인 이익 창출은 없습니다.
당연히 그냥 많이 찍어내는 게 유리한데 독자들이 찾는 양질의 작품을 낼 필요가 거의 없습니다. 가끔 개천에서 용나듯 몇몇 작가들이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는 겁니다. 작가들을 욕할 게 아니라, 이 시장 구조 자체가 병맛인 셈이죠. 예전에는 빛을 발했을지 몰라도, 대체 오락거리가 늘어 책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고... 훨씬 싼 가격에 더 재밌는 걸 즐길 수 있는 데 과거의 싸구려 오락거리, 700~1000원 내고 빌려보고 말았던 장르문학을 돈 주고 사라는 게 어불성설입니다. 애초에 90% 이상의 독자들은 그렇게 길들여졌으니까요.
반면 라노벨은 첫단추를 잘 꿰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독자가 소비를 하게끔 유도되고 있으면서 가격도 일반 장르문학에 비해 싸게 책정됩니다. 거기에 만화적인 성격도 많이 들어가 있어 요즘 트렌드에도 많이 맞는 편입니다. 비주얼 노벨이니 뭐니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게다가 소재도 이쪽이 훨씬 충격과 공포입니다.
대부분 10대, 그것도 남자들을 타겟팅해서 소설이 쓰여지고 있어서 한계점이 분명하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건 초기의 장르문학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먼치킨이 처음 나왔을 때 양판 소리 들었을까요? 아니죠. 마찬가지인겁니다.
@_@...
또 한 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은....
문피아와 같은 사이트의 존재겠죠....
무료 연재 판타지가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
굳이 소비자는 돈을 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단순히 오락거리를 찾는다는 전제 하에서는 그냥 이런 사이트에서 완결된 소설 좀 찾아보던가... 남는 시간에 보물찾기라도 하듯 여러개의 소설을 찾다보면 입맛에 맞는 소설을 발견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굳이 한정된 출판작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거죠...
참 아이러니입니다...
등단을 위해서 이런 사이트에서 연재하면서 노력하는 건데...
결국 보상은 바라기도 힘든 결과를 향해 달려야 한다는게....
최근에 판타지에 대한 회의적인 글이 많이 보여 두서없이 써봤습니다.. @_@;
문제가 된다면 정담지기님이 아마 친절하게 삭제해주실거에요(...)
아무튼...
오늘도 글 쓰는 분들은 화이팅입니다.
독자분들은...
죄가 없습니다.
소비자가 좋은 양질의 상품을 찾는 건 당연한 거지, 공급자의 눈치를 볼 일이 전혀 아니니까요.
좋은 하루들 되십시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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