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우각
작품명 : 일대검호
출판사 : 뿔
'광마' 이후로 운이 좋았다. 집어 들은 책이 이런 대작이었다니. 여타의 무협들과는 달리, 그냥 '우각'이라는 작가님의 필명만으로도.
그리고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이런 글을 읽게 되리라곤, 광마 이후로 이런 글을 찾아 볼 수 있게 되리라고는.
한 시대를 살아가는 검호.
그는 살아가는 이유를 알고 있었고, 분명한 목표가 있었다. 하지만 그 목표는 본인이 아닌 타인에 의해 강요되어진 목표. 그는 지옥 같은 곳에서 억척같이 살아남아, 자신을 수렁에 빠뜨린 자들을 척결해 나갔다.
그것은, 마도, 정도 아닌 복수. 복수. 복수.
무엇보다도, 구파일방이 빠지고, 사대세가니 오대세가니 하는 고리타분한 것들을 벗어나, 아아, 이것은 정말 재밌다는 말 뿐이 나오지 않는다.
천풍곡, 화진도, 만검산, 벽해림으로 대변되는 천하사세와.
전륜용가를 필두로 한, 북천빙궁, 축융성전, 독황림, 천병전단, 사우도의 마도육문.
그리고 그들의 뒤에 조소어린 시선을 보내며, 모두의 멸망을 바라고 계획하는 백마라는 사생아들. 그리고 그들을 응징하며 자신의 우울한 회색 빛을 발하는 사내, 검소혼.
모든 것을 무無로 되돌리려는 용무연과, 그런 그들을 저지하는 검소혼의 격돌은, 1권에서부터 너무 처절하게 그려진다.
혹자는, 너무 질질 끌어서 화가 난다라고 하겠지만, 이유없이 강해지는 무인보단 하나하나의 전철을 밟아 가는 사내의 이야기가 더욱 호쾌하다.
이런 좋은 작품을 보면, 이제 막상 겁이 난다.
다음에 집어든 작품이 별로 이면 어떡하지 하는.
그 정도로 괜찮은 작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일직선이라는 것. 복선이나 왜곡이 없이 장쾌한 사내의 이야기. 보는 사람이 화가 날 정도로 비비 꼬는 그런 무협은 아니어도, 직선적이기만 한 무협에는 어느 정도 개연성이 필요한 법이다.
물론, 이 작품은 그런 모든 것들이 1권에서 다 나와 있기 때문에 보는 데도 큰 지장이 없고, 오히려 통쾌할 정도다.
우각 님의 다음 작품이 심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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