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햇빛고양이
작품명 : 로망
친구와 마비노기를 하던 도중, 잠시 쉴까하는 생각에 문피아를 서성거렸습니다. 그랬더니, 어찌보면 자극적일 수도 있는 제목의 추천글이 있더군요.
[제 2의 판타지 입문서... 일까나?]
지금은 언능님의 추천글에 감사를 드립니다만, 처음 봤을 때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 낚시성의 제목인가? 요즘은 널린게 입문서겠군."
하지만 기나긴 던전 사냥으로 심신이 피로하여 마침 읽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여느 판타지와 조금 다르달까?
처음 프롤로그가 고전으로 느껴졌습니다. 적당한 무게도 있으면서 꽤 재미있는 장치들도 눈에 띄더군요.
또한 눈에 뜨이는 문장도 보였습니다.
[엘프는 의미를 몰라 혼란을 깨달았고, 드워프는 나침반의 정교함에 기술을 깨달았다. 페어리는 나침반의 빛에 의미를 잃었으며, 호비트는 관심을 잃었다.]
여기서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의미를 몰라 혼란을 깨닫다?"
오히려 어색한 표현이라 이상한 의문을 가지게 되더군요.
프롤로그라면 분명 몇번 고쳤을 텐데... 왜 이런 것을 남긴거지? 그 밖에도 "애초에 장인인 드워프가 기술을 깨닫다?", "페어리는 나침반의 빛에 의미를 잃었다?", "호비트는 관심을 잃었다?"
주제도 없는 의미 없을 말들이 계속 신경을 거스르더군요. 뿐만 아니라 괜히 반복까지 하는 바람에...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침반'이란 물건이 등장하고 부터의 사건이란 것이 왠지 흥미를 끌었습니다.
(이후 글을 다 읽고나서 작가님의 보물창고를 보니 더욱 확신이 서더군요. 아마 종족의 특성을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아무튼, 이후의 이야기는 일반적인.... 아니, 요즘은 고전적 소설이 흔하지 않으니, 일반적이란 표현은 맞지 않으려나?
그렇저렇 이야기가 이어지며 프롤로그가 끝나고 장면이 바뀐 후 약간의 전투씬. 인물의 생동감도 잘 살려놓으셨기에 제법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1인칭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주인공의 성격은 지극히 평범을 추구하는 밝은 소년입니다. 작가님의 성격이 반영되어 그런지 모르겠지만, 미소 짓게하는 농담들과 위트있는 이야기들.
행동으로 웃기는 삼류 개그물과는 거리를 두고 있더군요. 또한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소제목.
로망이란 단순한 제목과는 달리 소제목은 대학 리포트에서나 나올 법한 문구입니다.
1장 - 시작의 양면성이 내포하고 있는 무게에 대한 관찰 보고서.
2장 - 의견 통일 집단에서 발견되는 일괄 된 행동의 예술적 미학.
하지만 내용을 읽어 본다면 눈이 어지러울 것 같은 기나긴 소제목도 작가님의 농담처럼 들리더군요.
1장은 꽤 빠른 전개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만하루 정도 될까요? 그 안에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주인공은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마, 1장에서 별 다른 내용이 없다는 것은 제목 자체로도 벌써 주제를 들어내놓으셨다고 생각되네요.
그에 비해 2장은 진행을 느슨하게 이어갑니다. 하지만 질리지 않기 위해 작은 사건들도 마련되어 있고, 드워프와 인간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작은 교훈도 담고 있습니다.
[드워프가 수영을 못하는 이유?]
작가님은 이 엉뚱한 주제를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이끌어주시더군요. 너무 잘 풀어주셔서 사람들의 여러 생각도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에 대한 이유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니 심심하지 않았은 진행이죠.
또한, 해적의 성격을 잘 살린 인물들의 행동.
해적이란 본래 '약탈'이란 직업적 정신이 존재하는 인물들이죠? 그에 걸맞게 작가님은 변덕스런 '휠케바인'이라는 해적을 통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합니다. 진부한 정의로운 주인공을 벗어나, 주인공이 휠케바인을 관찰하는 듯한 묘사로 요즘 판타지의 코드도 그렇저렇 맞춰가시구요.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어쩌면 한계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1인칭 시점으로 기나긴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군요.
또한 현대의 판타지에 맞게 맞추신 것 같으나, 고전적 이미지도 강하구요. 가볍게 읽으려는 독자들이 많은 지금에서는 자멸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소설은 얼마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아무런 해설을 달지 않고 "80노트"라고 적으셨는데, 따로 "노트"라는 단위를 찾아보지 않는 한,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습니다. 저 또한 노트를 인터넷 검색한 뒤 알게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휠이 "워트"에 발을 거는 장면이 있습니다.
물론, 아슬아슬함을 잘 살려주셨지만, 워트가 무엇인지도 모르니... 어디에 발을 걸었는지를 모르겠더군요.
이 점은 명백한 작가님의 실수이고 조금의 주석을 달아주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너무 재미있는 관계로 다음편 누르기가 바쁘기에 덧글 달 시간이 없습니다. ^^ (웃음) 뒤로 갈 수록 늘어나는 덧글 수가 입증해주죠.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과 탈출씬, 전투씬을 의성어로 일관하지 않고 작가님의 개인적인 아이디어는 또 다른 재미를 주고 있습니다.
문체 또한 너무 유치하지 않아 마음에 드는 작품이며, 기존에 작품성에 대해 말이 많지만, 작가님의 생각이 녹아든 작품은 그런면에서도 충족시켜 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입문서...
작가님에게 죄송하지만 성급하게 단정짓고 싶지는 않습니다.
원래 감상이란 것 자체가 완결을 보고 전반적인 내용을 안 뒤에 써야 하는 것인데, 이런 단편적인 사실로 평가하기란 옳지 못하네요.
하지만 지금까지의 진행은 만족스럽습니다.
햇빛고양이님의 로망.
우선 입문서가 될지 기대를 하고 있겠습니다. ^^
ps. 어째저째해서 쓰긴 썼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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