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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여주인공 야다약

작성자
Lv.2 스펀지송
작성
14.11.16 22:19
조회
4,014

제목 : 영약사

작가 : 황성

출판사 : 북두

요새 황성무협을 보는데 역시 한국최고의 무협만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야설록, 사마달, 하승남 같은 유명작가들 작품도 있지만, 황성은 중국적인 문화

속에 한국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최고의 재능을 지녔죠.

 

물론 최근에는 너무 상업주의에 치중해서 공장의 양산형 작품만 생산한다는

독자들의 비난도 많지만...팬들이 선정한 걸작선은 역시 한국무협 중 최고란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읽은 중에 영약사가 최고인 듯 합니다. 소설 영약사 금오의 아쉬움과 달리

만화는 반전과 재미란 면에서 더 낫군요.

소설에서 상실된 청풍과 야다약의 감춰진 사랑과 애증, 성에 대한 만화의 묘사는

매우 훌륭합니다.

아마 만화를 감상한 분들이라면 잘 아실 겁니다.

 

청풍과 야다약은 음양대법(?)을 하다가 그만 사랑에 빠져 버리는 막장스러운

출발이었지만 몰입도와 현실성이 끝내 주죠.

두 남녀는 처음에 서로 고결한 사랑을 외치면서 서로를 거부하지만 운명적으로

최고의 연애 상대란 사실을 느끼게 되죠.

 

청풍은 부모의 원수인 야륜제의 외동딸 야다약에게 매료당하는 자신을 부인했고

야다약은 정혼자 돌탄에 대한 사랑을 고수했지만, 결국 청풍을 사랑하게 되죠.

두 남녀의 심리, 육체의 변화 묘사는 매우 현실적이고 훌륭합니다.

두 남녀의 관계는 고결한 정신적인 사랑과 천박한 육체적인 사랑의 경계가 모호함을

드러내죠.

 

서로가 상대를 원하지 않았지만, 불가항력인 운명에 의해서 연인이 되는  스토리

는 흔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전형이지만, 작가는 더 교묘하고 복잡한 플롯으로 독자들

을 속입니다.

작가는 청풍의 첫사랑인 야다약 대신에 혈옥을 전면에 내세우는 사술로써 멋지게 독자들의 시선을 현혹합니다. 청풍과 혈옥은 금새 가까워지고 친밀한 관계가 된 반면

야다약은 청풍과 원수처럼 지내는 외형상의 트릭 때문이죠.

 

작가가 청풍의 연인으로 내세운 혈옥으로 인해 야다약의 존재감은 미미해 집니다만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플롯은 언제나 청풍과 야다약의 대결입니다.

마치 독자들을 상대로 추리 게임을 펼치듯이 청풍과 야다약의 관계성은 은유와 상징

암시로서만 드러나죠.

그러나, 중요한 대목마다 결정적인 단서가 드러납니다.

 

야다약이 추격해 와서 청풍을 고문할 때..그녀의 표정과 언행은 매우 잔인하고 저속했죠. 성적인 비속어가 나올 정도였죠. 야다약이 청풍을 고문하는 이유는 청풍의 말에서

결정적으로 나옵니다.  내가 평생 네 곁에 살면서 잠자리 상대가 되야 하냐?

야다약이 청풍에게 원한 것은 바로 여기서 나오죠.  동굴 속에서 두 남녀가 벌였던

육체적인 사랑을 원했던 거죠.

 

그러나, 청풍은 저속한 육체적인 사랑보다 고결한 정신적인 사랑을 더 원하는 지라

야다약의 요구를 거절하면서 두 남녀의  대결이 시작됩니다.

청풍이 원하는 고결한 사랑과 야다약이 원하는 육체적인 사랑의 대결이 작품의

주요 테마가 된 거죠.

