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아이러니죠.
표절은 작품을 쉽게 편하게 쓰려는 욕구 & 영리적 이유로 발생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원저작물의 작품성에 눈이 멀어서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신도 모르게 닮아가고 있었다는 사례가 그렇죠.
로마제국사에서 카이사르의 갈리아전쟁과 뒤이은 로마내전은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여기에 ROME에서 차용하고 있는 관찰자적 시점은 액션활극이라는 장르에 걸맞지 않는 참신한 기법이죠. 하필이면 두가지가 결합되고 세세한 내러티브도 유사하다는 것이 현재의 표절논란이죠.
표절에 대한 법적 판단에서 표절의 고의성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지만, 표절에 대한 윤리적 판단에 있어서 고의성은 대단히 중요한 논쟁거리입니다. 고의적으로 표절을 했다, 고의는 아니지만 작품을 접했고 창작과정에서 표절이 발생했다. 물론 희박한 확률로 두가지의 창작이 개별적으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구요.
하지만 자기표절은 어떨까요. 고의성은 명백하고, 영리적 이유라는 목적성도 분명합니다. 하지만 저작권, 저작재산권을 침해당한 당사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자기표절은 표절논란에서 교묘하게 배제됩니다.
구무협이 무너져 간 이유 중 열에 아홉에는 자기표절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사용한 내러티브와 플롯과 대사를 아무런 고민없이 사용해도 누구하나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독자는 느끼고 있었고, 그것이 종국에는 구무협에 대한 외면으로 표출되었을 뿐이죠.
하지만 현재도 자기표절에 대해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것은 자체적으로 표절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표절논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문피아의 대응과도 연관되어 있습니다. 자기표절에 대해서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문피아는 물론 장르문학계에서도 표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죠. 심지어 자신의 작품에서 수페이지에 걸친 묘사와 대사를 동일하게 사용한 사례에서도 이를 표절이라 명명한 이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냐는 반응이 다였죠.
자기꺼 자기가 쓰겠다는데, 누가 손해보는 사람도 없는데 무슨 상관이냐. 하지만 창작성이란 사회적 가치를 훼손한다는 면에서 자기 표절의 심각성은 여전합니다. 차라리 미필적 고의에 해당하는 표절이 창작성에 기여하는 바가 눈꼽만큼이라도 더 있겠죠. 이번 경우처럼 영화의 창작성이 소설로 스필오버 되는 경우라면 그나마..
표절은 건드릴 수라도 있지만 자기표절은 건드릴 수도 없다는 것.
그래서 자기표절이 표절보다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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