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가이 가브리엘 케이
작품명 : 알 라산의 사자들 1-2
출판사 : 황금가지
이 소설은 톨킨의 후계자라 불리는(문학적으로도, 또 그가 실제로 톨킨의 유작을 편집하는데 관여했다는 점에서도) 가이 가브리엘 케이의 두번째로 국내에 소개된 작품입니다. 전작인 티가나가 워낙 재밌었고, 멋졌고, 인상에 남았기에, 이 책이 발간된다는 말에 바로 도서관에 주문을..(-.-;;)해서 보게 됐습니다.
소설은 이 이야기의 주인공 중 한 명이며, 궁정시인, 군인, 외교가, 책략가, 검사인(엄친아;) 아마르 이븐 카이란이 알 라산의 찬란한 수도 실베네스의 아치와 정원이 아름다운 알폰티스 궁전으로 들어가 기도의 종이 울리는 시각에 맞춰 알 라산의 마지막 칼리프이며 그와 시를 같이 즐기며 우정을 나눴던 눈먼 노인, 불쌍한 무자파르를 살해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알 라산 반도의 정당한 주인인 마지막 칼리프가 죽고나서, 이미 혼란스러웠던 알 라산 반도는 이제 완전히 분열되어 난세 속으로 빠져들게 되고 아마르 이븐 카이란은 알 라산의 마지막 칼리프를 죽인 자라는 공포와 혐오가 같이 깃든 오명을 평생토록 가지고 가게 됩니다.
이 소설의 제목인 알 라산의 사자들은 시작된 난세 속에서 일어난 군주들을 일컫기도 하고, 이 소설 속에서 신념과 운명을 걸고 싸우게 되는 주인공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알 라산 반도는 원래 태양신을 숭배하던 야드교도들의 땅이었습니다. 하지만 사막과 해협을 건너온 사막의 민족 아샤르 인들에 의해 그들은 북쪽 끄트머리로 쫓겨났고 약탈당하고 살해당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시간이 흘러, 사막의 민족은 풍요로운 대지에서 예술과 학문을 발달시키고, 카르다트의 계곡에서 붉은 염료를 거둬 세라나에서 잣은 비단을 염색하기도 하는 나약한 문명인들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리고 강대했던 칼리프의 단일한 왕국도 갈갈이 찢겨 분열되어버려 상황이 역전되어버리죠..
알 라산 반도의 상황은 스페인의 레콩키스타의 상황과 유사합니다. 사실 알 라산의 사자들은 역사 판타지라는 타이틀을 걸고 쓰여졌습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시면 알겠지만, 픽션과 팩트의 가운데를 겪는 이 소설에서 역사는 사실 소설에 가장 알맞는 양념 정도로 느껴질 뿐이죠.
소설의 여주인공이며, 진정한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여의사 예하네는 킨다트인입니다. 중세의 유태인들처럼 그들은 박해받으며 다른 민족들 틈에서 자신들만의 신앙을 유지하죠. 이 소설 속에서 기독교는 태양을 모시는 야드교로, 이슬람교는 별을 모시는 아샤르 교로, 그리고 유대교는 신들의 자매인 하늘에 뜬 두개의 달을 모시는 킨다트 교로 나타납니다.
실제 역사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설 속에 느껴지는 생생한 느낌은 실재로 그 시대에 내가 살았던 것 같은 감동을 줍니다.. 문장에서 느껴지는 화폭같은 생생한 느낌, 시작부터 끝까지 절대 긴장과 작은 번뜩임을 놓치않는 절묘한 구성. 그리고 운명적으로 대적할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캐릭터들...
아샤르인들의 공포, 알 라산의 징벌자라 불리는 로드리고 벨몬테(엘시드가 모티브라는군요..)와 마지막 칼리프를 살해한 자 아마르 이븐 카이란, 그리고 뿌리박을 곳 없는 킨다트인이지만 모든 생명을 구하겠다고 실베누스에게 서원한 의사인 예하네 같은 주인공들 뿐 아니라, '해자의 날'의 참사에서 살아남아 왕국을 멸망시키겠다고 다짐하고 고향에서 탈출해 야드인들의 삶을 베우는 비단상인(미안..이름이 기억이 안나..ㅠ.ㅠ), 충실한 하인 벨라즈, 꼬장꼬장하지만 속은 넓은 로드리고의 부관 라인 누네즈, 북부의 농장의 촌놈에서 알라산 전역을 돌며 세상을 배우게 되는(사실 진주인공처럼 느껴지는) 알바르....등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넘쳐납니다.
이들 사이의 우정, 로맨스, 전쟁과 모험, 비극과 우정 등 전작 티가나에서도 이렇게 다시보면 정말 짧은 이야기일 뿐인데, 읽을때는 한 인생을 살아본거 같은 감동과 여운을 역시 알 라산의 반도에서 느낄수 있었습니다..
사서 보고 싶은 판타지가 최근에 없다고 느끼시는 분. 역사 판타지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 로맨스, 모험, 전쟁 등 모든 이야기를 한꺼번에 느끼게 해주는 태피스트리같은 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추천드릴수 있는 소설입니다. 번역도 정말 깔끔해서, 얼불노 역자가 이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책을 읽으면서 분명 많았을 번역하기 힘든 외래어를 거의 보기 힘들었고, 문장도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여튼 꼭 한번 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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