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자신이 왜 사는지 제대로 알고 사는 이는 없다...
정말 도를 닦는 사람들이나 이름 높은 고승들만이 어느 순간 번쩍 깨달음을 얻는다고 하나...
그들은 왜 사는지를 뭇중생들에게는 잘 알려주지를 않는다...
그저 뭔가 있을 법한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전할 뿐이었던가...?
제세원 제일신의 이청무는 윤극사에게 이런 말을 한다...
이미 충분하다. 세상은 있는 그대로도 충분히 슬프고 불쌍하다...
이렇게 작고 슬픔으로 가득찬 세상...
세상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살기에 고통스럽다는 것...
그러나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인가를 붙잡고 놓지않으며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백초곡의 의원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이상세계의 실현을 목표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들이 원하는 세상을 윤극사가 황제가 되어 하나둘 실현시키지만...
그들은 그것이 그들이 원하던 세상은 아니라고 강변하며 윤극사를 몰아 붙인다...
이는 윤극사로 인해 그들의 삶의 의미...즉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 때문은 아니었을까...?
신포 필재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의 존재의 의미는 나라에 충성하는 것...
그러나 사랑이 찾아오고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그의 존재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을 뜻했다...
사랑이라는 또다른 존재의 의미로 바꾸었으면 좋았으련만...
그것을 거부하자 그만 죽고 만 것은 아닌지...
그렇다면 윤극사는...?
윤극사는 그저 선한 마음을 잘 가다듬고 의원으로서 세상을 구제하고 다녔다면
순리에 의해 주어진 복을 다 박고 황제가 되었을 지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이치를 넘어서 사유하다가 순리를 어기고 주어진 복을 많이 깎아 먹어
자신의 존재를 잃을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세상을 만든 절대자가 자신의 존재의 이유가 되는 이를 빼앗아 가겠다고 하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은 사람이 존재할까...?
윤극사는 언제 빼앗길까 싶어 전전긍긍하며 걱정하고 절대자에게 대들기까지 한다...
그는 절대자가 거두어간 복(황제가 되는 일...)을 자신의 힘으로 되찾으며
자신의 존재의 이유이자 사무치게 사랑하는 아내 영을 내놓으라고...
절대자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를 자신의 세상에 가두어 놓고 협박하지만...
절대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절대자의 사유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절대자도 어쩌지 못하는
위치까지 올라왔지만...
오히려 절대자의 미움만 받고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으니...
과연 그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었을까...?
그러한 것이 없었기에 그는 다시 절대자와 타협했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자신이 제일 행복했던 시절로 되돌아 가게 되었다...
그 거대했던 능력도 거의 다 사라지고...
평범한 의원으로 되돌아 왔지만...
그는 자신의 존재의 이유가 되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그의 삶은 가치가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공부를 마치고 영과 함께 세상에 나와 아픈 병자를 돌보던
그 시절로 돌아간 그에게는...
알 수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희망찬 미래가 그의 앞에 펼쳐져 있었다...
윤극사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존재의 이유를 품고 살아가는지...
한번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소설의 여운을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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