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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Lv.1 여름안에서
작성
08.06.19 16:15
조회
1,037

작가명 : 박민규

작품명 :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팬클럽

출판사 : 한겨레신문사

공과 방망이 + 길다 + 9회말 + 이승엽 + 지루함 + 타자 + 삼진아웃 + 투수 +촌스러움 = 야구??

  

  기껏해야 야구와 연결되는 인물이라고 떠오르는 것이 동네 꼬마들도 너나없이 알고 있다는 박찬호, 이승엽 정도의 상식이하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야구는 어렵고 길고 지루하고, 거기다 왠지 모르게 촌스러운 느낌까지 겸비한 한마디로 재미없는 고루한 스포츠 정도로 각인되어 있었다. 물론 몇 해 전에 열렸던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을 통해 대회기간 동안 야구에 대해 급속도로 흥미를 가졌던 적은 있었으나, 야구 그 자체에 대한 관심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대만과 미국과 콧대 높은 일본을 꺾고 우승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같잖지도 않은-월드컵, 올림픽 때만 불타오르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애국심의 발로에서였다고 할 수 있겠다.

  

  『카스테라』를 읽고 박민규의 조용한 지지자가 되었기에 읽어 보려던 그의 장편『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이 긴 제목에서 마치 야구에 대해 느꼈던 길고 재미없다는 인식이 오버랩 되는 느낌을 받으며 첫 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고 말했으면 좋으련만 소설의 초반 부, 프로야구 원년과 삼미의 실적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부터 약간 난감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야구에 대한 무지와 내가 태어나던 그해에 사라진 삼미슈퍼스타즈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추억이 없다보니 그 이야기 속에 빠져들기엔 이 책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책에 가까웠으니 말이다. 허나 다행이도 작가의 위트와 재치가 넘치는 화법은 무지에서 오는 지루함을 달래주며 다음 페이지로의 진루가 가능케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아아! 그래, 잠시 잊고 있었다. 그가 바로 언어유희 슈퍼스타즈의 에이스라는 것을.

  

  프로답지 않은 프로 야구 원년 팀 삼미 슈퍼스타즈. “프로 야구 원년, 우리의 슈퍼스타즈는 마치 지기 위해 이 땅에 내려온 패배의 화신과도 같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고, 2연전을 했으니 하루를 푹 쉬고, 그 다음 날도 지는 것이다. 또 다르게는 일관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겠으나, 더 정확한 표현을 빌리자면 주도면밀하게 진다고도 말할 수 있고, 쉽게 말하자면 거의 진다고 할 수 있겠다.”고 말하는 화자의 말처럼 모든 수치스러운 패배의 기록의 산실이자 비웃음의 대상이다.

소년은 그들의 몰락을 바라보며 이를 통해 자신이 속한 소속에 대한 열등감을 느끼고 소속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인다. 일류대에 합격, 자신의 소속을 바꾸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나’의 대학생활은 지리멸렬하고, 우여곡절 끝에 유일한 친구인 조성훈은 일본으로 건너가고, 아버지의 건강악화로 집안의 몰락을 경험한 ‘나’는 일류대의 졸업장을 앞세워 대기업에 들어간다. 다시 한번 인간의 삶은 소속에 의해 결정된다고 굳게 믿고 그 소속에서 도태되지 않으려 애를 쓴다. 그러는 동안 가정은 붕괴되고 그토록 지키려 했던 직장에서도 해고 되게 된다.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스스로 붕괴되기 직전 그를 구원해 주는 것이 그가 애써 지워버리려 했던 삼미 슈퍼스타즈였다. 실직의 쇼크에 시달리던 ‘나’의 앞에 조성훈이 나타난다. 일본에서 불법체류자 생활과 홈리스 생활을 하다 돌아온 그는 ‘나’에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을 다시 결성하자는 황당한 주장을 하고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이제는 지상에서 사라진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 가입한다. 그들의 목표는 이 프로의 세계 속에서 다시 한번 삼미 슈퍼스타즈의 야구를 복원하는 것. 그것은 20년 전의 어느 날 갑자기 모든 국민이 프로가 되어야만 했던 우리의 삶을 복원하는 일이었기에.

  

  필요 이상으로 바쁘고, 필요 이상으로 벌어야 하고, 필요 이상으로 일해야 하는, 또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야만 하는 이 세계의 한 복판에서, 이제 ‘나’는 생각한다. 왜 우리가 프로로 살아야 하는가? 그리하여 ‘나’를 비롯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들의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진정한 야구가 시작된다. 자신의 모습을 사회의 패배자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순박하지만 욕심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 회원들은 보여준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고, 잡기 힘든 공은 잡지 않는 다는 말은 가장 인상 깊은 문장이다. 그들은 그것이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프로가 주는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야 함으로.  

  

  소설의 마지막에 와서는 초반에 느꼈던 지루함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는 여전히 야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어느덧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 되어있었다. 룰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삼미 슈퍼스타즈가 주는 그 뭉클뭉클하고 간질간질한 그 무언가를 느끼는 것이야 말로 삼미의 야구를 이해하는 것이기에.

  우리가 프로의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버려야 했던 것. 넓은 하늘과 노란 들꽃이 주는 그 무언가를 지나치며 우리네들은 그렇게 살아간다. 아니 그렇게 살아야하겠지.  그렇게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해도 프로의 기준을 채우기는 버겁기만 하다. 이 소설은 노력에 지친 이들에게, 프로가 되지 못한 이들에게, 프로가 되려는 이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일종의 응원 메시지라고 생각 한다. 치열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프로다운 것에 연연하지 않는, 소박한 것에서 오는 작은 즐거움과 여유로움이 당신에게 필요할 때이라고.

  

  박민규가 들려주는 수필 같기도 하고, 한 야구팀에 대한 기록과 회상의 평전 같기도 하고, 거대한 구라 같기도 또한 우리의 자화상 같기도 한 이 이야기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뜨거워지는 감동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끝에 와서는 책장을 덮기가 아쉬워 진다. 오존층이 사라지고 삼천포가 사라지는 것처럼 책장을 덮는 순간 마지막 남은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이 사라지는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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