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자우
작품명 : 검명무명
출판사 : 뿔
처음 검명무명을 본게 언제였던가. 꽤 오래전이었던것 같다. 그만큼 작가가 글을 쓰는 텀이 길었었나보다. 8권으로 완결을 보니 그 끝맺음이 조금 아쉬운감이 없지 않으나 참으로 무협소설답게 마무리되었다 할수 있겠다.
처음 이 작품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참 괜찮구나.''굉장히 멋스럽구나.'하는 것이었다. 나름의 무의 끝을 본 무명은 동굴에서 눈을 감으나 다시 눈을 뜨니 모르는 사람의 뚱뚱한 몸에 환생하였다. 이렇게 시작되는 이야기로 환생무협이나 판타지가 막 붐을 이루기시작한 시점에 나온 작품이다.
위에 말한 '멋스럽다.'는 표현은 작가가 글을 그려내는 특성을 말한것이다. 글을 읽는 내내 그렇게 느껴지니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음이다. 달리 말해서 필자는 검명무명을 읽고 홍콩의 느와르를 떠올렸다. 좀 지나친 비약일까? 혹자는 그리 말할수도 있으나 필자가 영웅본색을 떠올렸으니 서로 감각이 다를뿐일것이다.(웃음)
또한 작가의 취향(?)이 그러한지 필자를 땡기게(-.- ); 하는 장치가 있으니 양녀 철란과 설리,여동생 양혜령의 존재이다. 무늬만 유부남인 주제에 덜컥 소녀인 철란과 겉으로 보기엔 연인사이라 해도 좋을 은설리를 딸로 만들어버린다. 그것도 거의 충동적으로.(철란의 경우 그 아버지를 죽이고 돌보아달라는 부탁을 받았었나....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남자들에겐 그런 면이 있다. 내가 지켜주고 인형처럼 가꾸고 돌보아주고 싶은 존재를 가지고 싶어한다.그리고 나만을 바라봐 주고 나만을 의지해주고 나만을 특별하게 보아주기를 바라는. 좋게 말한다면 보호본능이요 나쁘게 표현한다면 마치 애완동물처럼....... 물론 필자에게도 있는것 같다. 위의 장치를 보고 입매가 슬며시 올라갔으니 -.-; 예전부터 무협에서는 이러한 장치를 즐겨 사용했다. 남들에겐 쳐죽일 마녀, 나에겐 예쁜 동생이나 누님 혹은 연인. 나만을 따르는 기억을 잃은 세상에 무지한 미녀등등이 자주 쓰여져 왔는데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여서인가보다. 작가 자우는 본 작품에서의 양운정을 늙어서 죽은 기억까지도 가지고 있게 하니 나름의 당위성도 있어서 그다지 억지도 아니다.(물론 세상의 상식으로 볼땐 말이 안되지만)
주인공 양운정에게는 뚜렷한 적도 없다. 그저 내 앞에 거치적거리면 베어버릴 뿐이다. 주인공이 선기나 영기를 지니고 있으니 거치적 거리는건 당연 마기나 악한등이다. 물론 순수하게 짜증나게 하는 것들도 있지만. 또한 전생의 무위를 너무나 빨리 되찾기에 뚜렷한 적수도 없다. 걸리는 족족 그냥 간다. 마지막 최종보스인 마선을 제외하고는 다 한주먹감이다. 심심풀이 땅콩인 머슴겸 제자도 있다. 전부 내 마음대로다. 주인공에게 반해서 상사병을 앓는 미녀도 몇 있다. 본래 부인이었던 여자도 천하제일미이다. 그야말로 거칠것 없는 세상이다.
필자가 이렇게 풀어서 쓴 이유는 검명무명이란 작품이 좋아서이다. 위의 작품은 너무나 호불호(好不好)가 뚜렷할 것이다. 어떤 이는 아마도 '처음에 조금 보다 덮었어요.' 또 '저하고는 취향이 안 맞는것 같군요.'라 할것이고, 다른 이는 '난 재미있게 봤는데 쩜쩜쩜'하고 말할 수도 있다. 취향을 많이 탈 작품이라는 뜻이다. 아마도 작가도 이 점을 알 것이다. 그럼에도 꿋꿋이 자기 쓰고 싶은 데로 써버렸다. 본인 취향의 글을 주위의 눈치를 보지않고 쓴것이다. 필자는 그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글의 어디에도 그런 굴곡이 보이지 않고 초지일관의 자세로 써 내려갔다. 그래서 필자는 감히 스타일리쉬하다 평하고 싶다.
문제가 되는 부분도 있다. 처음엔 멋스러워 보이던 글이 갈수록 그 농도가 더해진다. 멋이 뚝뚝 떨어지고 넘쳐흐른다. 한마디로 겉멋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것은 쉽게 식상하게 한다. 그래서 좀 읽다가 '어차피 뻔한 얘기'라며 다음 부분,다음장을 넘긴다. 독자의 몰입과 흥미를 방해하는 멋은 겉멋이고 요란한 치장에 불과하다. 작가는 그러한 부분을 신경쓰기보다는 글의 흐름에 부합되는 변화를 꾀했어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작품 검명무명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알고 있다. 앞으로 다음 작품을 낼지 어떨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개성있는 이 작품으로 훌륭한 데뷔를 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리고 한가지 작가에게 물어볼것이 있다.
작가 자우는 스타일리쉬한 무협을 꿈꾸는가?
p.s : 마지막 마선과 양운정과의 관계는 저에게 즐거운 반전이었습니다. ㅎㅎㅎ
또 p.s: 비평은 무조건 까는건 아니죠. 칭찬도 확실히 비평입니다. 왜 감상란으로 가지 않았냐고 혼내지는 마세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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