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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님의 <심장이 녹다>

작성자
Lv.8 보니비
작성
11.02.22 18:37
조회
2,476

작가명 : 꿀벌(honeybee)님

작품명 : 심장이 녹다

출판사 :

(* 미리니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꿀벌(honeybee)님의 작품 <심장이 녹다>는 사계절의 셀로지네를 중심으로 그 중 사라진 겨울의 행방을 쫓는다는 매우 신선하고 독특한 내용의 판타지입니다.

「그는 겨울에게 선택받았다」라는 문장에서부터 벌써 작가는 멋모르는 독자들마저 작품에 풍덩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합니다. 첫 문장부터 일정한 톤을 띠고 흘러가는 소설의 분위기는 주인공 에르카젠만큼이나 서늘하고, 담담하며, 애수 어린 필치를 띠고 있습니다.

캐릭터들은 저마다의 슬픔과 삶의 양상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선과 악으로 나눌 수 없는 복잡미묘하고 현실적인 갈등관계를 형성합니다. 주인공은 겨울의 셀로지네인 에르카젠이지만, 독자는 그와 대립하는 ‘나쁜’ 인물들을 쉽게 미워하지 못하는 복잡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여름의 제럴드나, 마법협회장 에이든 등은 분명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위치에 선 인물들이지만 각각 한 소설의 주인공 못지않은 풍부한 이야기와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에르카젠 또한 평범한 주인공은 아닙니다. 그는 겨울의 셀로지네답게 지극히 냉담하고 무정하며, 현실적입니다. 특유의 매력에 더해, 마치 현실의 우리들처럼 불완전한 그의 모습은 피상적인 공감을 넘어 독자의 깊이 있는 이해를 끌어냅니다. 그가 루비안을 데려와 정성껏 보살폈던 이유는 주인공다운 선량함 때문이 아니라 그의 개인적인 상처 때문이었습니다.

루비안이 은혜의 법을 행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인물의 내면과 그 심리변화가 치밀하게 묘사되어 조금의 작위성이나 강제성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겨울이 주인공인 소설답게 서늘하고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도 중간중간 들어간 낙천적인 유머는 무척이나 자연스럽게 독자의 흥미를 유발시킵니다.

캐릭터를 작가가 설정해 놓은 대로 잡아끌어 독자마저 이리저리 끌려 다니게 하는 여타의 소설과 달리 <심장이 녹다>의 캐릭터들은 자기 주관과 뚜렷한 신념을 지닌 살아있는 인간들입니다.

학원에서 만나게 된 여름의 셀로지네 제럴드는 처음엔 주인공의 시선에 따라 단편적인 대립 인물 정도의 느낌을 주는 캐릭터였지만, 글이 진행될수록 사실상 가장 복잡하고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지닌 인물이 되었습니다.

그가 겨울을 고발하기 위해 편지를 쓰는 대목은 정말 작가분이 인간심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훌륭한 장면입니다. 세상으로부터 겨울에 대한 편견을 주입당한 제럴드가, 상처 입은 에르카젠을 보고 죄책감을 느끼게 되는 심리묘사 또한 인상적이고 탁월했습니다. 또 하나, 에르카젠과 제럴드가 나태한 여행을 즐기다가 그로 인해 희생된 자를 목도했을 때의 심리묘사도 빼놓을 수 없는 명장면입니다.

<심장이 녹다>는 절대 허투루 읽고 넘어갈 소설이 아닙니다. 읽으면 읽을수록 작가분이 이 이야기에 얼마나 세심한 공을 들이냐가 느껴져 왠지 동질감으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에르카젠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운명에 대한 좌절을 뼈아프게 겪는 주인공다운 주인공이지만, 또한 루비안의 말마따나 잘하는 것도 없고, 검을 휘두르라 시키면 춤을 춰버리는 못난 녀석이기도 합니다. 중간중간 에르카젠이 ‘주인공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때마다 전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주인공인데도 검실력이 훌륭하지 않고, 위기의 순간 총의 첫 발을(두 번째는 다행히 명중했지만)잘못 쏘고, 유진이 겨울의 분노를 달래라고 믿고 내버려뒀을 때 억지로 누르려다 무려 실패하고 마는 주인공이라니.

개인적으로 충격이었습니다.^^; 캐릭터를 신격화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방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전 그것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었나 봅니다. 진정으로 사람다운 캐릭터를 탄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에 꿀벌님이 더욱 존경스럽습니다.

<심장이 녹다>는 제가 최근에 읽은 환상소설 중 손에 꼽힐 만큼 인상 깊고 힘 있는 이야기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제가 어째서 환상소설을 읽고, 쓰는지를 깨닫게 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반드시 책으로 출간되어야 할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머지않아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데 누가 감히 눈부셔 하지 않겠어요!^^ <심장이 녹다>를 읽으면서 느낀 제 감동을 다 표현하기에는 이 글이 너무 졸렬할 뿐입니다.ㅠㅠ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게 제가 느낀 단점 부분을 정리해보겠습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인지라, 여러 가지로 잘못 이해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고, 작가분의 의도와 동떨어진 엉뚱한 지적을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저 제 못난 이해력을 탓해주시고 너그럽게 받아들여주시면 좋겠습니다.

1. 필력이 무척 출중하십니다. 다만 읽어 내려가면서 가끔씩 주어와 서술어가 들어맞지 않거나, 불필요한 수식어구 때문에 글의 리듬이 깨지는 현상을 조금 느꼈습니다. 최근글로 올라갈수록 그런 문장들이 확연히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한 차례 퇴고를 거치신다면 보다 완벽해지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ex) 32편 '검은 차림의 자' , '검이 검은 자의 검에'

35편 '드넓고 묵직한 고급스러운'

2.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임에도 그 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듯 보입니다. 가장 아쉬운 캐릭터는 역시 아랑페즈였습니다. 첫 등장은 가슴이 두근거릴 만큼 매혹적이었으나, 그 뒤에는 별다른 등장을 하지 않아 저를 섭섭하게 했습니다. 물론 <심장이 녹다>가 아직 완결되려면 멀었기에(멀었죠? 그렇죠? 그렇다고 답해주세요!) 아랑페즈 또한 그 뒤 자신의 매력을 뽐낼 기회가 많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시 제가 너무 성급하게 나서버린 거겠지요? 죄송합니다.ㅜㅜ

아랑페즈뿐만이 아니라, 좋은 캐릭터인 것 같았는데 사라져 버린 경우로는 아리엔, 리암, 제프리 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연은 조연답게 등장해야 한다는 것은 알지만 <심장이 녹다>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탐날 만큼 매력적인지라 하나하나를 다 핥고 싶은(;;) 욕심이 동한다고나 할까요.

이와 반대되는 캐릭터로는 위애가 있는데요. 위애는 아랑페즈와 마찬가지로 인간이 아닌 동물족(?)이며 아랑페즈의 뒤를 이어 나온 캐릭터여서인지 아랑페즈의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이 많고, 그 매력 또한 많이 반감되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나중에 위애가 말을 잘하게 되고 제 개성을 온전히 드러내게 되면 또 어떤 재미를 보여줄지 모르겠으나 지금으로선 약간 너무 갑작스러운 등장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단점이라고 써버리긴 했지만 제가 너무 성급하고 신중치 못하게 작품을 헤아린 것 같아 다시 한번 사과 드립니다.

부디 제 어리석은 감상 따위엔 신경 쓰지 말고 건필해 주세요. 전 다음 편을 간절히 바라고 기다리는 독자랍니다. 아무쪼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심장이 녹다>, 완결까지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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