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신검화산
출판사: 네이버 이북연재
작가: 자우
이 작가의 전작은 검명무명. 비록 끝은 안좋았지만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다. 히로인으로 삼을 만한 등장인물들을 주저없이 딸로 삼는 것도 그렇고 독특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었다. 그래서 작가의 소개글을 읽곤 새로운 재미를 줄 수도 있을거라 여겨 보게 된 것이 이 비평을 쓰게 된 계기다.
짧게 말하자면, 기대는 완전히 배신당했다. 이 소설에 대한 내용을 언급하자면, 전장에서 살기 위해 발악하던 주인공이 황실의 수작에 걸려 살정이라는 일종의 살문 비슷한 조직 아래에서 무공의 실험체가 된다는 내용이다. 근데 어처구니없게도 전장터에서 혼자 살기 위해 별에별 발악을 다 했다던 설정의 주인공이 동료를 철저하게 챙기고 인정미 넘치는 모습으로 나온다. 얘 전장터에 끌려가 몇 년을 살기 위해 생존전투를 벌이던 사람 맞나?
나중에는 기녀를 만나는 것을 꺼려하고 남녀유별을 언급하며 한 방에서 잠을 잤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모습도 나온다. 이 놈은 전쟁터에 간 놈이 아니다. 서원에서 학문을 신나게 익힌 유생이었던 것이다. 책임질 일 운운하는데서 이미 글렀다. 이 장면에서 뒷일들을 예상할 수 있었다.
삶이 고달퍼 산적으로 돌변한 가련한 백성들에게 ‘돈을 나누어 주겠다’ 라며 성인군자적인 면모를 어김없이 과시한다. 전쟁터에서 굴렀다는 설정은 이미 어디론가 팔아치운지 오래다. 노인공경, 이웃공경, 남녀가 유별하다는 모습까지. 유학자가 따로 없다. 예전에 자신이 부러워하던 무림 고수가 되었는데도 자신의 위치를 자각하지 못하고 무림에 갓 나온 애송이 티를 팍팍 낸다. 검기를 뿜어대며 목검으로 바위를 깨부수는 사람이 은전 몇 푼을 받으며 이걸 받아도 되나? 내가 그럴 자격이 있나? 따위 생각을 해대는 걸 보면 헛웃음만 나온다.
설정이 무너지면 뒷 일들은 뻔해진다. 소설은 너무 전형적인 유생의 무림종횡기로 이어진다. 소설에 대한 흥미는 싹 사라진다. 지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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