 

청풍의 연인들인 혈옥, 영영, 은설 등은 전부다 청풍이 원하는 고결하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데 반해, 야다약은 육체적이고 정복적인 사랑을 한다는 결정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청풍은 마음 속 깊이 야다약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감추었고, 결국 이것때

문에 야다약과의 비극적인 운명이 잉태되죠.

 

청풍 스스로가 고결한 사랑을 외쳤지만, 내면 깊숙한 곳에서 야다약을 원한다는 사실

때문에 야다약이 언제나 분노했고, 증오했던 거죠.

다른 여자들과 사랑은 되면서, 나와는 왜 안되는 거냐? 널 반드시 죽이고 말 거야!!

 

청풍이 가지는 위선과 욕망, 허영심을 폭로하는 인물이 바로 야다약이죠.

청풍의 노래를 보면 야다약의 품 속을 그리워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야다약의 체취, 체온, 살결을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

청풍의 꿈 속에도 야륜제에게 굴복하고, 야다약과 결혼을 원하는 잠재의식이 드러

납니다. 세상의 부와 권력, 아름다운 야다약까지 차지하고 싶은 욕망이 나옵니다.

 

그러나, 야룬제가 부모의 원수라는 사실, 그에게 운명을 맡긴 여인들 때문에

포기하죠.

이렇게 작가는 작품 곳곳에 청풍이 야다약에게 품는 사랑과 성, 욕망에 대해

시적인 은유법을 쓰죠. 혈옥, 영영, 은설에 대해서는 직설법을 쓰지만요.

 

청풍과 야다약의 마지막 대결에서 두 연인의 감춰진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모든 불행의 원인을 청풍에게만 돌리는 야다약에게 참았던 분노를 터뜨리는 청풍

야다약을 쓰러뜨린 뒤에 혈옥을 끌어안고, 야수처럼 욕망과 본능을 채우죠.

거기에서 야다약에 대한 기억을 잊기 위해서 다른 여인들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나오죠.

청풍이 처음 사랑했던 여인은 야다약이지만, 비정한 운명에 의해서 결별해야 했고 그 때문에 언제나 괴로워했던 거죠.

 

결국 야다약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서 작품이 완결됩니다.

이렇게 청풍과 야다약의 감춰진 사랑이 작품 전체를 창조하고 이끄는 원동력이었고

 종결을 이룹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 두 연인이라는 흔한 설정을 가지고도

혈옥을 포함한 다양한 여인들과 사랑을 통해서, 독자들을 현혹시켰던 작가의 재능이

훌륭합니다!

특히 혈옥이란 인물을 통해, 진짜 여주인공인 야다약의 존재를 감추면서 독자들의 예상을 넘는 반전을 만들었단 사실은 절대명작급입니다.

 

만화 표지에 보면 혈옥이 아닌 야다약이 청풍의 품 속에 있다는 상징성이 그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죠!

물론 소설에서 야다약은 그저 별 무게감 없이 죽지만...만화에서는 비운의 여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시길 바랍니다!

 

그저 그런 소설의 스토리를 가져와서 절대명작급으로 재창조한 황성작가의 기량이

훌륭한 거죠!

저는 그래서 만화를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

 

 


 




Comment ' 3

  • 작성자
    Lv.78 키라라라
    작성일
    14.11.17 02:45
    No. 1

    황성작가가 그린거면 보겠습니다. 가군자 이래로 작가가 직접 그린걸 찾을수가없더군요.
    어릴 때는 많았었는데요. 공장에서 그린거만 보고 있자니, 열받아서 못보겠습니다. 직접 그린걸로
    추천해 주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 스펀지송
    작성일
    14.12.01 01:29
    No. 2

    황성무협의 걸작선이라고 독자들이 평해 논 글이 있습니다. 그걸 참고하세요. 개인적으로 가군자, 도지도, 백치룡, 구백룡, 구룡겁, 영약사, 무적의생, 대도호 등이 좋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관측
    작성일
    14.12.06 19:55
    No. 3

    황성의 정점은 가군자죠.. 그 후에는 에휴... 욕만 나와서..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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