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따라서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전파되었는지가 다 다르더군요.
원조를 고증하는 일은 어려울 듯 합니다.
그렇다면 크로스보우를 부르려면 노라고 불러야한다는건데
이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오히려 거부감만 들었습니다.
십자가 모양의 활이 있습니다.
이 두개의 활을 보고 동양에서는
‘이 활은 돌을 날리기 위해 만들었던 활이지. 그러니까 석궁이라고 불러야겠다.’
라면서 ‘쓰임새’에 맞춰 부릅니다.
서양에서는
‘이 활은 십자가 모양같이 생겼으니까 크로스보우라고 불러야겠다’
라면서 ‘모양’에 맞춰 부릅니다.
그렇다면 크로스보우와 석궁은, 단지 그 부르는 방법이 다를 뿐, 동일한 무기에요. 번역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서양권에서 크로스보우라고 부르는 무기를,
동양권에서는 번역때문이 아닌,
“쓰임새때문에” 석궁이라고 불렀을 뿐입니다.
관련자료들을 보는 동안, 크로스보우를 번역때문에 석궁이라고 부른다는건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동양권 소설에서 석궁이라고 쓰는걸보고 ‘크로스보우를 석궁이라고 부르네, 번역이 잘못된거 아냐?’ 라고 오해를 한 건 아닐까요.
물론 순 우리말로 ‘노,쇠뇌’가 더 옳은 표현임도 확인했습니다.
자, 그런데 한 번 보세요.
1. 적이 다가온다. 나는 이 거리에서라면 아직 내 무기가 통하겠다고 생각해서, 내 무기를 들고있는 동료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내 크로스보우를 줘!”
2. 적이 다가온다. 나는 이 거리에서라면 아직 내 무기가 통하겠다고 생각해서, 내 무기를 들고있는 동료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내 석궁을 줘!”
3. 적이 다가온다. 나는 이 거리에서라면 아직 내 무기가 통하겠다고 생각해서, 내 무기를 들고있는 동료를 향해 소리쳤다.
“어서 내 노를 줘!”
1의 경우에는 현판이나 판타지에서 쓰이겠죠.
2는 영어가 쓰이면 어색한 무협에서 쓰일겁니다.
3은 동양풍이던, 중세풍이던, 현판이던 보면 볼수록 어색합니다.
제 주장은 이렇습니다.
첫째,
크로스보우와 석궁은 번역이 문제가 아니라,
각자의 지역에서 동일하게 생긴 무기를
각각 쓰임새와 모양에 따라 다르게 불렀을 뿐이다.
둘째,
소설은 정확한 단어의 전달이 아닌, 상황에, 배경에 어울리는 단어 선택이 더 중요하다.
틀리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니, 뭔가 확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에
진짜 무기에 대해서는 뭣도 모르는 사람이 고생하며 찾아봤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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