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마니아라는 계층이 있습니다.
만화에도 무협에도, 영화에도……
다 있지요.
그 장르를 좋아하고, 그 장르를 속속들이 줄줄 꿰고 있는,
말 그대로 거기에 심취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인걸로 압니다.
무협에도, 지금 우리가 보는 이 감상/비평란에도 마니아라고
불릴 자격이 되는 분들이 상당수 계십니다.
다른 곳보다 유난히 많지요.
그만큼 이곳이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제가 여러분들 모두에게 지금, 이 자리에서 드리고 싶은 말은
사실 별 게 없습니다.
제가 할 말을 이미 여러분들께서 모두가 다 하셨기 때문에 더
해보아도 그저 중언부언 말이 덧붙여질 뿐이지요.
그럼에도 제가 여기에 글을 쓰는 이유는……
어떤 곳이든 마니아가 없다면 안되는 것이 분명히 옳지만,
그곳이 아예 마니아의 장이 되어버리면 안된다는 것 때문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을 모두가 합니다.
이미 여러분이 말씀하셨듯이 다른 사이트에 가면 초고수로 불릴만한
논객들이 고무림에는 아주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잇달아 글을 쓰시니 상당히 고무적이지요.
그런데 참 세상이 아이러니 한 것이 언제인가부터 제게 계속해서 볼멘
소리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다는 겁니다.
-전 무협 본지 1년 되었는데요....
-전 무협 본지 3년 되었는데.... 고무림에서는 감히 글을 쓸 수가 없어요.
왜 그런 말이 나올까요?
언제인가부터 보면 감상/비평란에다 내가 무협을 보기 시작한지가
이제 15년째, 30년째...라고 자신의 이력을 밝히고 있습니다.
난 이 정도 보았다.
그러니 나를 하수라고 말하지 말아라.
혹은, 내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 딴지를 걸지 말아라...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방패를 치고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방패를 치고 방어적인 자세로 글을 써야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듯이 간단합니다.
어설프게 글을 올리면 당장 공격이 날아오니까요.
-넌 그걸 글이라고 봤냐?
-겨우 그 정도 보고 스스로 고수라고 하니?
-가서 좀 더 공부하고 와라. 네 정도는 내가 10년 전에 이미 지난 과정이다.
글을 좀 더 읽다보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게다.
이렇게 당하고 보면 더 이상 글을 올릴 수가 없게 되지요.
-야... 저 동네는 함부로 글 올릴 수가 없군.
-지금은 어림도 없겠다...
어린 독자, 이제 새로 보면서 치기 어린 글, 좀 모자란 글을 보고도 재미있어서
“야! 짱 재미있어요! 모두 봐봐요!”라고 신나게 소리칠 초보는 감히 손을 내밀
수가 없는 신성불가침의 성역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
괜찮아. 올려도 된다.
제가 말해도 고개를 도리도리 합니다.
겁나요.
대화방이나 쪽지로 이야기 하다가...
올리기 겁난다는 말에 가슴이 덜컹 합니다.
저는 이 게시판을 맡고 있고, 또한 GO! 무림 전체의 운영자이기도 합니다.
단순하게 사이트 하나를 운영하기 보다는 자칭, 이 GO!무림에 있는 후배작가
200여명의 장래를 걱정하는 선배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무협이라는
장르의 장래가 좋아야 저도 좋아지니까요.
그 장래를 보자면, 반드시 새로운 독자가 계속 유입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GO! 무림은 요즘 용어로 수구세력이 되어 버립니다.
말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될 우려가 있는 것이지요.
그간 제가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해 본 바로는 현 무협시장의 80%가 새로
영입된 새로운 독자들이고 나머지 20%가 고수급에 속하는 분들입니다.
그 동안은 70% 정도라고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이고, 나이든 분들이 무협을
보는 빈도가 그만큼 줄어들기도 한 것이겠지요.
GO!무림은 누가 뭐라고 해도 현존하는 최고의 무협 사이트입니다.
질적으로 양적으로 그걸 부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여기 감상/비평란에서 인정을 받으면 그 순간 반쯤 <사망선고>를 받고,
“그게 글이냐!” 라고 질타를 받으면 증판에 들어가는 상황이 된다면 한 번쯤,
아니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게 됩니다.
모두가 생각해보아야만 할 일이 된 거지요.
좀 더 냉정히 말을 하자면,
**의 글은 정말 좋다!
***의 글은 정말 개판이야!
라고 하는 고수들은 말만 하지, 실제로는 그 글을 사주는 분이 적기 때문에 그
말이 시장판매와는 전혀 상관 없어져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 입니다.
하지만 그 개판이라는 글을 좋아하는 십대는 그 글을 사줍니다.
(GO!무림을 개파한 이후, 가장 괄목할만한 성과는 바로 그렇게 사주는 문화를
어느 정도 만들어냈다는 데 있다고 저는 자평합니다만...)
바로 거기에서 판매량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게 되는 거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작가는 신일 수가 없습니다.
집에서는 평범한 가장이고, 돈이 없으면 살아갈 수가 없는 평범한 사람에 불과
합니다.
자신의 이름이 나가는 글입니다.
심혈을 기울여서 쓰지 않을 리가 없습니다.
잘 쓴 글도, 잘 못 쓴 글도... 다 열심히 힘들여 쓴 글입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여서 쓴 책이 팔리지 않는다면... 그가 쓴 글보다 분명히
떨어지는 글이 더 팔리는 것을 보게 되면 고뇌할 수밖에 없습니다.
독자의 수준이 낮다고 비난할까요?
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대가 변했습니다.
인정할 수밖에 없지요.
무협도 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만의 리그는 재미 없습니다.
모두가 즐기는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번 말씀드렸듯이 이 자리는 많은 분들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렇기에 그 다양함이 모두 수용될 수 있어야만 합니다.
GO!무림 감상/비평 란에서는 특정한 어떤 종류의 책은 호응을 받지만 또 어떤
책은 질타를 받습니다.
그것이 글의 완성도 때문인지 아닌지는 제가 여기서 말할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은, 이미 완간된지 오래된 책에 대해서 많이 보신
분들이 또 회고하고 추억하는 일은 가능한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드리고 싶습니다.
어쩌다가 아니라 매일 그 글이 올라오고 또 올라 옵니다.
같은 분이 또 올리는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분들이 같은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합니다.
물론, 그만큼 좋은 글이기에 그럴 수 있겠지요.
옛글을 소개함도 좋습니다.
그러나 그 보다는 지금 현재 나오고 있는 글에 대한 정보가 감상/비평란이
만들어진 원래의 취지에 더 <<적합>>하고 또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가급적 2000년 대 들어서 나오기 시작한 신간위주로 감상/비평란이 운영되었
으면 하는 바램을 저는 가지고 있습니다.
좀 더 이 현상이 심화된다면, 게시판을 나눠야 한다는 의견까지 개진되고 있었
습니다만, 다행히도 이 며칠간 감상/비평란에는 신간으로 분류될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서 일단은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을 드리고자 이렇게 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가능한 신간에 대해서 글을 써주십시오.
모자라면 꾸짖음을, 넘치면 칭찬을...
이젠, 추억이 아니라 현실에 참여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수고로움에 조금이라도 답하고자 순전히 제 개인적인 게으름으로
잠시 쉬었던 최다 신간 감상과/좋은 글에 대한 시상을 5월부터 재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 도와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쉽게 쓴 글이 아니고, 며칠을 고민하고 쓴 글이라는 점을 부언하면서 마칩니다.
추억에 잠긴 감상란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는 감상란이 되기를 바라며...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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