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수님의 글을 읽다보면 백상님이 생각난다.난데없이 무슨 소리냐라고 말하는 분도 계실 것이다.무협에 처음등단하면서부터 백상님의 글은 구성상 천편일률적이라는 단점이 지적되기도 했지만 보다 큰 장점으로 이를 커버하여 무협계에 뚜렷한 백상流의 흐름을 만든 분이라 평하고 싶다.삶속에 깨달음,지루할것 같은 문체, 그러나 독특한 소재로 버무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상당한 독자층을 이끌며 무협계의 한 흐름을 이끄는 大家중 한분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적으로 정상수님의 글도 마찬가지로 다가온다. 자연검로부터 독문무공,청천백일까지 독특한 소재,지루할 것같은 문체,그러나 독자와 함께호흡하는 듯한 짜임새있는 이야기구조와 흥미진진함은 정상수式 과장법,인물에 있어서 생동감부족등 지적되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꽤 매력적인 글로 다가온다. 나름대로 정상수流의 형틀을 상당부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한국무협계에 주축을 이룰 大家중 한명이 될 것을 의심치않으며 다른 작가와 구별되는 독특한 정상수流를 구축하는 험난한 도정에 서 있다고 생각한다.
흐르는 물처럼 부담없이 글을 읽으며 즐기는 나로서는 앞으로 어떻게 퍼즐을 맞춰야 퍼즐이 완성되는가 하는 퍼즐중심의(하드보일드)추리무협도 재미 있지만, 주인공의 시선으로 함께 퍼즐을 맞춰나가는 듯한 정상수님式의 글과 체계적인 과장법도 상당히 재미있다..정상수님의 글을 읽으면서 때로는 삼재검법인가 하는 검법을 계속적,반복적으로 수련함으로써 거의 최고수가 되는 다른 작가의 작품과 같이 개개인이 상황에따라 큰비중으로 느낄 수있는비약에,불충분하게 생명력이 불어넣어진 등장인물에,아직까지는 완숙하게 느껴지지않는 필치에 실망하여,또다른 여러사유로 책장을 덮는 분도 있겠지만 상황에 매몰되기보다는 상황에 주도적인 주인공의 호쾌함에,재미있는 소재와 상황설정으로 흥미진진하면서도 톱니바퀴와같이 잘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의 짜임새에 이끌리게 만드는 장점이 보다 많게 느껴진다.
자연검로,독문무공,청천백일---글을 보는 취향이 맞다면 상당히 흡입력있는 작품들이라고 생각한다. 무협소설이되 주인공이 무공습득을 거부하고 "순수한"의원 실력으로 不義한 의원을 처단할 수는 있으나 불의한 무림인을 처단하면 "주제넘은 일"이되는 시선으로 강호를 바라보며 성격이 "聖人"같은 주인공이 인생을 논하고 한편으로는 주위인물에 의존하며 무림활동하는 윤극사전기같이 읽을만한 글이나 읽으면서 답답함을 느끼게하는 글보다, 재미도 작품성도없는 "허접한"글보다, 혹은 독자를 우울하게 만드는 글보다는 한줄기 "거친" 폭포수같이 호쾌하게 흐르는 글이 더 소중하고 그립다...수준높고 드높은 高(go)무림의 풍토에서 이리저리 부딪치며 흘러가는 "거친 폭포수"에 합류하는 한 줄기 암류(暗流)가 되어 무협세상속 무림行步에 동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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