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시니어
작품명 : 일보신권
출판사 : 드림북스
시니어 작가의 일보신권. 권수가 두자리가 되면서 많은 독자들이 이런저런 불만을 갖고 떠나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보신권을 재밌게 읽고 있는 독자로서, 이번에 나온 15권을 즐겁게 읽고 나서 이 작품에 대해, 그리고 독자들이 갖는 불만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1. 작품의 스토리 진행이 느리다.
많은 독자들이 작품이 10권이 넘어가는데도 소림사 내에서만 진행되는 스토리에 불만을 갖습니다.
독자들이 "대체 장건은 언제쯤 무림으로 나가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결국 주인공이 지닌바 힘으로 소림 밖에서 벌이는 통쾌한 활약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깔린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소림을 배경으로 장건의 정신적 성장을 주제로 잡습니다. 무공은 어디까지나 이러한 주제에 다가가기 위한 도구,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실제로, 1권부터 주인공의 액운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스토리의 전개를 살펴보면 이 작품의 목적이 주인공이 무림으로 나가서 치고박고 싸우는 데에 있지 않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스토리 역시 딱히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는 각 권마다 일어난 사건배치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내용전개가 느리다고 느끼는 독자가 있는 것은, 소림 내에서만 이루어지는 사건들과 어린애같은 주인공으로부터 답답함과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2. 주인공의 성격이 정신박약.
벌써 15권이 나왔지만 아직까지 기이하고 어린애 같은 행보를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표하는 것을 알고 있고, 실제로도 충분히 불만을 가질 만한 부분입니다.
저의 경우 일보신권과 작품의 목적 면에서 통하는 촌부 작가의 자승자박, 화공도담 등을 상당히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촌부 작가의 작품은 인물의 정신세계 측면에 대한 묘사가 뛰어난 편이며 글의 완성도도 상당한 편입니다. 그럼에도 촌부 작품과 맞지 않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그중 상당수가 그 이유로 주인공의 성격적 답답함을 지적합니다.
촌부의 작품이 순수한 인물과 진지한 내용를 주축으로 삼는다면, 시니어의 작품은 거기에 가벼움을 더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건의 성격은 충분히 일관성 있게 묘사되고, 그 변화 또한 섬세하게 드러나는 편입니다.
애초에 상인의 자식으로 태어나 절간에서 자랐다는 점에서 일반 무협소설의 주인공과 차이가 있음은 당연한 일입니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나이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무림인으로서의 주인공을 생각했다면 실망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독자가 장건의 모습을 정신박약으로 느꼈다면, 그것은 아마 장건이 소림의 인물들을 비롯한 여러 무림인들과의 차이 때문일 것입니다. 작중 내내 장건은 주변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특이하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장건이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박약이어서가 아니며, 사회성이 결여된 인물이라서도 아닙니다. 소림에서 유일한 장건의 이해자가 굉목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장건은 지닌바 재능은 뛰어날지 몰라도 정신적 측면에서는 그저 부족함 없이 자란 순수한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독자가 흔히 보아 온 무협 소설의 무림인이나 무가의 자제, 혹은 부모를 잃고 복수심에 불타는 독기어린 아이들과는 차별되는 부류의 인물입니다.
이러한 주인공의 순수성을 그대로 받아들이느냐, 정신박약으로 받아들이느냐는 독자 간의 관점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3. 막장 스토리.
솔직히 오히려 이 작품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이 스토리 부분입니다.
작품 초기에는 그저 주인공의 액운 때문에 소림에 맡겨지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이후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의 과거와 현재가 맞물려 연결되는 부분은 놀라울 따름입니다. 주인공과 굉목, 홍오 대사, 우내십존, 천하오절 문각, 황궁, 북해빙궁, 천룡검문 등. 주요 인물뿐 아니라 엑스트라급 인물들마저도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데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작품을 꼼꼼히 살펴 보면, 작중 등장하는 인물이나 집단들이 벌이는 모든 행동이 서로서로 연관되어 유기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천하오절이자 홍오의 스승이었던 문각의 대에서부터 시작된 현 우내십존과 홍오 사이의 불화, 홍오와 굉목의 불화 때문에 이어진 문각과 굉목의 관계, 소림으로 들어와 무공을 배우는 장건, 홍오와 장건의 만남, 우내십존과 홍오-장건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연결고리, 드러나는 그들 사이의 진실들, 소림 방장을 비롯한 배분의 변화와 북해빙궁, 그리고 관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실들이 서로 얽히고설켜 만들어내는 결과를 보면 정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이번 15권만 해도 앞권에서 얼핏 보인 문각 선사의 대에 있었던 빙궁과의 관계가 다시 드러나기 시작하고 굉목의 파계가 관부에 소림을 단죄할 빌미를 주는 등 사건들이 서로 연관됩니다. 실타래처럼 풀어헤쳐진 수많은 복선들은 점점 풀리어 결말을 향해 다가가고 있지요.
그 외에도 히로인이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의 경우, 물론 충분히 타당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점 때문에 주인공이 나이에 걸맞는 고민을 하게 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론적으로, 일보신권에 대해 이런저런 좋은 말을 나열하였지만 분명 부족한 점도, 그래서 지적받는 부분도 많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더라도 이 작품을 너무 저평가하거나 오해하고 있는 분들이 많아 안타까움에 이런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비평이라고 하기에 부족함이 많은 글이지만, 부디 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바입니다. 또한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부디 지적해주시면 고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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