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박천수
작품명 : 아크힐러
출판사 : 영상노트
달빛 조각사를 15권즈음에서 하차한후 게임소설은 거의 안보았는데 친구 추천으로 아크힐러를 보고 나서 간만에 게임소설에 빠졌습니다.
장르상 현대물과 게임이 거의 반반으로 둘다 참 재미있게 잘 쓰여졌습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두가지 점에서 작가분에게 진심으로 놀랐는데요.
하나는 해박한 지식입니다. 작가분이 혹시 이공대출신이 아닐까 싶을만큼 테크놀로지 부분에 상세한 지식이 있고 회사에서 중간관리층 이상 경험이 있는 분이 아닐까 싶을만큼 기업과 경영전반에 대해서 사실감 넘치게 묘사가 되어 있더군요. 게다가 문학과 역사에 대한 소양 그리고 야구에 대한 깊은 관심까지. 이공계, 경영, 인문 그리고 스포츠(야구)에 걸친 다양한 지식과 통찰력이 글을 참 알차게 만들어 줍니다. 더 놀라운건 보통 지식이 풍부한 사람들은 장황하게 자신이 아는 바를 늘어놓아 막상 소설을 재미없게 만들기 일쑤인데 박천수 작가님은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는 스킬까지 갖추고 계시더군요.
두번째는 맛깔스런 대화입니다. 유명 드라마 작가들이 감각적이고 맛깔스런 대화로 주목을 끄는데 작가분 역시 멋드러진 대화로 글 읽는 재미를 더해주시더군요. 중간중간 하이개그로 깔깔대며 웃기도 해서 더 즐거웠습니다.
간만에 수준높은 작품을 읽어서 재미있었습니다. 나중에 시간나면 재독해 보아야겠어요.
독자입장에서 몇가지 지적을 하자면 주인공이 너무 잘나서 밸런스가 무너지고 감정이입이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장르소설은 대리만족을 위해 읽는 경우가 많아서 먼치킨과 하렘이 일상화되어 있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독자가 주인공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강한 인물이 되어가는 과정에 대해 납득할수가 있어야 하죠. 특히나 무협이나 판타지가 아닌 현대물의 경우 더더욱 독자는 까다롭게 개연성, 현실성을 따지게 됩니다. 주인공 차현수는 뛰어난 머리, 잘생긴 외모, 사교성, 창의력, 리더쉽, 막강한 싸움실력까지 갖춘 엄친아입니다. 그냥 너무 잘난 녀석이라는 생각뿐 주인공에 감정이입이 안되고 제3자입장에서 바라보게 됩니다. 그러니 아무리 힘든 고난이 있어도 긴장감이 안들고 멋지게 해결해도 카타르시스가 안 느껴지죠. 좋은 스토리인데도 가슴으로 와닿는 무언가가 적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비지니스맨이 인맥을 넓히기 위해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러 다니는 건 종종 보게 됩니다. 바쁜 와중에 사랑도 할수 있지요. 근데 게임할 시간마저 있을까요? 처음에는 30분 남짓 그것도 한가로이 낚시하면서 실제로는 보고서 보고 일을 했다고 합니다만 어느새 주인공은 게임에 빠져있게 됩니다. 과연 현실에 정신없이 바쁜 사람이 게임에 빠진 엄두가 날런지 의문이 들죠. 게임폐인이 아니구서 게임에서 남보다 빠르게 성장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테구요. 그리고 현실에서 탑클래스급 쌈꾼들과 엇비슷한 싸움실력을 보여주는데 아무리 기연이 있어 좋은 싸움기술을 익혔다 한들 평소에 운동으로 단련하지 않고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너무 완벽해서 비현실적인 주인공 보다는 조금 약점이 있고 그래서 그걸 메꾸어가려고 노력하는 주인공이 독자들에게 훨씬 매력있다는 걸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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