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하성민
작품명: 마지막 유희
출판사: 로크미디어
발행일: 08년 6월 13일 // 현재 1,2권 출간
(미리니름없습니다. 기본적 설정만.)
이 책의 소개로, “‘악인지로’를 쓴 하성민 작가의 신작이다.”라는 한 문장을 적는다 할지라도 사람들은 그의 신작에 호기심을 가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선 진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작가 스스로도 더 이상 전작에 얽매여 평가받는 것은 싫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작 ‘마지막 유희’에 대한 감상을 쓰면서 위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작가 하성민이 썼기에 무언가 다를 것이란 선입견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기대에 만족스럽게 부응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독자로선 즐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소설은 영혼의 안식을 앞두고 있는 드래곤 로드가 자신의 삶을 정리해 나가는 모습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연의 품으로 육체를 돌려보내기 위해 영원의 잠에 빠진 그는 죽음을 앞두고 대단히 평온한 꿈을 꿉니다. 지난 삶을 느릿느릿 성찰하다가 이계에서 살아가는 한 남자의 다소 실망스러운 일생을 관조하기도 합니다.
어느덧 그 남자의 삶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는 영원의 잠에서 깨어납니다. 그리고 경악합니다. 육신이 거의 다 석화되어 죽음을 앞둔 몸에서 다시 깨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게 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이처럼 황당하기 짝이 없고 난감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한 드래곤이 자신이 살아나게 된 연유를 알기 위해, 그리고 조용한 거처를 찾아 다시 안식에 들기 위해 인간이 되어 마지막 유희를 떠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마지막이란 단어가 주는 여운은 매우 묘한 감정을 들게 합니다. 드래곤에게 유희라는 것은 그 사전적 의미와 다를 바 없이, 긴 세월을 살며 지루함을 잊게 해주는 하나의 놀이이자 장난입니다. 그러나 거기에 마지막이란 단어가 붙음으로서 더 이상 주어지지 않는 유일한 기회이자 최후의 선택이 되었습니다.
이는 드래곤 ‘미르고’가 인간의 삶이 지닌 유한함에 발을 디밀고 찰나의 순간에 다가올 수 있는 죽음의 덫에 두려움을 가져야 하는 처지에 놓여 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한 다크 드래곤이란 오명을 뒤집어쓰고 살해당하길 원하지 않는 그.
그가 마지막 힘을 모두 다 소진하며 인간이 된 순간부터 그는 더 이상 드래곤이 아니었으며 인간으로서 인간의 삶을 배우고 이에 적응해 나가야 하게 되었습니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 하지만 그가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에 주목하는 독자들은 한 없이 커지는 기대감에 가벼운 울렁거림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드래곤이라는 완성된 존재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이 된 주인공 미르고의 성장!
미르고에게 광할한 드래곤 산맥이 아찔한 위용으로 다가오고 세상의 삭막함이 오싹함으로 다가올 때 거기에서 독자가 체감하는 위기감은 곧 현실감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 투쟁을 벌이는 주인공의 삶은 강한 주목의 대상이 됩니다.
이는 독자에게 한없는 두근거림과 즐거움을 줄 것이 분명합니다.
무엇보다 즐거운 것은 이러한 흥미 있고 기대감이 큰 소재를 작가 하성민이 이용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는 전체를 조망할 줄 아는 작가입니다. 그리고 다분히 계산적입니다.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주시하며 이치에 맞는 글을 씁니다. 그러한 와중에 수많은 감정을 깨우는 다채로운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렇기에 그의 소설은 빛납니다.
그의 소설을 읽다보면 천망회회 소이불실이란 말이 떠오릅니다.
하늘의 그물은 성긴 듯 하지만 놓치는 것이 없듯, 그의 소설도 가벼움을 날개로 이점을 취해 쏜살같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돌이켜 보면 오밀조밀하게 여러 요소를 채워나가고 있으니 놓치는 것이 없습니다. 진중하고 복잡한 이치를 담은 세상을 한 없이 유쾌한 입담으로 해석해 나가는 미르고와 함께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소설이 발하는 빛과 진가를 여러분도 느끼게 될 것입니다.
세상에 대한 강한 경계심 속에 서서히 인간들과 융합해 가는 미르고의 마지막 여행에 동참해 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이것은 그의 유희에 끼어들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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