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목정균
작품명 : 비뢰도
출판사 : 청어람
얼마전 대여점에 갔는데 비뢰도가 나왔더군요. 집어들었습니다. 사실 26권을 보는 둥 마는 둥 읽어서 앞의 이야기가 잘 기억이 안났지만 예린아씨가 납치됐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읽는데는 지장이 없었습니다.
우선 만족스러웠습니다. 작가가 작심을 했는지 스토리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비뢰도를 논하는데 있어 스토리 진행이 빨라졌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일입니다.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단점이 사라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욕을 먹기도 하지만 비뢰도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 소설입니다. 제가 비뢰도에 대해서 높게 치는 이유로 첫째 비뢰도의 작가 목정균이라는 사람이 무척이나 달필이라는 점입니다. 유머러스함이야 워낙 알려진 것이니까 익스큐즈 시키고....;; 사실 제가 높게 치는 부분은 문장이 상당히 정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간혹 오버스러운 문장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문장들은 단어의 선택이 신중하며 문장간의 연결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읽기가 편합니다.
둘째로, 비뢰도가 상당히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을 가졌다는 점입니다. 스토리야 매우 주관적인 것임에 틀림없으나 적어도 제가 보기에 비뢰도는 전체적인 줄거리가 꽤나 정교하게 짜여져있고 상당히 흥미로운 복선등을 중간중간에 제공합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간혹 주인공의 노사부가 등장하여 과거 떡밥을 하나씩 던져주는데 현 시점에서의 스토리 진행과 전혀 관련없는 노사부의 등장도 전혀 지루하지 않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유기적으로 얽혀있어 하나의 스토리를 형성하기 때문이라 보는데, 개인적으로 노사부와 천겁령의 관계, 혁월린등 과거 인물들의 떡밥이 무척이나 흥미롭습니다.
셋째로, 매력적인 주연과 조연들입니다. 어찌보면 비뢰도의 분량 늘이기 신공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스토리 중간중간에 등장인물들의 에피소드가 상당히 많고 각자간에 관계가 잘 얽혀 있어서 어지간한 인물들은 버릴 인물들이 없습니다. 남궁상하면 떠오르는 궁상맞은 이미지나 모용휘하면 떠오르는 깔끔한 이미지등 캐릭터간의 개성도 잘 잡혀져 있습니다. 주인공이외에는 게임속의 NPC마냥 취급되어 버리는 소설들이 상당히 많은데 이런 점에서 비뢰도는 무척 생동감이 있다고나 할까요?
사실, 저 역시 비뢰도를 하이텔 연재당시부터 보아왔고, 신선한 재미에 열광했었고 또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이러한 실망의 근원은 '배신감'이었습니다. 무수한 떡밥을 투척하면서도 정작 스토리의 진행은 거북이 발걸음처럼 흘러가니 한 권 후딱읽고 나면 읽기 전이랑 크게 이야기가 진행된 것을 느끼지 못 할때 왠지 모를 배신감이 들더군요. 무척이나 저열한 비유지만 모텔까지 같이 간 여자가 한 시간 지나도록 빼면서 티셔츠 한 장 벗을랑 말랑 할 때의 기분이 이럴까요.
여하튼 스토리의 진행이 빨라졌습니다. 28권이 어찌될지는 미지수이지만 느낌은 상당히 좋습니다. 앞으로 이런 전개가 쭈욱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PS.
비뢰도 작가를 꼭 돈에 눈이 멀었다는 식으로 험담하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현재 한국에서 무협소설이 팔리는 세태를 안다면 그러시면 안 됩니다. 작가가 질보다 양을 추구하게 되는 일차적인 이유는 독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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