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현재의 웹소설을 설명할 때 ‘스낵 컬쳐‘라는 말을 씁니다.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는 시간, 수업 중간 쉬는 시간, 누군가를 기다리는 한가한 시간, 점심이나 저녁을 먹는 짧은 시간 등 남는 시간에 한 화씩 즉석해서 읽는 가벼운 문화라는 것이지요.
이러한 스낵 컬쳐적인 웹소설의 주 소비처는 모바일 환경이고,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웹소설이 급성장하며 시장 소비층 주류는 기존 대여점 독자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많은 사람들로 확대되었습니다. 소설의 내용도 책 한 권을 그 자리에서 독파하던 사람들에서부터 스마트폰에서 하루에 한 화를 보는 사람에 맞춰 이동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흔한 소재와 노골적인 제목이 단순히 모바일 환경이라는 하나의 요소만으로 결정된 것일까요?
모바일 환경에서도 소설을 읽을 수 있는 장소는 많습니다. 카카오페이지, 문피아, 조아라, 네이버 웹소설, 리디북스 등등.
그렇다면 ‘문피아에서 주로 연재되는 소설’은 ‘문피아’라는 환경을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위 글은 웹소설 작가가 연재처를 결정하기 위해 생각할 것을 적은 글입니다. 이 글에 이런 문구가 나오죠.
"당신의 시간을 괜한 곳에 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피아에 BL을 연재하고, 네이버에서 정통 무협을 연재하고, 조아라에서 청소년 소설을 써보는 것이다."
웹소설 시장이 어느정도 정립된 현재에는 사람들은 사이트나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순간, 그곳에서 읽고자 하는 유형이 고정되어 있습니다. 많은 플랫폼이 난립하고 있지만, 실제로 작가가 스스로 글을 올려서 유의미한 성과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아직 몇 없죠. 저기에 로맨스를 추가한다면 로망띠끄나 최근 연 허니문 정도가 추가될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 글에서 다룬 것은 ‘문피아에 모인 독자층’에 대한 것이지만, 마찬가지로 문피아라는 사이트와 어플리케이션의 형태 또한 어느정도 눈여겨 볼 것이 있을 겁니다.
문피아는 물론 유료 소설란이 있지만, 대다수는 무료 연재란부터 시작해서 인기를 얻어 유료화 전환을 합니다. 하지만 사이트에서 무료 연재란을 클릭하면, 나오는 것은 짤막한 제목과 작가의 이름이 나열된 목록이지요.
심지어 이게 길지도 않습니다. 조금만 제목이 길어도 다 표시되지 않고 잘립니다.
유료 연재란은 살짝 다르게, 메인 페이지에 들어가자마자 랭킹작들의 ‘표지’가 노출됩니다.
앱으로 접속해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자체로 노출되는 건 제목/작가/표지 뿐입니다.
이 상황에서 처음 작품을 올리는 작가가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한눈에 무슨 내용인지 파악할 수 있는 검증된 단어들의 조합으로 제목을 지어, ‘제목 어그로’를 끄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수밖에 없지요.
반면 옆동네 J모 사이트는 어떨까요? 여기는 그나마 좀 낮습니다. 목록에서도 간략하게 소개를 할 수 있게끔 해 두었고, 소설 소개와 소설 내용으로도 검색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소설 소개에 소설과 관련된 [키워드]를 잔뜩 나열해두는 방식이 일반화되기도 했죠. 목록에서부터 표지가 노출되기 때문에 커미션 등으로 표지를 마련해 두는 사람도 문피아에 비해 비율이 높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소설 연재 사이트인 ‘소설가가 되자’를 한번 참고해 봐도 됩니다.
소설가가 되자는 장르를 세분화하고, 랭킹 또한 좀 더 상세하게 제공합니다. J 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소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가 제공됨은 물론, 작품에 태그를 부여하고 검색하는 기능 역시 기본적으로 제공합니다. 반면, 보통 이미지를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표지가 가지는 영향력은 없다시피 하죠.
물론 일본도 소설가가 되자발 이세계 먼치킨, 제목 어그로가 난립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문피아보다 ‘시스템적으로’는 다양한 접근 경로를 제공하고 있으며 독자들이 스스로 자기 취향의 작품을 찾아읽을 수 있는 환경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하고싶은 말은 이겁니다. 작가가 작품을 쓰고, 독자가 그것을 읽지만, 그것이 이뤄지는 환경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 비슷한 소재와 제목이 난립하는 것은 그만큼 문피아에서 작품에 제공하는 접근 경로가 제한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어필할 수단 자체가 적기 때문이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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