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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담

우리 모두 웃어봐요! 우리들의 이야기로.



술, 헤롱헤롱

작성자
Lv.52 사마택
작성
15.11.06 23:32
조회
785

불금 술, 술, 술 헤롱헤롱

에라 모르겠다.


===============================

 

기준 씨 어제 뭐 좋은 일 있었어요?”

복사기를 향하던 이기준은 고개를 돌렸다.

, 어제요?”

이기준은 어제 일을 회상했다. 신고한 지 얼마 안 돼서 구급차가 도착했다. 스트레쳐카에 실린 기절한 양아치의 발이 보였다. 발가락이 보기 흉하게 짜부라졌다. 오토바이로 찍었을 때 난 부상이다. 상황설명을 요구하는 구급대원이 눈앞에 없었다면 목젖이 모이도록 껄껄 웃었을 것이다.

마트 대신 편의점에서 돈을 더 주고 캔맥주와 오징어를 구매해야 했지만, 손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길 가다가 공돈 주어서요.”

! 그래요. 얼마요?”

현아 씨께 커피 한잔 쏠 정도.”

이기준은 가볍게 웃었다.

그런데 제가 기분 좋은 거 어떻게 아셨어요?”

보조개요. 평소에도 자주 미소 짓는 웃는 상이시긴 한데. 기준 씨가 보조개가 있는 줄 오늘 처음 알았네요.”

이기준은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려 얼굴을 손바닥으로 잠깐이지만 가릴 수 있었다.

이년 봐라.’

전부터 느낀 거지만 유현아는 경계해야 하는 분류의 인간이다. 어렸을 적 자신을 이상하게 보던 기사 아저씨의 얼굴이 눈앞에 그녀와 겹쳐 보였다.

그녀는 사내에서 대인관계가 좋았다. 단순히 능력 있고 예뻐서만은 아니다. 남을 대할 때 언제나 진심을 다하려 한다. 그런 유의 인간은 이기준에게 있어서 거북스럽다.

보통 이런 사람들은 눈치가 빠르다. 평소 남을 배려하고 살피는 습관이 몸에 뵈어서 촉이 좋기 때문이다.

, . 일종에........ 콤플렉스에요. 제가 남초는 아니지만. 보조개는 아무래도 하하. 남자에게는, . ....... 크흠. 학창 때 놀림 많이 받았거든요.”

어머 왜요? 매력 있는데. 에이, 너무 부끄러워하신다. - 비밀로 할게요. 대신 아메리카노 콜?”

화사하게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말하는 유현아는 남성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여인이다. 뚜렷한 이목구미 맑은 눈동자. 깨끗하고 하얀 얼굴. 그 위에 난 하얀 솜털은 성적 취향이 무지개가 아닌 이상 남자들이라면 혹할 만한 미모요, 로망이다.

이기준도 뭇 남성들처럼 하얀 피부 미녀에 대한 로망과 판타지가 있다.

자꾸 웃지 말라고. 면도해주고 싶어지니깐.’

 

 

세면대에 가득 담긴 물속에 숨이 차오를 때까지 얼굴을 박았다.

푸핫.”

거울에 비친 이기준의 꼴은 가관이다. 단정한 머리는 물에 젖어 보기 흉하게 이마에 찰싹 붙었고 얼굴에 묻은 물방울이 흘러내려 와이셔츠 카라를 적셨다.

이기준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오른쪽 눈썹을 치켰다. 불만과 불안이 적절히 믹스된 눈빛이다. 이건 매우 안 좋다. 누가 볼까 두렵다.

어제부터 좋았던 기분이 그녀 때문에 한순간에 곤두박질쳤다.

유현아, 유현아, 유현아.”

입사 동기로 처음 봤던 시절부터 본능적으로 재수가 없는 년이다.

잇새 사이로 그녀의 이름이 셀 수 없이 나온다. 뒷말을 이을수록 감정이 점점 실렸다.

이기준은 실수하면 으레 하던 대로 기억을 복기했다. 이제 유현아는 그가 진짜 기분이 좋으면 웃을 때 보조개가 생긴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그동안 보여주었던 가장된 미소는 가식으로 받아들일 여지를 남겨준 꼴이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소름이 쫙 돋았다.

이기준은 거칠게 세수했다.

지난 2년간 회사에서 아니, 다섯 살 때 고양이사건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단단한 가면이 깨질 수가 있다.

아니지. 너무 앞서 간 거야. 보통 이 경우에는 농도 문제지. 생각하자 이기준. 기분이 매우 좋으면 나타나는 버릇으로 인지될 확률이 높아.’

이기준은 당황하거나, 곤란하면 얼굴을 가린다. 아직 회사 사람들에게 이런 버릇을 보여 준 적이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들킨 적이 없다.

위기의 순간이 몇 번 왔으나 초인적인 인내로 참아왔다.

오늘 처음으로 당황을 애써 감추지 않고 유현아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었다. 겉으로는 자연스럽게 머리를 넘기는 척했지만 그녀처럼 감이 좋은 여자라면 이 행동이 당황했을 때, 나온 버릇인 걸 눈치챌 것이다.

마지막 화룡점정은 당연.

콤플렉스라고 착각하게 한 것. 이것으로 시나리오는 완벽했다.

그래도 말이지. 가슴 한구석이 저릿저릿해.”

확률을 더 높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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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야디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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