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통제자들 The Regulators, 1996
저자 : 스티븐 킹
역자 : 한기찬
출판 : 황금가지
작성 : 2008.06.10.
“말하고자 하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
-즉흥 감상-
소설 ‘데스퍼레이션 Desperation, 1996’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읽은 다음, 같이 읽으면 괜찮을 것이라는 소개에 곧장 이어서 읽은 이번 작품. 하지만 결과로는 위의 즉흥 감상밖에 나오는 것이 없었는데요. 그래도 읽은 것은 읽은 것! 소개의 시간을 조금 가져볼까 합니다.
작품은 이 소설이 1985년 말 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린 리처드 바크만의 유고작임을 알리는 것으로 시작의 장을 열게 됩니다. 그리고는 짧은 편지글에 이어 지독하게 더운 어느 날의 그저 일상적으로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으로 본론으로의 장이 열리게 되는데요. 그런데 저 먼 하늘에 우르릉 거리는 것과 함께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난 빨간색 밴이 등장하는 것으로 악몽이 시작되게 됩니다!
그렇게 느닷없는 폭격(?)을 가하고는 사라져버린 밴의 행동에 마을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마는데요. 그것은 단시 시작이었을 뿐, 청색, 노란색, 분홍색, 검은색의 밴들이 차례로 등장하기 시작하며 마을을 혼돈과 공포의 도가니탕에 빠져들게 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하나 둘씩 운명을 달리하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해내려고 노력하게 되지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상황은 그저 악화되기만 할 뿐이었는데요. 그러던 중 다른 어떤 상황으로부터 기적적으로 탈출에 성공해 그들과 함께하게 된 한 여인으로부터 어떤 충격적인 사실을 전해 듣게 되지만…….
이렇게 줄거리를 요약하면서도 무엇인가 붕~ 떠있는 기분은 쉽게 가라앉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도 그럴 것이 ‘데스퍼레이션’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비슷하게 등장하면서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데요. 차라리 리처드 바크만이 스티븐 킹의 다른 이름이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 책을 읽었다면 몰라도, 이건 뭐 알고 읽어서인지 그저 지독한 배신감만 느껴지는 것이 ‘이러니까 <양심 없는 스티븐 킹>이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지!’라면서 자기합리화를 시도하는 저를 발견해볼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자자. 이 작품에서 가장 크나큰 혼란을 선사해준 캐릭터들의 이름 상관관계는 일단 넘기기로 하고, 이번 작품을 통해서 생각하게 된 것을 적어볼까 하는데요. 제 기록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어린 시절 장난감을 가지고 노시면서 ‘자신만의 세상’을 만드신 경험이 있을지 궁금해 졌습니다. 저는 ‘우주 손오공’으로 기억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SF서유기 스타징가 SF西遊記スタ ジンガ, 1978’라는 작품을 중심으로 어린 시절 소꿉놀이를 했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때의 여의봉은 이미 버려졌는지 집안 어디에도 흔적이 남아있지 않군요.
아무튼, 왜 갑자기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가하니, 이번 작품에서 등장하는 ‘악의 존재’가 바로 작품상의 어린이를 위한 작품인 ‘모터캅2200’과 서부극 ‘통제자들’ 등의 작품을 ‘데스퍼레이션’의 폐쇄되었던 갱도 안에 살고 있었던 ‘탁’의 존재로 하여금 실체화 되었다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만, 아아아. 역시 저는 ‘데스퍼레이션’이라는 작품이 더 즐거웠습니다.
지나간 시절은 아름다웠으며, 동화는 그저 아름다운 이야기로 각인 되어있음을 부정하실 분 혹시 있으십니까?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눈앞에 펼쳐진다면 그저 아름다울 수 있을지 물어보고 싶어지는군요. 물론 이번 작품이 그런 것을 말하고자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부분에 대해 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요. 지나간 시간은 지난 시간 속에서의 일이 되어야지 동화가 현실이 될 경우에 발생할 일에 대해서만큼은 그저 상상도 하기 싫어집니다.
최소한 등장인물이 다른 이름으로 나와 이야기를 꾸몄으면 몰라도, 각각의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들마저 거의 비슷하게 유지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라. 아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이번 작품은 다른 ‘리처드 바크만’의 다른 작품들보다도 별로였다는 것을 결론으로, 기록을 마쳐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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