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허담
작품명 : 독경
출판사 : 청어람
요즘 허담작가의 글을 마조흑운기부터 시작해서 독경에 이르기까지 재독하고 있습니다. 좋네요.
마조흑운기의 경우 거칠고 다듬어지지않은 느낌이었다면 근래 나오는 독경은 담담하게 흐르는 강물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느낌이 어떤 분에게는 큰 단점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저는 이 담담함과 담백함이 허담만의 독특한 장점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사실 요 근래들어 전 말초적인,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글들을 너무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 그런 글을 볼 때, 특히 결정적인 부분에서는 뭔가 뻥 뚫리는 듯 시원하고 감정적으로 희열을 느끼게 됩니다만, 아무래도 그 부분이 지나가면 분위기가 흐트러지는 작품이 많더군요.
어쩔땐 작가가 너무 감정 이입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주인공이 사회정의를 부르짖고, 감정의 과잉상태로 다 때려부수는 작품을 볼 때면 재미있긴 한데 작가가 너무 오바한다 싶기도 하구요.
그런 의미에서 전 느릿느릿하면서도 평탄한 허담 작가의 글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뭐 기연을 얻는 순간이나, 혹은 천하제일인 자신의 무위를 드러내는 장면에서조차 그 담담함이 흐트러지지 않는 부분이 오히려 신선하고 담백했다고 해야 하나요.
어떤 분들은 참 마음에 안드는 스타일이라고도 하시더군요. 폭발력이 없는 글, 메마른 글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사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폭발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글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전 독경의 담담함이 폭발력을 지닌 다른 글들에 비해 떨어지거나 부족한 글이라는 말엔 동의하지 않습니다.
독경의 담담함은 허담작가의 탄탄한 문장력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좀더 풀어 말씀드리자면 허담의 글재주가 모자라 담담한 글밖에 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황벽 - 철괴여견자 - 마조흑운기 - 신기루 - 고검추산 - 무천향 - 제국무산전기 - 화마경 - 독경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글을 써오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킨 허담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담담함이었던 거죠.
실제로 독경의 문장 구성력은 상당히 탄탄하고 뛰어납니다. 그리고 그 담담한 글에 한번 적응되고 나면 계속 읽고 싶어지는 흡입력도 있어요.
시원시원한 글도 좋지만 요즘은 느긋하고 담백한 글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일독을 권합니다.
PS. 그나저나 독경이 벌써 9권이나 나왔는데 문피아에 별다른 감상이 없네요... ㅜ 독경 진짜 재밌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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