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노안이 시작되었다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
13.09.26 02:58
조회
1,101

올해 들어 계속 눈이 아팠다.

그저 눈을 남들보다 많이 혹사하는 데서 오는 만성 피로려니 하고만 여겼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엊그제 셔츠 단추 떨어진 것을 다느라 바느질을 하던 중에 바늘에 실을 꿰려 하였는데ㅡ맙소사! 바늘구멍이 통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래서 어머니가 나한테 실 꿰는 일을 부탁하곤 하셨구나....

 


그렇다. 이제 내게도 노안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책을 읽어도 이전과는 달리 팔을 한껏 멀리 뻗어, 책과 눈의 거리를 최대로 벌려 놓고 읽곤 한다.
이런 자세가 어쩌면 삶에서 내가 처한 단계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예전처럼 책에다 얼굴을  바싹 붙여, 마치 책 속으로 파고들어가기라도 하려는 듯한 자세로 탐욕스럽게 지식을 섭취하던 단계는 지나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지식들을 멀찌기 거리를 두고서 차분하게 평가하며 체계적으로 조망해 보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씁쓸하다.

이제 내 몸은 하나씩 하나씩 망가져 가는 단계인 듯싶다.

애써 공략했던 갯벌을 썰물이 한 뼘씩 포기하듯, 이제 나는 젊었을 때는 간단히 해내던 기능들을 한 가지씩 한 가지씩 포기하며 살아야 할 모양이다.
자연의 섭리니 서운해 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만, 젊었을 적에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했던 독신주의가 이제는 불안해진다.

믿을 것은 내 몸 하나뿐인데 그 몸이 시들어 가니 노년이 두려워진다.

어머니 바늘 실은 내가 꿰어 드렸지만 내 바늘 실은 누가 꿰어 줄까....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강호정담 게시판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08532 우연히 독자와 만나본 적 있는 분? +5 Lv.23 구선달 13.09.21 1,451
208531 인터넷에서 열심히 욕하고 열심히 싸운 뒤... +13 Lv.61 정주(丁柱) 13.09.21 1,522
208530 요새 감상란이나 비평란의 글들을 보면 참 답답하네요... +8 Lv.12 멜피스 13.09.21 1,587
208529 조금만의 차이... +7 Lv.91 주작(朱雀) 13.09.21 1,535
208528 기갑소설 제목 알 수 없을까요. +1 Lv.4 라이신 13.09.21 1,372
208527 몰랐어요... +3 Lv.68 인생사랑4 13.09.21 1,043
208526 선호작 공유해요!!! +5 Lv.91 슬로피 13.09.20 1,348
208525 이력서 쓰는데.... +6 Lv.97 윤필담 13.09.20 1,219
208524 코난에서 젤 사기는.... +9 Lv.97 윤필담 13.09.20 1,555
208523 코난의 오류라면 이것이 갑 아닐지요... +13 Personacon 엔띠 13.09.20 1,933
208522 시간이라... +4 Personacon 적안왕 13.09.20 1,190
208521 만화 '명탐정 코난'을 볼 때마다.... +13 Lv.1 [탈퇴계정] 13.09.20 1,577
208520 맥주 안주로 쓸 소세지를 강탈 당했습니다. +18 Lv.24 약관준수 13.09.20 1,525
208519 비 내리는 저녁에 바닷가 가는.... +2 Personacon 천공환상 13.09.20 1,171
208518 만화책을 자주 읽다보니 소설을 못 쓰네요 +6 Personacon 메앓 13.09.20 1,260
208517 주인공이 강해질수록 강한 적이 나온다. 이거 동네오락실... +14 Lv.45 앵속각 13.09.20 1,969
208516 주군의 태양 살짝 막장이네요. +10 Lv.97 윤필담 13.09.20 1,946
208515 전 지금 무지 흥분해있습니다! +20 Personacon 적안왕 13.09.20 1,633
208514 한가위라 그런지.. 롤이 참 훈훈하네요. +5 Lv.51 흘러간다 13.09.20 1,496
208513 이것이 전율이란 걸까요. +10 Lv.23 엄청느림 13.09.20 1,968
208512 덥네요. +3 Personacon 이설理雪 13.09.20 1,144
208511 고향집이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8 Personacon 히나(NEW) 13.09.20 1,551
208510 내 취향은 왜이렇게 마이너 할까 +5 Lv.14 가리온[] 13.09.20 1,386
208509 고전무협으로 회귀 +5 Lv.60 카힌 13.09.20 1,634
208508 가공의 설정의 한계 Lv.60 카힌 13.09.20 1,159
208507 이벤트 효과가 있는지 요새 한담란에 추천글이 많네요 +3 Lv.59 취룡 13.09.20 1,299
208506 명절날 언제나 발생하는... +9 Personacon 엔띠 13.09.20 1,370
208505 그러고보니까 블소는 운영자가 게임머니 시세를조정하더래요 +12 Personacon 마존이 13.09.20 2,117
208504 아 맞다 판타지소설에서요 +4 Personacon 마존이 13.09.20 1,466
208503 흠 피시방가서 알바하는 친구랑놀다가 +7 Personacon 마존이 13.09.20 1,502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