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영기
작품명 : 무정도
출판사 : 청어람
여기 한 여자가 있습니다. 교육은 깊게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원수가 있습니다. 그 원수는 오른 손목에 흑청사 문신이 있지요. 원수인 이유는 정확하게 알수 없습니다. 부모의 원한, 가문의 원한, 개인의 원한 다 가능하긴 하지만 상당히 깊은 원한인것 같습니다. 깊이 있는 교육은 받지 못했다는 이 여자, 복수의 방법을 이리 저리 궁리한바 스스로 한계를 절감했는지 ‘병기'를 하나 벼려냅니다.(아마 이 복수의 시작 지점은 상당히 어린 나이인것 같습니다.) 동생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병기는 성도 다르며 나이차이도 심하며 이리 저리 생각해도 친동생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이 병기를 날카롭게 벼리는 방법은 처절합니다. 스스로의 몸을 대가로 이런 저런 남자들에게 이쪽에서 한조각 저쪽에서 한조각 구걸해낸 무공으로 병기를 키웁니다. 그리고 어디서 얻게 된건지 모르는 묘한 기법을 하나 알고 있습니다. (혹시 이 기법을 우연히 얻었기 때문에 원수가 생기고 가문이 멸망했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구걸하는 대가로 같이 자는 수 많은 남자들에게서 단순하지 않은 나름 깊이 있는 공부인것 같은 공부로 조금씩 공력을 모읍니다. 그 공력을 격체전력으로 동생의 오른손에 모아서 무적의 병기로 탈바꿈 시키는 중입니다.
여기 한 아이가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누나가 있지요. 그 누나는 돈을 받지는 않고 이런 저런 남자랑 잡니다 돈을 받지 않으니 창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이는 한번 본것은 무조건 기억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혹시 위의 그녀는 강한 병기를 만들기 위해서 이런 자질의 그를 고르고 골라서 동생으로 삼았는지도 모릅니다.) 끝없이 천하를 떠돌면서 정상적인 교육도 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형성하지도 못하고 있지만 누나의 품은 따뜻합니다. 누나와 자는 남자들이 적선하듯이 한가지씩 알려주는 무공으로 그는 무림에 몸을 담게 됩니다. 누나의 제약으로 그는 왼손으로만 칼을 씁니다.
여기 한쌍의 남매가 있습니다. 누나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동생에게 무술과 공력을 넘겨주기 위해 여러 남자와 자는 과정에서 치명적인 성병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누나는 아쉽습니다. 아직 복수하기에는 동생의 무공과 오른손의 완성도가 조금 모자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어쩔수 없는법 어린나이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시작한 복수행의 결말도 모르는 채 죽어야 할것 같군요. 그래서 누나는 동생에게 유언을 합니다. ‘죽을 위기에 처하지 않으면 오른손을 쓰지 말아라. 그리고 오른 손목에 흑청사 문신이 있는 자를 찾아 반드시 죽여라! ’ 남겨진 동생은 만들어진 병기 답게 별다른 욕망도 욕구도 사회관계도 없이 주어진 목적만 추구합니다.
여기 한 남자가 있습니다. 이런 저런 잡일이나 청부로 돈을 벌고 번 돈으로 흑청사의 사람을 찾는 일의 무한 반복을 하면서 나이를 먹고 있습니다. 탈명도라는 이름으로 불리는군요. 특별하게 협의가 있는것도 아니고 약속을 철저하게 지키는것도 아닌 그는 단 하나 누나의 유언을 지키는 것만이 유일한 목표이자 원칙입니다. (그는 목표를 이룬 후의 자기의 삶에 대한 생각마저도 전혀 없습니다.)
자 이런 설정에서 이 소설은 시작합니다. (저 앞의 모든 내용은 아주 짧은 프롤로그에 함축되어 있고 이런 저런 본문의 행간에 감춰져 있지만 명확하게 다 밝혀진 것은 없습니다.) 우연하게 얻게 된 마음에 드는 칼 한자루 때문에 얽히게 된 인연으로 공주와 알게 되고 음모가 얽혀 있는 사건에 연루되면서 그렇게 찾아도 못찾던 흑청사 문신에 접근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진행을 하지요.
프롤로그의 묵직함에 비하면 이런 저런 어설픔이 보이는 전개도 있지만(미묘하게 가끔 보이는 15~19금 장면은 왜 넣었나 싶기도 합니다.) 현재 나온 3권까지는 그렇게 까지 거슬리지 않고 과거의 숨겨진 원한과 누나의 숨겨진 사연 등등의 궁금함으로 인해 (뭔가 아주 더더욱 처절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것도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권이 기대되는 소설입니다.
최근의 추세로 무협에도 그렇게 까지 처절한 복수극이나 아주 무거운 이야기는 드문 가운데 간만에 묵직한 복수극 하나가 나온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프롤로그 후의 전개는 최근 취향을 따라가고자 함인지 약간 가볍게 나가고 있네요. 그렇지만 무언가 이런 저런 추측을 해볼때 마음속에 그려지는게 환란에서 혼자 살아 남은 어린 여자 ‘아이'가 피 맺힌 원한 한조각을 가슴에 품고 복수의 초석을 힘겹게 쌓아가는 풍경입니다. 혹시나 이 풍경이 저처럼 마음에 반향을 일으키신다면 한번 읽어보셔도 좋은 소설입니다.
옥의 티 : 만약 무협이 아니고 SF소설 이었다면 옥의 티 정도로 넘어갈게 아니라 제가 폭풍처럼 비난했을 만한 서술 내지 설정이 하나 있습니다. 주인공은 본신 능력은 그냥 평범한 일류급 무사 수준이지만 오른손에 거의 무한한 공력이 잠재 되어 있어서 거기서 나가는 공격력이 아주 강력합니다. 뭐 촌스럽게 무협의 세계에서 반발력을 논하고자 하는게 아닙니다. (작용 반작용의 법칙이 내공과 공력에 있어서 마치 질량처럼 작용한다면 그건 무협의 세계일수가 없겠지요 하하) 제가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건 3권에 나오는 내용 ‘무극사신의 덩치가 크지만 쾌도비의 오른팔은 백만 근 무게도 가볍게 들 수 있으므로 무극사신 따윈 지푸라기 보다도 가벼웠다' 제가 옥의 티라고 생각하는건 바로 이 설정입니다.
뭔가를 들때 여러분은 손으로 들었다 하면 그 부담이 손에만 오고 끝이던가요? 어깨 척추 골반에 이어 무릎 다리 까지 전신에 부담을 주겠지요. 이건 6백만불의 사나이도 똑같은데 전신 사이보그가 아니라 일부만 의체인 경우에는 손으로 몇백킬로를 들수 있어도 척추와 연결부 어깨 나가는건 어찌 할려고 6백만불의 사나이는 무거운걸 번쩍 번쩍 들었나 싶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공각기동대에 보면 그래서 격투전은 전신 의체인 소령과 바트만 주로 하지요. 어 타격이 온다 할때 내 손은 의체야 그래서 막을수 있어 해봐야 생체 부위가 있으면 타격은 거기도 가게 돼 있으니 말이죠. (그래서 공각기동대에서 소령이나 바트는 비중 때문에 맨몸으로 수영을 못합니다. 다른 부력조절기가 없으면 그냥 꼬르륵 해버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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