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熱河)ㅡ온천이 많아 겨울에도 강물이 얼지않는 곳, 북방의 요새이면서 황제의 피서산장(행궁)
<열하일기>란 제목을 처음 연재란에서 봤을 때 국어시간과 연암이 떠오른건 당연했죠.
그리고 클릭해서 본 소설은 "허걱!"..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스크롤을 움직일 때마다 기가 막힌 장면들이 파닥거리는 싱싱한 언어로 펼쳐지는데,, 놀라웠죠.
자유롭고 경쾌한 리듬과 이야기로 사람 혼을 빼놓는 글에... 뿅~ 가버린 건 말할 것도 없구요. @.@;
그리곤 과연 이 소설이 박지원의 '열하일기'와 무슨 관련이 있긴 한 걸까.. 궁금해졌죠.
움.. 평소 잘 하지않던 수고로움을 들인 결과,
'열하일기'가 연암이 황제를 알현?하려 연경( 열하로 최종목적지가 변경되었지만 )으로 향하는 사절단을 따라 간 여행기이며 (사실 이조차 기억이 나질 않았다 -_-;;),
놀랍고 유쾌한데다 비약과 단절, 은유와 환유가 물결치는 글( 혼합장르,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비평서인지 )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배웠던 '호질'과' 허생전'의 '열하일기'는 편협하고 왜소한 영역으로 국한시켜 제대로 된 이해나 관심의 영역에서 멀어지게 만든 것일지도...
어쨌든 <열하일기>는 바로 그 동명작품에서 모티프를 가져와 너무도 근사한 무협을 보여줍니다.
박린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이나 그의 여정 그리고 다양한 변주들로 정신없이 웃음과 해학 속으로 독자를 밀어 넣는거하며... 그리고 그것들을 전달하는 독특하고 개성적인 감각과 언어......
'빛나는 명랑성'은 '깊은 애상'과 상통한다고 했던가요? 어쩌다 보여지는 박린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아픕니다.
ㅡ 손승윤님의 글은 '어떻게 쓸 것인가' 에 대한 실험적인 시도를 하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작인 천도비화수에서는 간혹 걸리는 부분이 느껴졌지만, (그건 문체의 측면도 있지만, 소우가 자기 몸에 비해 너무 크고 무거운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 부담스러운 심리적인 측면도 있습니다. 왜 그렇게 느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ㅡㅡ;)
<열하일기>에선 모든게 한데 어울려 절로 흥이 일 정도로 풍요롭고 아름답습니다.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천착은 진부해져 버린 기법을 구사하기보다는 기존의 것을 낯설게 하고 새로운 감성과 창조성이 깃들도록 합니다.
또한 그것은 대상와 소재에 따라 또 전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지(혹은 감각)에 따라 변화무쌍한 변이를 시도하기도 하구요.
바로 이런 점에서 그 말도 많았던 <청풍연사>의 문체도 나온 게 아닐까...
이렇게 '우리말의 풍요로움'을 느끼게하는 무협은 많지 않을 듯 싶습니다. ^^
흣, 간간히 유쾌한 장난도 보이는데...
가령 '장작빈'은 '타다 만 것 같은 얼굴의 중늙은이'이고, 초원을 이리저리 쏘다니며 애써 모아놓은 말똥(장작)과 집 마저 홀랑 강탈당한( 장작이 비어버렸으니 타다 말 밖에 )... 한물간 도적이죠.
제 관할구역 확실한(?) 요양휘만큼 억울한 관원이 또 있을까... 그가 객잔에서 징발한 육도(肉刀)로 펼치는 화산파의 절기는 '매화'가 아니라 '팅팅 불어터진 만두'입니다.
박린의 그 의뭉스럽고 당하는 사람 혈압올리는 말투는 또 어떤가요, 물론 그의 행동은 몇배나 더 치사스럽고 요사스럽습니다!!
암튼! 요로코롬~ 멋지고 재밌고 유쾌한 글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하고 담권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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