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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에게 피어싱

작성자
Lv.1 여름안에서
작성
08.06.17 17:24
조회
1,125

작가명 : 가네하라 히토미

작품명 : 뱀에게 피어싱

출판사 : 문학동네

  아쿠타가와 수상작인 『뱀에게 피어싱』.  읽을 만한 책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 바다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처럼 블로그의 바다를 부유하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읽고 관심을 두게 되었다. 천재소녀. 그래, 그 말 한마디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 천재(天才)가 넘쳐 천재(天災)가 된지 오래지만 그래도 궁금하지 아니한가? 약관의 나이로 태극을 논하고, 검 하나에 우주의 묘를 담아낸다든지, 솜털도 가시지 않은 나이에 고위서클 마법을 솜털 같은 손짓으로 구사하는 천재들을 수두룩하게 보아 왔기에 천재에 대한 면역이 어느 정도 생겼다고 철썩을 넘어 처어얼썩 같이 믿고 있었지만 천재라는 말은 천재적으로 사람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으므로 그녀가 진정한 천재(天才)인지 천재(天災)일지는 읽어보고 판단하자는 마음으로 책을 집어들었다. 최연소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천재 소녀가 어떠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을 가득 안고 첫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모든 것은 스플릿 텅(split tongue)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신체개조-피어싱으로 스플릿 텅을 하는 행위를 통해 갈라진 뱀 혓바닥을 지닌 남자를 만난 루이. 그녀는 스플릿 텅의 알수 없는 매력에 끌려 그렇게 아마와 동거를 시작한다. 스플릿 텅을 하기위해 찾아간 피어스&문신 시술소에서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도통 알 수 없는 S성향의 남자 시바를 만나게 된다. 소설은 생각보다 단순한 구성을 이루고 있다. 아마-루이-시바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길을 지나다 루이를 희롱한 불량배를 반쯤 죽도록 패고 그의 이빨 두 대를 뽑아내 사랑의 증표라면 선물한 아마. 그 사건이 일어 난지 얼마 후 루이는 신문에서 그 날 그 거리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고 그 용의자가 아마의 인상착의와 같다는 것을 알고는 아마를 잃어버릴 것 같은 불안함에 그의 외모를 바꾸어준다. 아마를 잃어버릴까 감싸주면서도 시바와 관계를 갖는 루이는 자신을 위해 사람을 죽인 남자와 자신을 죽이고 싶어 하는 시바 사이를 오가며 그렇게 살아간다.

  

  그녀가 열중하는 것은 스플릿 텅의 완성을 위해 피어스 구멍을 넓히는 것과, 등에 기린과 용의 문신을 새기는 것이다. 그러나 혀의 구멍을 2Ga까지 넓히고, 눈을 그리지 않은 기린과 용의 문신을 완성하게 되었을 때, 루이는 지독한 허무함에 시달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마가 능욕당한 채 시신으로 발견되고 그녀는 삶에 대한 의지마저 놓은 듯 보였다. 경찰이 아마를 죽인 범인에 대한 몇 가지 단서를 이야기 해준 그날. 강물이 흘러넘치듯 루이의 생명력은 다시 솟아오른다. 시바의 가게에서 피어나오는 액스터시 무스크향을 코코넛 향으로 바꾸고 시바의 머리를 기르도록 권장해야 하기에.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표현으로 일본 문단을 들썩이게 만들었다는 사전 정보로 어느 정도 마음가짐을 가지고 읽었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솔직히 그다지 충격적일 것 까지는 없지 않나 싶다. 마지막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아마를 죽인 범인은 아마가 죽는 순간 이미 어느 정도 아니 상당 부분 어떻게 흘러갈 것 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었기에 별로 놀랍지 않았다. 그래도 당시 17살이었던가? 성인이 되지 않은 어린 소녀가 썼다고 하기엔 분명 충격적인 내용이지만 사실 작가에 대한 어떠한 정보가 없이 보았다면……

  

  물론 그 세 사람의 기괴한 관계나 피어싱과 문신을 통해 보여 지는 소유욕(자신이 갈망한 것을 소유하는 순간 루이는 삶의 의욕을 잃었지만, 소유한 것을 잃게 될지도 모르는 순간 오히려 삶의 의욕을 불태우는 루이의 모습)과 그것들이 가지는 상징성 등을 볼 때 문학적 가치는 충분하지만서도 아쿠타가와 상을 받을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나나』라는 만화책이 생각나기도 했고 말이다. 그래서 어때? 그녀는 지니어스? 글쎄. 그녀는 지니었수? 지니라 불러 볼까.

  

  

  사실 이렇게 짜디짠 평가가 나오게 된 데에는 내가 이와 비슷한 소재를 담고 있는 천운영의 소설『바늘』을 보았기 때문이리라. 추한외모의 말더듬이인 주인공. 세상과 그녀의 사이에는 크나큰 간격이 있다. 그런 그녀가 집착하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핏물이 고인 육류를 거침없이 뜯어먹는 식욕이며, 다른 하나는 문신을 완성으로 이르게 하는 과정까지를 탐미하는 것이다. 육류에 스며드는 핏물이나 문신을 할 때 살에 꽂는 첫 땀의 피 맺힘 그리고 고통을 참고 얻어내는 과정의 순간을 좋아한다. 문신을 새기러 오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무엇인가를 문신으로 새겨 넣음으로써 그 욕구를 충족하고자 한다. 바늘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엇엔가 소외되어 있고 고통 받고 있다.

  

  소설은 문신시술을 하는 여주인공 화자와 그녀의 홀어머니, 그리고 거세된 남성성을 상징하는 암자의 주지승, 강인한 남성적 힘을 갈망하는 청년이 엮어내는 이야기들을 밀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뱀에게 피어싱』의 살인사건과 같이 『바늘』에서는 스님의 살인사건 까지 끼어 넣음으로써 긴장감과 궁금증을 함께 유발 시킨다. 거기에 그로테스크하면서 자극적인 소재들과 함께 감각적 묘사와 표현이 강렬한 색채 띄고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글은 25페이지 남짓의 단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책 한 권을 읽은듯한 묵직한 만족감을 준다는데 『뱀에게 피어싱』보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뱀에게 피어싱』도 그렇고『바늘』역시 문학동네에서 출판된 작품이다. 가끔씩 일반 소설을 읽고 싶어질 때면 문학동네 출간작들을 찾아보는데 두 작품을 연이어 읽고 비교 감상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 다음으로는 가네하라 히토미와 함께 공동 수상한 또 한명의 천재소녀 와타야 리사를 만나러 가볼까.


Comment ' 3

  • 작성자
    Lv.1 유랑인
    작성일
    08.06.17 19:19
    No. 1

    확실히..아직 어린 작가..그것도 여자가 쓴거라곤 생각도 못할정도로 기묘한 소설이죠..
    근데 이작가 다른 작품인 애쉬베이비를 보면 이것은 그저 평범한작품일뿐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0 8walker
    작성일
    08.06.18 00:14
    No. 2

    스플링이 아니고..스플릿이 아닌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여름안에서
    작성일
    08.06.18 00:33
    No. 3

    엇 제가 영어표시 까지 하고선 스플링으로 다 써놓았군요. 이런 참 뻘줌 합니다 흐흐^^;;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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