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요도
작품명 : 지옥왕
출판사 : 삼양출판사
지금부터 쓰는 이 감상은 <지옥왕>이라는 작품보다는 요도라는 작가님에 대한 글입니다.
제가 요도님을 처음 알게되었던게 아마 10년도 더 전인거 같습니다. 당시에 고무림(유조아였나요?)에서 <요도전설>을 연재하셨던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여러가지로 신기한 작품이었습니다. 설정도 엉성하고, 문체는 평범하며 내용도 흔한데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거든요. 굉장히 즐겁게 봤지만 이 작가가 앞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는 회의적이었습니다. 당시에 유행했던 다른 무협처럼, 또 그렇게 사라질거라 생각했습니다.
두번째로 요도님의 작품을 본것은 <요도전설>이 끝나고 얼마뒤 연재를 시작한 <수호령>이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굉장히 놀랬는데 무엇보다 작가이름을 보기전에 그 작품이 요도님의 작품인줄 몰랐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문체는 완전히 바뀌었고, 글의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도 요도전설에서 보였던 쉽고 재미있는 무협이라는 느낌은 그대로 가져갔지요. 일취월장한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색한 설정에 아쉬움을 느껴야했습니다.
세번째로 본 작품은 <독왕전설>이었습니다. 이 작품이 얼마나 팔렸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요도님이 쓴 글 중에서 가장 탄탄한 글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글이기도 했구요. 또한 글을 보는 내내 "작가가 확실히 자신의 단점을 고쳐나가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끔 했던 소설이었습니다.
그 후로도 요도님의 작품을 챙겨보다가 이번에 나온 신작을 어제 보게 되었습니다.
<지옥왕>은 믿던 수하들에게 배신당한 전 마교의 교주 생사도가 염라대왕의 부탁을 받고 환생하면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염라로부터 완벽한 육체와 무공, 그리고 특별한 선물을 받고 환생합니다. 이는 저승사자의 눈을 피해서 살아남은 명객들을 처단하기 위해서지요. 기존의 무협소설에서 보던 내공외에도 요력이라는 것을 가지고 새로운 무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제가 나이가 들어서일까요. 예전처럼 주인공인 '적월'의 매력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오만하고 자신감넘치며 그에맞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이는 작가님의 예전작품이었던 <빙마전설>이나 <독왕전설>의 주인공과 별로 다르지 않은 성격입니다.
무엇보다 근심이 되는건 무공인플레이션입니다. 글 서장에서 주인공은 내공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마교 최고의 공격대를 대부분 척살합니다.(결국 죽기는 하지만요.) 그리고 명계에 갔을때 주인공은 자신의 수준이 명계에서 중하 라는것을 알게되고, 자신이 처단해야 할 명객들이 현재 자신보다 월등히 강하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 말을 다르게 해석한다면 환생한 주인공을 제외하고는 현 무림의 그 어느누구도 명객들을 어찌하지 못한다는 소리겠지요.(그나마 환생한 주인공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못하는 상황이구요.)
정확한 비교가 어렵지만 거의 모든 내공을 소실하고도 마교척살대와 싸웠던 주인공(현생에서 마교교주)보다 월등히 강한 명객들이 여러명 있다면 애초에 그들이 20년이나 때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혼자서도 세상 그 어떤 강자들도 어찌하지 못하는데, 20년이나 기다리면서 세상을 지배하기 위해서 힘을 키울 필요가 있었을까요. 더군다나 명계는 이승에 개입하기 어렵지요. 사실상 명객의 대항마는 주인공뿐인데, 명객이 구태어 오랜시간 기다릴 이유가 없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글을 쓰다보니 마치 비평같이 되었는데 여전히 저는 요도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요도님이 앞으로 더 좋은 글을 쓸거라는 사실을 믿고 있는거겠지요. <독왕전설>때처럼, 설정이 튼튼하면서도 요도님의 장기인 읽기쉬운 무협을 쓰실 수 있는 그런 작품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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