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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인간 알피 Mr. Murder 를 읽고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
09.02.13 13:43
조회
1,034

제목 : 복제인간 알피 Mr. Murder, 1993

저자 : 딘 R. 쿤츠

역자 : 서계인

출판 : 고려원

작성 : 2009.02.13.

“당신의 존재함은 무엇에 근거를 두고 있는가?”

-즉흥 감상-

  당연히 이번에도 생소한 기분의 작품일 것이라는 무기대감(?)과 함께 책장을 열고는 쿤츠 님 작품 이어달리기중 처음으로 결말까지 떠올리고 말았음에 충격을 받아버렸다는 것으로,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집필을 위한 작업실의 편안한 가죽의자에 앉아 문득 자신이 무슨 말인가를 반복적으로 중얼거리고 있었음을 인지하게 된 중년 남자의 모습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녹음기를 통해 그 현상이 7분이나 지속되었다는 사실에 공포에 가까운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군요.

  그렇게 ‘킬러’라 불리는 ‘무엇’의 시점으로서 부여받은 임무를 처리해나가는 모습을 보이게 되는 이야기는, 몇 차례의 암살 후 어떤 절대적인 느낌을 따라 궤도를 이탈해 머나먼 여행길에 오르게 됨을 말하게 됩니다.

  그런 한편, ‘무엇’이 자신을 찾아온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소설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남자와 자신의 인생을 누군가 훔쳐갔다고 생각하기에 이 모든 것을 되찾고자 여행길에 오른 ‘무엇’의 관계는 잠시, 어디서부터인가 뒤틀려버린 이 모든 일을 바로잡기 위한 어떤 조직의 움직임이 있게 되었다는 것으로 ‘똑같이 생긴 두 존재’의 행로를 추적하는 이야기가 있게 되었지만…….

  팔리지 않을 제목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원제목인 ‘Mr. Murder’를 직역하여 ‘살인자 양반’이라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내용이 참 인상적이어서 기억하고 있는 ‘와처스 Watchers, 1987’를 제외한 다른 작품들은 무엇인가 생뚱맞은 제목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어느 분 말마따나 악몽의 대상이 깨끗하게 처리되어버려서인지 다시 읽어보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순간 기억들이 초기화 되어버리는 반면, 이번 번역서의 제목은 그 자체로 ‘발설’의 상황을 연출해버린다는 기분이 들어버렸는데요.

  사람을 죽이는 글을 쓰기에 ‘살인자 양반’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작가와 사람을 죽이는 것이 삶이었던 ‘무엇’자체도 ‘살인자 양반’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그 밖에도 ‘살인자 양반들’이라고 할 수 있는 조직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단어가 제시하는 작품을 향한 다양한 접근점을 제목에서부터 틀어막아버렸다는 느낌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으면 최소한 주인공이 경험하는 초저연적인 현상에 대해 ‘도플겡어’를 연상하며 설마 하는 기대감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 될 것인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인데 말이지요. 그래도 혹시나 하시는 분들은 직접 작품을 통해 확인해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공적인 클론에서부터 자연적인 일란성 쌍둥이. 그리고 영적인 동질감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끌림을 말하는 ‘소울메이트’에 대해서도 잔뜩 적었었지만 어째 쓸데없는 이야기인 것 같아 자진 삭제했습니다. 아무튼, 이 작품의 제목만 봐도 유추가 가능하시겠지만, 이 작품은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중심으로 사회에서 작용하는 힘의 원리에 따라 발생하는 어떤 이벤트의 어두운 부분을 이야기하고 있다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가장 가까운 대표적인 이슈로는 역시 황 박사님의 이야기에 그 여세를 같이하며 화제가 되었던 영화 '아일랜드 The Island, 2005'까지, 우리는 외계인과 같은 척 봐서도 다르게 생긴 존재는 물론이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존재에까지 공포를 느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복제에 대해 형태를 물론이고 정신과 기억까지 복제의 가능성을 말하고 있는 시대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유일성의 상실’을 통해 자신을 증명할 방법을 잃게 된다는 것에 공포를 말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조금 다른 경우로는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 Ensaio sobre a Cegueira, 1995’를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화이트아웃’과 ‘블랙아웃’의 이론을 통해서도 말이지요.

  적다보니 이야기가 길어져버렸군요. 사실은 소설 ‘바디 스내처 Invasion Of The Body Snatchers, 1955, renewed 1983’에서 파생된 영화에 대한 언급이 재미있었다는 것과 비슷한 내용으로 영화 ‘6번째 날 The 6th Day, 2000'가 떠올랐다는 것으로서, 이번 기록은 여기서 마쳐볼까 합니다.


Comment ' 2

  • 작성자
    티아마스
    작성일
    09.02.13 16:32
    No. 1

    ......스포 욕구 100만점 발휘한 번역 센스. 과학동아의 추천으로 이미 반절 스포 먹고 읽은 거였지만 다 읽고 나서는 역시 뒷골 잡았습니다. 그래도 쿤츠 님의 반전은 참으로 절묘했습니다...그거 하나는 위로가 되네요.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22 무한오타
    작성일
    09.02.13 20:39
    No. 2

    반전있는 이야기에 제목이 저러면 안된다는 것을 뼈자리게 느껴볼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크핫핫핫핫핫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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