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은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작가다. 물론 초창기에는 좋은 필력과 참신한 설정으로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공장형 소설가로 전업하는 것 같기에 흥미를 잃은 대상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체만큼은 괜찮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즉 읽기가 쉽다는 의미이다.
전혁의 절륜공자는 제목에서도 알겠지만 무림과 연관된 제비의 이야기인 것 같다.(사실 1권 중반까지만 읽었기에 자세히는 모른다.) 문체 역시 무난한 수준으로 술술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설정은 정말 ㅠ ㅠ . 무협지고 당연히 과거 중국을 배경으로 하니 왕조는 모르겠지만 전제국가임을 알 수 있다. 벼슬 이름도 통판과 지부대인을 들먹이니 아마도 명나일 듯 싶다. 이것 자체는 흔한 설정이니 딱히 말할 것 없지만 주인공이 어려지고 그 상황에서 은인을 돕기 위해 사기친 보석가게 직원과 주인을 엿 먹이는 장면에서 책을 집어 던지게 되었다.
일단 주인공은 보석을 훔치고 추궁당하였다. 그러나 그 보석을 직원에게 감춰둠으로써 직원을 대신 체포하게 만들었고, 자신에게 손찌검을 한 주인보고 은인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아동 학대와 누명을 씌운 죄로 고소를 하겠다고 한다.
과연 이 시대에 고아인 주인공이 관청에 맞았다고 고소를 할 수 있는 건가? 애시당초 이 시기는 근현대가 아닌 전제왕권이 존재하는 과거이다. 고아가 맞았다고 고소라니.... 이 시기 고아는 죽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다.
더 웃기는 건 이 대목에서 전치3주, 합의, 합의금, 고발장이라는 단어가 그대로 쓰인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무슨 전치 3주며 합의금이란 말인가? 설정이 뒤죽 박죽이다.
내가 무협을 읽는 이유는 거창한 것도 아닌 대리만족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대리만족은 문체뿐만이 아니라 구성이 치밀하고 구성이 짜임새 있을 수록 쉽게 감정이입 된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모순을 발견하게 되면 대리만족은 커녕 내가 시간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된다. 대여점에서 책을 빌린 주제에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나 싶지만 제발 무협다운 무협을 써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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