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임경배
작품명 : 권왕전생
출판사 : 로크미디어
비평란에서 권왕전생에 대해 이런 저런 엄청난 논쟁이 일고 있는데 권왕전생을 재밌게 읽는 독자로서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하고 싶어 이 글을 씁니다.
1.레펜하르트는 과연 위선자였나?
여기서 많은 분들이 yes를 누르고 레펜하르트에게 염증을 느낀 것 같습니다.
저는 레펜하르트가 그냥 10서클 마도사였을 따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엘프를 해방, 오크, 드워프, 트롤을 자기편으로 만든 건 사실이지만 그가 의도한 것은 인간과의 전쟁도 아니고 이종족으로 이루어진 제국으로 세계정복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엘프를 키우는 전혀 평범하지 않은 마법사였을 뿐입니다. 그는 어쩌다 엘프를 줍게 됩니다. 근데 이 엘프는 레펜하르트가 보기에 정말 예뻤습니다. 이 엘프를 애지중지합니다. 레펜하르트는 생각했습니다. 이 엘프가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 다른엘프랑 살면 좋아하겠지? 혼자면 외로울거야? 주변에 있던 엘프들을 이사오게 했습니다. 자연히 세트로 같이 핍박받는 이종족들이 딸려옵니다. 이들은 인간들에 대해 넌더리가 나 있고 서로를 보듬아 앉는 처지입니다. 당연히 엘프는 이 이종족들이랑 같이 사는 걸 좋아합니다. 레펜하르트는 이들을 만족스럽게 보고 있었습니다. .
한편, 옆 동네 인간들은 이종족들이 모여 사는 것에 불쾌함을 드러냅니다. 아니 노비들이 저렇게 자유인처럼 굴러다니다니? 저것들 다 잡아오면 돈이 얼마야?
가볍게 약탈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레펜하르트가 그걸 싫어합니다.
그리고 생각하기 귀찮습니다. 무제한 마법폭격을 해버립니다. 근처 인간들 다 죽었습니다.
후덜덜... 인간들은 긴장타기 시작했습니다. 마왕이다. 마왕이 이종족을 이끌고 인간들을 정복하려 한다. 전세계 인류가 똘똘 뭉쳐 마왕 레펜하르트를 무찌르러 갑니다. 결국 레펜하르트는 죽었습니다.
회귀전 스토리 요약하면 이겁니다. 네 레펜하르트 본인은 이종족의 인권이나 그런걸 생각한게 아닙니다. 그냥 엘프와 부부 소꿉놀이를 하고 싶은 엘프애호가였을 뿐이었죠. 그가 생각한 이종족이 인간답게 살 권리는 굉장히 부차적인 생각에 가깝습니다. 그는 애초에 아무것도 고려하지 않았어요. 그렇게 레펜하르트의 제국에는 아무도 레펜하르트를 자극하지 않았어요. 회귀후 엘프와 오크들끼리의 분쟁 이런건 마도사 레펜하르트의 제국에는 전혀 없었어요. 그렇습니다. 레펜하르트는 독재자였고, 그가 염두에 둔 것은 그의 사랑스러운 엘프 딱 하나였어요. 그는 모든 생명에 냉담합니다. 오크 드워프 등등의 노예해방이요? 예컨대 자기가 키우는 고양이가 심심하지 않게 캣타워. 장난감. 사료, 이것저것을 사준 것에 불과하죠. 자기편이 죽어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아요. 그는 그저 귀찮은 게 싫은 마법사였습니다. 더군다나 인간들의 목숨 따위??? 그냥 자신의 애완엘프의 감정에만 신경쓰는 절대자일뿐입니다. 대단한 노예해방의 대의를 가지고 추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후에 레펜하르트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옵니다만 그것은 자신을 마왕이라 비난하는 벌레들-레펜하르트입장-을 반박하기 위해서였죠.
후에 권왕으로 회귀 이후 냉담한 성격의 자신을 반성합니다만 결국 그 자신의 한계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거죠.
그는 인간이 자신과 같은 피가 흐르는 인간이라는 것을 생각지 못합니다. 그냥 벌레죠. 마법 한방이면 수천명이 그대로 죽어버립니다. 사람이 지나가다가 개미좀 밟아죽인거랑 같아요. 이것은 왕과 귀족이 평민을 아무 이유없이 때리거나 죽여도 아무런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아마 현대의 왕조국가의 대빵 김정은도 지나가는 여자 강간해도 그다지 죄책감을 느끼지는 않을꺼예요. 한번도 하층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본적도 없고 그럴일은 상상도 못하니까요. 뭐.. 중세 판타지 소설에서 평민 죽이면 악덕영주.. 민본주의와 천부인권은 기본 개념으로 탑재된 등장인물들이 많은데, 사실 중세시대만 해도 대부분 저런 생각을 갖고 있었죠. 어쩌면 레펜하르트가 너무 리얼한 성격이라서 욕을 먹는지도..
요약
엘프는 내 노비야. 내재산인데 왜 맘대로 해방시켜?
손가락 튕기면 죽는 하등한 생물 주제에 감히 나한테 개기고 내 애완 엘프를 괴롭혀? 다 죽어라.
으허헝.. 마왕이닷.
음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권왕전생.. 단점이 없지 않습니다. 레펜하르트가 귀애하는 엘프는 존재감 제로.. 다른 이나야라는 엘프가 사실상 히로인으로.. 좀더 달리 말하면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의 포스가 너무 약해요. 장르소설은 캐릭터성이 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그게 좀 약하죠. 그 주된원인이 레펜하르트에 비해 다른 캐릭터들이 너무 능력치가 낮습니다. 그 그리고 절대자vs절대자끼리의 싸움은 좀 지양하시고 그런 것보다는 처음부터 좀더 전략적이고 군대vs군대를 구현하셨으면 더 재밌을 듯 싶네요. 예를 들자면 하얀로냐프강 처럼 말이죠. 다행히 후반에는 좀 나아지긴 했는데 공국에 제국과 몇몇국가가 파견한 몇몇의 능력자들한테 농락당하는 장면은.. 좀.. 일반병사들이 너무 약한 것 같아요. 이런 먼치킨 놀이는 작가들한테는 편하지만 독자입장에서는 좀 흥이 떨어지죠. 그리고 유적에서 갑자기 마주친다거나 하는 건 좀 별로였던 전개..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 재밌고, 꼭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현재 연재되는 판타지소설에 재미를 따지면 적어도 다섯손가락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싶어요. 좀더 어두운 제2의 소드 엠퍼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에요. 아주 좋습니다. 전개에 몰입이 팍팍 돼요. 일단 아군vs적군의 밸런스 자체는 꽤 잘되어 있죠. 단순한 먼치킨 깽판물이 아니고 세력 균형이 적절해 일방적인 전개가 나오지 않죠. 독자를 긴장시키기도 하고 요즘 양판소 답지 않은 재미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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