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십일연의 마법사
작가 : 란돌 2세
출판사 : 문피아 연재중
최근 선작해서 재밌게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왜 자신이 없으신 건지 이해가 안 가서 씁니다(...). 홍보글에도 글 쓰는 재주가 없다고 하셔서 댓글 달았건만... 여하튼 오랜만에 비평하는거 제대로 하겠습니다.
단점
듣고 싶은 이야기부터 들려드려야겠죠.
먼저 초반부의 몰입도가 떨어집니다. 물론 비평 역시 주관적일 수 밖에 없으므로 현재 읽고 있는 독자 중에는 다른 부분을 지적할 분도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비평하겠다는 인간이 이런 말 밖에 못 해서 죄송하지만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서술로 사람을 휘어잡을 정도의 글빨은 아니다... 라고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초반부는 아무래도 평범한 내용이니까요. 던전. 망캐인 줄 알았더니 아니네?! 잘나가는 내 친구들...
더불어 아직까지 등장한 인물들은 각자의 목적과 갈등을 가진 인물들이라기보다는 주인공을 둘러싸고 펼쳐진 일종의 기믹들로 보인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절친한 죽마고우인데 유능함. 주인공을 주목하는 높으신 분. 뭔가 개성이 없죠. 평면적인 인물조형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아 다만 최근에 등장한 그 한 아파트에 사는 여학생은 예외입니다. 아직 안 본 분들을 위해 스포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 이 정도로.
장점
초반의 한 고비를 넘기고 나서도 소재 자체는 크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강해져가는 주인공과 주인공을 주목하는 사람들. 하지만 소환수들이 나오면서 글이 재밌어집니다. 그건 주인공의 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되는 시기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란돌 2세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위트가 잘 드러나기 시작해서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이 비평글 보고 십일연의 마법사 볼 분은 각 화별 부제 꼭 챙겨보세요. 작가님의 소소한 위트에 피식피식 웃게 됩니다.
더불어 앞에서는 평범하고 일상적 서술로 사람 휘어잡을 글빨은 아니라고 깐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게 굉장히 이율배반적입니다만, 란돌 2세 님은 어떤 포인트를 잡고 글을 쓰는 부분에서 그걸 과하지 않게+매력적으로 잘 쓰시는 것 같습니다. 그게 아주 잘 드러나는게 소환수들이죠. 말하자면 소환수들은 원 포인트 캐릭터입니다. 한 가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조연급 단역들이죠. 그 하나의 포인트를 아주 맛깔나게 쓰십니다. 문제는 이게 인간 캐릭터는 하나의 면모만 있으면 평면적이고 밋밋해진다는건데, 심지어 그 면모도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꽤 흔한 내용들입니다.
여하튼 소환수들을 갖고 쓸 때 포텐이 가장 터지십니다. 그렇다고 평생 소환수랑만 노는 히키코모리가 될 순 없으니 인물 표현 때도 건투를 빕니다. 각 인물 별 시그니처가 될 수 있는 포인트만 딱딱 잡아도 훨씬 풍성한 글이 될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글 쓰는 사람 개개인의 개성이니... 그냥 건투를 빕니다.
마지막으로 적당합니다. 이게 최고의 미덕이라고 보는데 주인공은 특별하지만 특별함이 과해서 연예인병에 걸리지도 중2병에 걸리지도 졸부병에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정말 수많은 현대물이, 보면서 “역겨움”을 느끼게 하는게 기득권을 비판하고 짓밟으면서 정작 주인공 본인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기득권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낳은 모든 부조리의 화신과도 같은 인물이 되어간다는 점이지요. 그런데 십일연의 마법사는 컷트를 잘 한 글입니다. 작가 본인의 대리만족이 강하게 들어가기 마련인 타인 짓밟기도, 주인공에 대한 주위의 무슨 신적인 찬양도 없습니다. 주인공은 강해진다. 특별한 인물이다. 주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다. 라는 부분을 자연스럽게 잘 보여주면서 그게 과하지 않습니다. 아주 밸런스가 좋습니다.
끝
진짜 이게 끝인데 그래도 결론은 있어야 할 것 같으니까...
란돌 2세 님은 충분히 잘 쓰십니다. 전 이미 선작해놓은 글이고 할 수 있으면 끝까지 달립니다. 완벽한 글이라고는 안 합니다만 단점은 크지 않고 장점이 아주 취향에 맞습니다. 특히 마지막 세 번째 장점은 진짜 희귀한 장점입니다. 자신감을 가지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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