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협려에서 뭐니뭐니 해도 가장 감동적이었던 대목은, 양과를 향한 곽양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이 표출되는 대목이었다.
몽고군이 양양성을 범하던 날, 곽양과 곽파로(맞나?)가 극적으로 태어나고, 양과는 이제 갓 태어난 곽양을 안고 심산유곡으로 몸을 피하게 된다.
그리고 16년 후, 장성한 곽양은 양과를 보게 되고, 그의 다정다감한 성품과 강맹한 무공,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강직함에 반하게 되고, 그가 소원을 들어주겠다며 자신에게 건네준 세개의 금침 중 하나를, 그의 진정한 얼굴을 보기 위해 쓴다.
그 때까지 황약사가 만든, 못생긴 인피면구를 쓰고 있던, 양과는 쓴웃음을 지으며 진면목을 드러냈고, 그의 놀랍도록 잘생긴 외모와 중년의 중후함(?)이 풍겨내는 분위기에 곽양은 겉잡을 수 없이 그에게 빠져든다.
쿠쿠...
제일 속 시원했던 장면은...
곽양이 자신의 방에서 자신의 생일날 양과가 오기를, 발을 구르며 안타깝게 기다리는 모습을 그녀의 어머니 황용이 보게 되고 깜짝 놀라는 대목이다.
여기서 황용은, 그녀와 그녀의 큰딸이 예전에 양과에게 못되게 굴었던 기억이 떠오르며, 양과가 복수심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곽양에게 접근한 것으로 착각한다.
그 때 그 황용의 심리가 어찌나 잘 묘사되어 있었던지, 읽는 나로서는 참으로 통쾌하고 시원했다.
그리고 중간부분에서, 양과가 '신조협려'라는 것을 알게된, 곽정이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끝을 잇지 못하는 모습에서, 나 또한 새삼 눈시울이 붉어짐을 느낄수 있었다.
여타의 김용 무협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나 신조협려의 양과는 더욱 나와 상성이 잘 맞았다.
그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그가 울면 나도 울었다.
신조협려를 읽었다는 것은, 내 인생에 참으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앗, 그리고 만리독행님. 저 또한 이른바 위소보 식 욕을 즐겨하진 않지만, 정말 기분이 나쁠 때는 쓴답니다. '이런 떡을 칠 자라같은놈!' 하고 욕하면, 듣는 사람들은 다 어리둥절해 하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배꼽을 잡고 웃는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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