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천마록.
출판사 : 파피루스.
개인적으로 파피루스란 출판사에 대한 인식이 근래에 좋아진 편입니다. 최근 산 두 작품(나담, 왕웃)이 파피루스 쪽을 통해서 나왔고, 굉장히 공들여 나온 작품들이란게 팍팍 느껴지기 때문이죠. 구입자 입장에서 뿌듯했습니다. 이 쪽은 개인판매 노선으로 따로 계획했다지만 암튼 파피루스잖아요?
하지만 이번에 천마록이란 작품을 본 순간 최근 파피루스에게 생긴 호감이 와장창 무너져내리는걸 느꼈습니다.. 작가님은, 아니 편집부는 식자 작업 하기 전 원고 검토는 안 합니까?
작가님껜 죄송하지만 내용의 훌륭함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내용을 10페이지도 읽지 않았거든요. 비평할 부분은 내용 쪽이 아닙니다.
이 작품, 마침표(.) 찍고 나면 무조건 다음 줄로 넘어갑니다. 이어지는게 하나도, 정말 하나도 없어요. 2페이지 쯤 읽다 이걸 알고 설마설마 하며 후루루루룩 넘겨보니 정말 마침표 다음으로 이어지는게 없습니다. 점 찍으면 무조건 다음줄이죠. 즉, 점엔터점엔터점엔터점엔터%$^%&&#$#&*%?!?!
A는 검을 들었다.
검에서 푸른 기가 일렁인다.
B가 놀라 외친다.
“온두루루라깃탄디스카!!!”
A가 찬란하게 빛나는 검을 내리친다.
B는 어떨결에 막았다.
보기에만 그럴싸하지 실로 별거 아니었다.
예문으로 머리에 떠오르는거 아무거나 휘갈겨 봤는데, 아 절대로 천마록의 본문이 저런 내용인건 아닙니다만은 문단 구성이 책 처음부터 끝까지 저럽니다. 점만 찍으면 내용이 어쨌든 다음 줄로 다 넘어가요.
최근 읽은 것 중 이런 식으로 점찍고 엔터, 식인 책은 제법 있었고, 물론 그 작품들이 보기 좋다는건 아닌데 유독 이 책이 눈에 밟히는건 문장 자체가 굉장히 짧고 심플한 편이기 때문입니다. 다른 점찍고 엔터 작품들은 그럭저럭 문단이 서너줄 구성인걸로 구색을 맞췄다면 천마록은.. 대화 부분 빼면 평균 한 줄, 길면 두 줄 정도? 이러다보니 눈에 확 띕니다. 문단의 정의가 마침표까지였습니까? 작가님이 편한대로 쓰셨다고 하더라도 출판 전에 출판사에서 이걸 고쳐야지, 이걸 어째 그대로 내놓습니까. 이러면 페이지 수가 얼마든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이 무시무시한 상태를 보고나니 차마 내용 읽을 엄두가 안 나서 결국 10페이지도 못 읽고 책 놔둔 상태입니다. 나무를 담벼락에.. 이하생략의 두툼한 분량을 읽다 요거 보니 더 비교가 되는거 같군요. 진정 같은 출판사 맞습니까아. 원고 받고 식자 작업만 하는 건 아니겠죠? 좀 신경써서 출판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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