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마한 학원에서 중고생 수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공교육이네 사교육이네 하는 말들이 여기저기서 들려올때면 그냥 귀막고 우리 아이들 수업이나 열심히 하고 애들 고민이나 좀 들어주고 말고 있습죠.
헌데... 시험기간만 되면 속에서 열불이 터져나옵니다. 당췌 이해가 안가는 학교들이 너무 많습니다.
1. 시험 총범위 4단원중 시험 이틀전에 두단원을 한시간동안 차트등을 이용해 설명하고 시험을 본일..
- 왠지 찝찝해 학원애들 진도를 미리 좀 빼놨기에 겨우 넘어갔습니다만 그학교에서 학원을 안다닌다거나 다녀도 선행학습이 안된 아이들 제대로 망했습니다. 말이 두단원이지 전 저거 설명한다고 한달이 넘게 걸린 분량이거든요.
2. 고등학교 수학을 배운분들은 아시겠지만 문과의 경우 수1과 미분과 통계라는 책을 배웁니다.
이중 미통은 수1을 배워야만 이해하는 내용들이 다수 나옵니다. 그러나 요새 고등학교는(제 주위의..) 수1과 미통을 같이 배웁니다. 수열이 뭔지도 모르는데 무한급수와 극한 그리고 미분이 튀어나옵니다.
당연히 시험은.. 학원과 과외의 힘을 빌린 아이들만 겨우 압니다. 심지어 학교에서도 " 니들 학원에서 이미 다 배웠지? " 라고 물어보고 넘어갔다고 하더군요.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학생들 여럿에게 저 소리 듣고 한숨밖에 안나오더군요.
3.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도 그랬지만 고등학교에서는 수능때문에 될수 있으면 2학년또는 3학년 1학기 안에 수학 전과정을 끝내려고 합니다. 덕분에 이과생들은 갈수록 죽어납니다.
고2학생들이 수1 와 기하와벡터를 같이 배우고 수2와 적분과 통계를 같이 배웁니다. 시험도 수학 한과목이 아니라 각자 따로 2과목을 보는 학교가 많습니다. 문제는 시험범위가 대략 책한권이 넘어갑니다. 작년에 방학중 보충수업시간에 수업 진도를 나가는게 문제가 되서 보충수업시간에 진도를 못나가게 바뀌었습니다. (물론 알게 모르게 다 합니다만..) 덕분에 정규 수업시간에 나가는 진도양은 더 많아지고 시험범위는 더 늘어납니다.
아니 학생들이 그럴수도 있지.. 라고들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동의합니다. 뭐.. 어쩌겠니.. 라고 말이죠. 문제는 저게 수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겁니다.
얼마전 학생이 학교에서 나눠준 공문이라면서 학원에서 쳐다보면서 깔깔대고 웃더군요. 뭔가하고 힐끗 봤더니 " 시험기간에는 학원을 보내면 안됩니다. 학교에서 나누어준 프린트와 교과서를 좀더 열심히 보는게 도움이 됩니다. " 라고 써있더군요.
제가 " 맞는말이고만 뭘 글케 웃냐? " 그랬더니
" 시험범위까지 진도도 안나갓는데 학원 안오면 무슨수로 시험봐요? 학교에서 애들끼리 이건 학원가지 말고 과외받으라는 소리다 라고 그랫어요 " 라고 하더군요.
전 아이들 성적좀 올라가서 혼자 공부할수 잇는 성적이 되면 집에 전화해서 학원 그만두라고 하거나 다른과목으로 변경하시라고 합니다. 이게 3년전까지의 제 행동이었습니다만 요새는 차마 할말이 없습니다. 아이들이 학원을 안다니고도 과외를 안받고도 공부할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행동은 오히려 그 반대로 가는것 같습니다.
이상... 아이들 시험기간동안 스트레스 잔뜩 받은 수학선생의 넋두리였습니다..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