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명 : 정상수
작품명 : 아로스건국사
출판사 : 로크미디어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중 가장 좋아하는 주제 중 하나는 영지물이다. 아로스 건국사 또한 영지물이라 불릴 수 있다. 아로스 건국사는 주인공의 성장과 영지의 성장(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는 것)을 모태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2권까지 읽으며 만족스러운 부분들이 많이 있었다. 하르미스제국(주인공의나라)의 많은 정치시스템이 매우 합리적이면서 사실적인것, 지배층이 각각의 정보기관을 휘하에 두고(공작이 3개를 두기도 한다) 자신과 자신외의 제국내외를 살펴보는 것등은 주인공 혼자만 똑똑하고, 강하다는 묻지마영지물과 다른 기대감이 많은 영지물판타지로 생각하게 되었다.
기대하면서 3권을 읽었다. 읽으며 드는 느낌이 머라할까 '이게 아닌데.... 이렇게 급진전하면 더 이상 기대할게 없어지는데....' 이런 생각들이었다. 아쉬웠다. 많이 아쉬웠다.
주인공은 한 영지를 발전시키는 인물이 아니라, 한 나라를 세울 인물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주인공은 좀 부족해도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을 채워주고, 여러가지 어려움과 시련을 통해서 주인공은 점점 커져가며, 성장하길 바랬는데.... (전적으로 개인적 취향이지만....) 그런데 주인공은 너무 멀리 가버렸다. 운석이라는 것을 통해서 무공과 마법은 상상할 수 없는 실력이 되었다. 운석이라는 것 하나로 별다른 노력도 없이(주인공은 영지를 다스리느라 기사보다 검을 수련하는 시간이 훨씬 부족하고, 마법사보다 마법을 연구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겠다.) 무공은 대륙에 몇 없다는 소드마스터, 마법은 대륙에 하나밖에 없는 8서클 대마법사가 되어버렸다.
이 부분에 대한 설정은 나에게 주인공의 성장이라는 면에서 또 적수라는 면에서 매우 아쉬움을 주게 되었다. 이제 주인공은 개인으로는 대륙에서 상대할 자가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마검사라는 설정도 그렇다. 처음에 마법을 수련할때는 세상에 마검사가 없는 이유가 마나역류를 들었는데, 이 문제가 주인공만 지나쳐간 것이다.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게다가 검술실력이나 마법실력은 마나의 상승과 고서클 마법책의 존재로만 강해진다는 설정도 아쉬운 부분이다. 세상에 몇없는 소드마스터가 죽을위기 한번 넘기지 않고, 동등하거나 뛰어난 상대도 없이 운석으로 마나를 얻고, 몬스터를 사냥하다가 벽을 넘는다는 설정이나 8서클 마법을 배우기까지 별다른 연구도 없이(마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마법지식만 가진 마법사와의 조언과) 고서클 마법책을 얻어 8서클의 벽을 넘어버렸다. 내용을 보면 주인공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주인공만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은 더 아닌데도....
2권까지 눈에띄지 않던 주인공만을 위한 주인공 위주의 영지물로 변화되는 느낌이 보인다 할까. 다른사람은 해도 안 되지만, 될수없지만, 주인공이 하면 되는 것.... (이 부분에서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아쉽다.)
또 다른 아쉬운 부분은 모든 것을 주인공이 혼자서 생각해내고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환생을 하거나, 시간을 거스른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영지경영을 하고, 전략을 생각해서 실행을 하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낸다. 준남작에서 백작이 되기까지 주인공을 도와준 인물은 몇있긴 하지만, 모든 것은 주인공의 머리속에서 계획대고 지시된 것들이다. 주인공에게 조언을 하거나, 주관적인 판단으로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할만한 인물이 없다. 주인공에게 정보를 전하는 인물뿐이다. 어려운 문제들이 계속해서 주인공을 압박하지만, 주인공은 너무나 수월하게 일을 풀어낸다. 그러다보니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어려움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영지물에 중요한 것은 전투씬이다. 영지물에는 필연적으로 전략*전술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3권에 나오는 아르제국은 별다른 전략*전술이 없다.(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정확할듯.) 그러다 보니 역시 주인공의 전술과 행동력(마법을 앞세운)만이 두드러져보이고, 아군은 의지하고, 시기하며, 적군은 당황해하고 패퇴한다. 이 역시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아르제국측의 입장에서도 왜 전쟁을 수월하게 준비하지 못했는지, 전술적인 측면에서는 왜 부족했는지를 보여주어야 주인공의 전략*전술이 더 살아날텐데.... 그런부분의 설명이 부족하다보니, 전력은 비등하지만[마법사는 1(8서클주인공) vs 100이었다] 별 어려움없이 주인공의 마법과 전술로 이긴듯이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몇가지 아쉬운 부분을 말했지만 그럼에도 아로스건국사는 적어도 무난하다라는 평을 받을 만한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러한 점 때문에 더이상 책을 펴지는 않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하지만 기대와 다르게 흘러가는 부분들이 있어 글을 남기게 된다. 책을 읽지 않고 이글을 읽는 이라면 오해할 소지가 있어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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