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악마사냥꾼
작가 : 뭄토
출판사 : 문피아 연재
이야기의 완급 조절은 소설에 씀에 있어서 중요한 기술입니다. 타이밍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사건의 길이를 조절하고 새로운 사건이 들어갈 타이밍을 재는 기술, 이는 독자가 계속해서 글을 읽을 수 있도록 유도하며 동시에 신선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가라면 누구나 터득해야 하는 기술입니다.
허나 이런 기본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는 아마추어 작가는 보기 어렵습니다. 작가의 역량은 둘째 치고 일일연재를 하는 것이 기본이 되는 인터넷 소설 판에서 당장 내일 쓸 1화 분량이 아니라 이야기 전체를 내다보며 완급 조절을 하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악마 사냥꾼’은 작가의 역량인지, 아니면 적당히 쓴 글이 운 좋게 딱 타이밍이 맞아 떨어진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완급 조절이 뛰어난 소설인 건 확실합니다. 여기에 이야기 전개를 흥미롭게 하는 기능적인 연출 방법이 더해져 감칠맛을 더합니다.
주인공 윤준혁은 정신병원에 갇혀 감금생활을 합니다. 한정된 공간에서 한정된 생활을 하는 그는 언젠가 병원에서 탈출할 날을 기다리며 반복적인 생활을 합니다. 어느 날 그는 기이한 꿈을 꾸게 됩니다. 사실처럼 느껴지는 꿈속에서 주인공은 마물을 때려잡아 실전을 감각을 익힙니다. 현실과 꿈 이 두 공간 모두 폐쇄적인 환경이라 이야기가 길어짐과 같이 주인공이 겪는 답답함을 독자도 공유합니다. 질리는 느낌을 받고 읽기가 버거워지는 순간 주인공의 환경이 변하고, 꿈과 현실의 경계가 부서지면서 주변이 확 트이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후 전개도 질질 끌어서 지루 할 수 있는 사건들을 적당한 타이밍에 정리하고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허나 이는 반대로 말하면 소설의 모든 내용이 재미있고 몰입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이 전환 될 때 마다 상쾌한 기분이 드는 것이죠. 기능을 위해 이야기를 쓰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프롤로그로 설명해 보면, 악마사냥꾼의 프롤로그는 어떤 아이가 임프에게 쫓겨 달아다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습니다. 아이는 그를 보고 가디언이냐 묻지만 그는 자신을 악마사냥꾼이라 대답합니다.
위 프롤로그의 목적은 명확합니다. 이야기의 배경이 현재라는 것. 적은 임프라는 몬스터고 이를 막는 가디언이란 존재가 있다는 것. 마지막으로 주인공은 일반적인 가디언인 아닌 악마사냥꾼 이라는 것. 이렇게 세 가지 배경을 독자에게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프롤로그입니다. 중요한 건 이 것들이 모두 작위적으로 느껴지고 이야기엔 매력이 없다는 겁니다. 그냥 어디서 본 것 같은 오마쥬 덩어리입니다.
정신병원에서 파트에서의 이야기는 영화 올드보이에서 감금장면을 떠올리게 하고, 꿈 속 장면의 경우에는 컴퓨터 게임의 시스템 메시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은 적에게 10의 데미지를 입혔다.-
-주인공은 적의 공격을 피했다-
-주인공은 물약을 마셨다. 체력이 회복되었다.-
대충 이런 느낌입니다. 두 사건 모두 ‘악마사냥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야기가 충분히 만들어 지는 것이 가능했을 텐데 적당히, 편하게 넘어간 것이 매우 아쉬웠습니다. 저라면 이야기를 좀 더 심화 시켜서 주인공이 병원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마지막으로 에피소드 하나를 완결시켰을 겁니다.
문장력은 준수합니다. 약간 무겁다고 생각은 드는데 그만큼 안정감이 있습니다.
작가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일일연재의 촉박함 때문에 이야기 전체의 균형감을 파악하지 못했고 사건을 지금보다 더 매력적으로 심화시키도록 고심 할 시간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지금보다 더 발전되어 있는 악마사냥꾼을 다시 읽고 싶습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