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석하지만, 출판할 수 없습니다:
고전들의 출판이 불가능한 이유를 현대 출판사의 입장에서 저술한
움베르토 에코의 칼럼 모음집]
저는 이 책을 비토리오 살티니에게 읽어 주었는데 살티니는 제게 이 칸트라는 사람이 별 거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어쨌든 저도 이 원고를 대충 훑어보았습니다. 도덕에 관한 적당한 분량의 서적이 우리의 철학 총서에 포함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나중에 대학에서 이 책을 교재로 채택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사실 독일 출판사는 우리가 이 책을 출판할 경우 칸트의 이전 저서, 즉 두권으로 된 약간 두꺼운 책뿐만 아니라 지금 저술하고 있는 원고, 예술에 대한 건지 판단에 대한 건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그 원고까지 계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 작품의 제목이 모두 비슷하기 때문에 한 세트로 팔아야 할 겁니다(독자가 구입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가격이 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독자들이 세 권을 혼동해서 “이건 벌써 읽었어요” 라고 말할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번역을 시작했지만 저작권료가 너무 비싸 마리에티 출판사에 저작권을 넘겨야 했던 도미니크 수도회 수사의 ‘신학대전’ 의 경우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게다가 또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독일 저작권 대리인의 말에 따르면 칸트의 다른 저서들도 계약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저서들은 잡다한 것들을 다룬 것으로 심지어 천문학에 관한 논문까지 들어 있다고 합니다. 그저께 저는 쾨니히스베르크로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책 한 권만 계약할 수는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가정부가 주인은 그 시간에 집에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5시에서 6시 사이에는 산책을 가기 때문에, 그리고 3시에서 4시 사이에는 낮잠을 자기 때문에 그 시간에는 전화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정말 저는 그런 종류의 사람과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결국 창고에 책만 산더미처럼 쌓여있게 될 겁니다.
- 움베르토 에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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