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가우리
제목: 무위투쟁록
당이 망하고 오호 십육국 시대의 난세에 병사로 떠돌던 장무위는 기연을 만난다. 그러나 이 소설은 클리셰를 쓰되 살짝 비꼬아 쓰는 소설이니 장무위에게 순순히 기연을 줄리 없다. 기연을 얻지만 굶주리고 있어 밥부터 먹다가 비급과 영단을 바깥에 두고 진에 갇혀 버린다. 무한히 반복되는 진 속에서 죽지도, 미치지도 못하고 홀로 지내야 되는 장무위는 400년에 걸쳐 스스로 무공을 만들어 수련한 끝에 탈출하게 되는데....400년간 지낸 비동 속에 망상 속에서 만들어내 벽에 그린 아내와 가족들을 두고 장무위는 다시 세상 속으로 향한다..속세의 동냥질도 거지밥도 지금 그에게는 천국과 같은데..
먼치킨 주인공의 무림출도라는 흔한 소재의 개그 무협. 작가가 클리셰를 염두에 둬 꼬아쓴다. 무당파 제자 청운이 장무위를 보고 소설 속 주인공들은 나이가 많아도 숨기고 다니던데 실제로 그런거 없고 죽자사자 나잇값 꼬박꼬박 챙겨먹는구나 한탄하는 장면이 진국...
클리셰를 꼰다고 안쓰는건 아니다. 우연히 불행한 아이들을 만나 돕는다. 당연히 제자로 거두고 가족 삼을줄 알았는데, 나중에 결국 가족처럼 정이 들긴 하지만, 당연한 전개로 생각한 무공을 가르치고 제자로 삼아 생판 처음 보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매여버리는 그런 식상함은 없다.
뻔하고 흔한 소설인데 식상함이 적다는게 이 소설의 장점인 거 같다. 또 작가가 독자들이 어떤 부분에서 거부감을 느끼는지 알고 피해가는 방식도 능숙하다. 감상란에 많이 올라오는 독자의 흔한 불평인 ‘퍼주기’ 를 쓰는가 싶더니 ‘퍼주기’가 아니라고 안전장치를 만들어 두기도 하고....
결론을 내자면 능숙한 작가가 능숙한 실력으로 써낸 볼만한 무협이라 할 수 있을 거 같다. 내게 누군가 올해의 무협을 묻는다면 이 소설을 고를 것 같진 않지만, 친구가 요즘 볼만한 무협 없냐고 묻는다면 이 소설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동안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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