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좌백
작품명 : 흑풍도하
출판사 :
좌백 작가의 새 작품이 나왔다길래 기대하다가 드디어 읽게 됐습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흡입력은 대단하더군요.
흑풍도하는 작가의 최초 작품인 대도오의 후속작이라 하지만, 작가 서문에서 드러나듯 전작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전작과 연관성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전작의 주요 조연 중 하나가 주인공 임에도 말이죠. 전작과의 접점은 주인공 애꾸가 전작 조연이었다는 점, 천지제일신마의 자식이 나온다는 점, 대도오가 낭인계의 전설처럼 불리고 있다는 점...정도? 그 외에 나오는 조연들은 모두 대도오 이후 애꾸라 불리는 매봉옥이 쌓아온 인연들입니다.
대도오에서는 홍안 미동이었으며 팀의 홍일점(?) 이었던 매봉옥이 주인공이지만, 전작의 어리숙하고 부끄럼 타던 강호초출의 모습은 사라지고 천하제일 낭인이라 불리는 혈곡삼귀의 일인, 혈견휴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한쪽 눈을 잃으면서 처절하고 강하게 성장하던 매봉옥이 어떤 위기에도 굴하지 않을 것 같은 강인한 모습으로 등장한 것이 멋져보이면서도 아직도 낭인의 신분으로 강호를 떠도는 모습에서 비애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전작과의 접점을 줄였으면서도 이 작품의 전개는 전작과 매우 유사합니다. 주인공은 낭인으로 고용되어 임무를 부여받고 먼 여정을 거치며 그 와중에 많은 사건들이 생기고, 적들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대문파들이 엮이어 점점 적들이 강해지고, 처절한 전투, 그 와중에 보여주는 동지애 등등....뻔한 전개지만 책에서 손을 못떼겠더군요..중요한 약속이 있었는데, 펑크내고 계속 앉아서 책을 읽고 말았습니다..ㅠ.ㅠ
칭찬만 하기에는, 책을 손에서 떼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단점도 많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전작의 흑풍조와 달리 이번작의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너무 적게 다루고, 짤라버리는 것도 가차없이 짜르더군요. 솔직히 폭탄이나 쌍도끼, 고수, 비수, 들개 같은 캐릭터들은 개성도 없고(식상한 모습만 보여줍니다) 너무 평면적이며, 어떤 사연이 있는지도 자세히 이야기 되지도 않고, 여정 중에 동료애를 자극할만한 에피소드 같은 것도 거의 없습니다.
극한 상황을 같이 헤쳐나가면서 서로 돕고 도우면서 싹트는게 전우애고 동지애인데...그게 너무 부족한게 이유일까요..그야말로 피로 점철이 됐던 대도오의 흑풍조의 도주로와 달리 죽이러가는 매봉옥의 흑풍조는 시종일관 주도권을 잡고 철저히 계산된 모습으로 일을 처리합니다. 그러고 보면 고수들에게 두들겨 맞으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근성으로 적을 쓰러뜨리던 대도오의 흑풍조 모습같은 게 거의 보이지 않네요. 적이 강하면 후퇴하고, 약하면 철저히 죽이는..그야말로 냉혹한 낭인, 계산된 청부업자의 모습을 매봉옥은 보여줍니다. 물론 이런 모습도 대단히 재밌을 수 있지만..제가 기대했던 철저히 기능에 기댄 분업으로 실력 이상의 적과 맞상대해서 이기는 모습보다는(혈기린에서 보이는)..그냥 폭탄의 화력과 떠돌이 고수 쌍도끼의 무력에 기대는 모습이 더 많아서 실망스
럽기도 합니다.
뭐 이런 아쉬운 점(제 딴에 몇개 집은)에도 불구하고, 필력은 모든 걸 압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냥 문장이 술술 익히고, 재밌습니다. 손에서 안떨어지죠. 그리고 3권까지 읽은 지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칠지경이죠. 대가는 대가인 것입니다. 좌백의 글을 즐기셨던 분들이나, 식상한 성장무협에 질리신분에게는 적극 추천드릴 수있을 거 같아요..제가 써놓고도 뭔가 보고싶은 생각이 안드는 감상문이긴 한데 ㅡㅡ; 딴말 필요없고 재미하나는 보장하고, 무엇보다 좌백의 글이니 무협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찾아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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