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구상해보고 지금 써봤습니다.
─는 정신을 차렸다. 그리곤 입에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느끼고 눈을 떠서 주변을 살펴보았다.
"아……."
피, 피, 살점, 피, 내장, 오물, 피. 주변에 있는 것이라곤 짐승에게 물어 뜯겨지고 할퀴어 진듯한 시체와 바닥, 벽, 천장, 의자, 책상, 옷과 얼굴에 묻어있는 진득한 피와 그 위를 뒤덮고 있는 정적. ─는 자각했다.
'이건 내가 벌인 짓이구나.'
"히히히히히."
─는 드문드문 덜 씹힌 살점이 끼어있는 이를 보이며 시익 웃으며 자신이 행한 모든 일을 기억해냈다.
작은방에서 새근새근 잠들어있는 동생의 머리를 깨트려 뇌를 파먹고, 화장실에서 막 나오던 누나의 가슴에 날카로운 손톱을 쑤셔박아 늑골로 보호받고있는 뜨거운 심장을 뽑아 씹어먹고, 큰방에서 코골며 주무시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을 잘라 죽인 후 뿜어지는 피를 받아마시고 어머니의 양 손과 아버지의 양 다리를 뼈 채로 뜯어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시지 않는 갈증과 허기를 참으며 거실에서 온몸을 쥐어뜯고 할퀴다가 정신을 차린 것이 바로 지금, 지금도 타는듯한 갈증과 쓰러질듯한 허기는 가시지 않았다.
─는 몸을 일으켜 세워 문을 열고 집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가 지나간 자리는 진득한 피가 발자국으로 남았다.
***
─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걸었다. 아홉번의 숲을지나 세개의 산을 오르고 한개의 호수를 건너 두개의 안개를해매고서야 드디어 안식처가 보였다.
안식처엔 사람의 모양을 한것도 있었고 사람이 아닌 괴상한모양의것들도 많이 있었다. 어떤 모양을 하던간에 이들은 끊임없이 싸웠다. 그리고 죽였다. 그리고 그 시체를 파먹고 안개의 영역으로 버리고 다시 안식처로 돌아와 싸우고 죽이고 파먹고 버리고 돌아와서 싸우고 죽이고 파먹고 버리는행동을 무한히 반복했다.
해가 한번 지고 떠오르는동안 죽어서 파먹히는것들은 셀 수 없이 많았는데도 안식처에 있는 '것' 들의 수는 좀처럼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나기만했다.
거기에 사람의 모양을 한 '것' 이 하나 더 추가되었다. 수많은 것들이 살고있는 안식처에 저 '것' 이 하나 추가된다고해서 달라질건 없지만말이다.
***
─는 흰 안개를 뚫고 붉은 안개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개처럼생긴것을 보았다. 입에는 사람을 물고있었는데 ─를 보자마자 물고있던 사람을 놓고 ─에게 달려들었다.
"히히히."
─는 개처럼생긴것이 자신에게 돌진하는것을 보고 왼손을 내밀곤 어서 물어 짐승아 키키킷 하고 아무도 들을수 없을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컹컹!"
개처럼 생긴것이 ─의 바람대로 왼손을 덥썩 물었다. 그리고 개처럼생긴것의 머리도 사라졌다. 믿을수 없을정도로 크게 벌어진 ─의 아가리속으로.
"히히히."
─는 개처럼생긴것의 머리를 부드러운 생선살을 씹는듯 오물오물거리다가 맛이 없는듯 퉷 하고 뱉어버렸다. 그리곤 부러져 축쳐진 왼손을 스담으며 계속 붉은안개속으로 걸어갔다.
***
나뭇잎없이 가지만 앙상한 수풀속에서 코뿔소처럼 생긴것과 팔이 다섯개달린것이 마주쳤다. 코뿔소처럼 생긴것이 뿔을 앞세워 돌진해도 팔이 다섯개달린것은 그저 눈감고 가만히 서있었다.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뿔이 팔 다섯개달린것의 복부를 꿰뚫었을때야 비로소 팔 다섯개달린것은 눈을 뜨고 기다란 팔 두개를 움직어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두꺼운 목을 꽉 졸랐다.
"꾸에에에에!"
코뿔소처럼 생긴것은 숨통이 턱 막히자 괴로운듯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앞에있는 나무 한그루에 머리를 박았다.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뿔에 복부가 꿰뚫린 팔 다섯개달린것도 자연히 나무에 등을 박았다. 쾅! 하는 소리가 크게났다. 팔 다섯개달린것에게 적지않은 충격이 갔을텐데도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목을 오히려 힘을 더 주면서 꽉 붙잡고있다.
"끄르르륵!"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움직임이 점점 둔해지자 팔 다섯개달린것은 날카로운 두팔을 더 써서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단단한 거죽에 구멍을 뚫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한 팔의 손바닥에 입이 열리더니 거죽에 난 구멍으로 파고들어 코뿔소처럼 생긴것의 달콤한 속살을 씹어먹었다.
코뿔소처럼생긴것은 숨이 막힌데다가 몸까지 파먹혀서 죽었는지 커다란 몸을 쓰러트렸다.
"킥킥킥킥."
팔 다섯개달린것의 어깨에서도 입이 하나 튀어나오더니 재밌다는듯 연신 웃어댄다.
"킥킥킥킥."
코뿔소처럼생긴것의 속살을 파먹던 팔도 코뿔소처럼생긴것의 속살을 다 파먹었는지 거죽의 구멍에서 빠져나와 같이 웃는다. 팔 다섯개달린것의 복부에 박힌 뿔은 이미 빠져나온지 오래고 복부에 난 구멍은 어느세 멀쩡하게 재생되었다. 팔 다섯개달린것은 꺼억하고 트림을 크게 하더니 코뿔소처럼생긴것의 거죽을 붙잡고 일어서서 안개의 영역으로 어슬렁 어슬렁 걸어간다.
이거쓰느라 세시간 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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