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계속 눈이 아팠다.
그저 눈을 남들보다 많이 혹사하는 데서 오는 만성 피로려니 하고만 여겼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엊그제 셔츠 단추 떨어진 것을 다느라 바느질을 하던 중에 바늘에 실을 꿰려 하였는데ㅡ맙소사! 바늘구멍이 통 보이질 않는 것이었다.
이래서 어머니가 나한테 실 꿰는 일을 부탁하곤 하셨구나....
그렇다. 이제 내게도 노안이 찾아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요즘은 책을 읽어도 이전과는 달리 팔을 한껏 멀리 뻗어, 책과 눈의 거리를 최대로 벌려 놓고 읽곤 한다.
이런 자세가 어쩌면 삶에서 내가 처한 단계를 상징하는 게 아닌가 싶다.
이제 나는 예전처럼 책에다 얼굴을 바싹 붙여, 마치 책 속으로 파고들어가기라도 하려는 듯한 자세로 탐욕스럽게 지식을 섭취하던 단계는 지나간 것이다.
이제는 그런 지식들을 멀찌기 거리를 두고서 차분하게 평가하며 체계적으로 조망해 보는 단계에 와 있는 것이다.
씁쓸하다.
이제 내 몸은 하나씩 하나씩 망가져 가는 단계인 듯싶다.
애써 공략했던 갯벌을 썰물이 한 뼘씩 포기하듯, 이제 나는 젊었을 때는 간단히 해내던 기능들을 한 가지씩 한 가지씩 포기하며 살아야 할 모양이다.
자연의 섭리니 서운해 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만, 젊었을 적에는 확신을 가지고 선택했던 독신주의가 이제는 불안해진다.
믿을 것은 내 몸 하나뿐인데 그 몸이 시들어 가니 노년이 두려워진다.
어머니 바늘 실은 내가 꿰어 드렸지만 내 바늘 실은 누가 꿰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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